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해탄적일천
2007년 세상을 떠난 에드워드 양은 허우샤오시엔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유작은 2000년에 만든 ‘하나 그리고 둘’. 하지만 그의 이전 작품들은 21세기가 돼서야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2017년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을 시작으로 2019년 ‘타이페이 스토리’(1985)가, 2020년 ‘공포분자’(2016)가 개봉했다.
그리고 올해 그의 데뷔작 ‘해탄적일천’(海灘的一天·1983)이 39년 만에 한국 극장가에 선보인다. 치밀한 서사와 미장센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에드워드 양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영화적 요소가 도드라진 작품이다. 바로 ‘공간’이다.
‘타이페이 스토리’나 ‘공포분자’가 도시와 인간과 소외를 말한다면, ‘해탄적일천’의 공간은 도시를 벗어나 확장되며, 특히 해변을 통해 미스터리를 만들어낸다. 영화가 시작되면 바닷가가 보인다. 롱 숏 안에 실루엣으로 존재하는 사람들. 갑자기 바스트 숏으로 바뀌면, 그 안에서 세 사람은 어떤 사물을 가운데 놓고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매직 아워(해가 뜨고 지기 30분 전후의 시간)에 촬영된 이 장면은 황혼의 아름다움과 함께 몽환적이면서도 서정적인 톤을 지니고 있는데, 이후 이어지는 166분의 러닝타임은 이 두 숏의 비밀을 풀기 위한 과정이다. 과연 사람들은 해변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걸까. 파도 소리만이 장면을 채우고 있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박근혜 석방 반대한건 야당…책상도 文이 넣어줬다"
- 장난감만 갖고 놀뿐인데 연 300억 번다…11살 소년 비밀
- 3월 대선이라 생긴 넉달…정권말 '인사 알박기' 시간 됐다
- '이여자'엔 이준석 바람 안불었다…"2030 지지 부풀려진 것"
- '거인병 투병' 김영희에 돈 건넨 서장훈 "더 돕고 싶다"
- '박카스 1개에 5만원' 환불 거부…그 약국 결국 문닫는다
- 손흥민보다 더 뛴다…선수도 아닌 이 남자
- "군자 뽑나, 소인 뽑나" 주역대가 대산 옹 '세가지'만 보라 했다 [백성호의 현문우답]
- 이준석 "모신다"에 尹 엄지척…아이오닉 태우고 운전대 잡았다
- 셔츠 헐렁해진 김정은, 뒤통수에서 '이 자국'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