[시론] 싱크홀 예방할 '지반침하 위험 지도' 만들자

2022. 1. 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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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환 대진대 대학원장,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도심 속 지뢰’라 불리는 싱크홀(땅꺼짐 현상)이 경기도 고양시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은 싱크홀로 인한 땅꺼짐 문제로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30분쯤 지하철 3호선 마두역 근처 지상 7층 상가 건물의 지하 3층 기둥 일부가 굉음과 함께 파손되고 주차장 입구 도로가 내려앉았다. 이 사고로 건물 붕괴가 우려되자 상가 입주자와 이용객, 인근 시민 등 3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고양에서 이러한 지반침하 현상은 몇 년째 발생해 왔고, 특히 지하철 3호선 주변을 따라 반복되고 있다. 2019년 12월 백석역 부근 5개 차로에 길이 20m, 깊이 1m의 땅 꺼짐이 일어났다. 2018년 12월에도 한국지역난방공사 열 수송관이 터져 1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2017년에는 59층 주상복합아파트 앞 대로변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일산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2005년 이후 1~2년에 한 번씩 땅꺼짐 사고가 생겨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 고양시, 잊을만하면 땅꺼짐 공포
시민 불안 덜어줄 근본 대책 절실

땅꺼짐 현상인 싱크홀의 원인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석회암층이 발달한 지형에서는 지반이 물과 접촉해 녹아내리면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공동(空洞) 현상에서부터 출발한다. 도심의 도로 밑에는 오래된 상하수도관에서 누수로 인한 물골이 형성되면서 공간이 만들어진다. 최근 도심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 사고 사례 중 대부분은 대규모 공사에 따른 지하수위와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특히 고양시는 지리적 위치가 한강 하류 지역에 있다. 한강 계획홍수위보다 낮은 저지대여서 넓은 퇴적 충적토가 발달한 지형으로 싱크홀에 취약한 지형구조다. 30여 년 전 일산신도시 개발 당시 충적토 위에 일부 매립을 통해 연약지반이 형성됐고 그 위에 인구 100만명의 도시가 들어섰다.

연약지반에 지하철이 건설되고 지하 터파기와 고층 건물들이 세워지면서 급격한 지하수위 변동 때문에 지하수 배출량이 많다. 땅속 지하수압이 물골(수로)을 형성함에 따라 다량의 싱크홀 생성의 개연성이 많은 지역으로 판단된다. 지난해처럼 54일간 지속한 긴 장마로 인한 급격한 지하수위 상승에서 강수량이 적은 겨울이나 봄철 지하수위 하강이 될 때 위험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매번 반복되는 이런 사고에도 근본적인 원인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고양시와 같은 충적층이 깊고 지하수위가 변동이 심해 싱크홀 발생에 취약한 지역은 지역적 특성을 포함한 정밀조사와 분석을 통한 대책을 마련해 한다.

미국과 일본처럼 지하수위와 지반 함몰의 연관성을 분석해 지하수위 변동 폭을 줄이고 적정 지하수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센서가 부착된 첨단기기를 활용한 조사 분석을 통해 위험 지역을 판단하고, 비저항 탐사와 사물인터넷(IoT) 및 빅데이터 구축과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융·복합적인 해석과 원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지반특성, 충적층 깊이, 지하수위 변동, 강우 등 기초적인 조사와 상하수도관로 노후화 등을 포함해 지반 침하와 물 순환에 대한 관계 정리를 통해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후 약방문보다 사전 예방을 제대로 해야 한다.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활용해 노후 상하수도관의 교체 방안을 수립하면 한정된 예산으로 최적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지자체는 건축심의, 도시개발사업, 도시기본계획 수립 등에 이러한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기반으로 안전한 도시건설을 실현해야 한다. 언제까지 원인 분석과 대책이 없는 무책임한 행정 때문에 시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위험 앞에 방치할 것인가. 하루속히 안전 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석환 대진대 대학원장,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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