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미 의사당폭동 1년, 불안해진 민주주의
1. 꼭 1년전 미국에선 국회의사당 점거폭동이 일어났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부정’이라며 바이든의 당선을 확정짓는 마지막 절차를 진행중인 의사당으로 쳐들어간 사건입니다. 민주주의 선진국 신화가 깨졌습니다. 이후 문제가 더 심각해졌습니다.
2. 선거부정이란 거짓정보를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지난 4일 AP통신조사에 따르면 ‘의회폭동에 트럼프 책임 있나’는 질문에..공화당 지지자는 22%만 동의했습니다. 민주당은 87%.
지난 2일 로이터가 공화당원을 상대로‘2024년 대선후보’를 물어본 결과 트럼프가 54%를 얻었습니다. 2등은 드샌티스(플로리다 주지사) 11%.
3. 그러니 공화당 정치인들이 트럼프 눈치보기에 바쁩니다.
올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뽑는 경선이 봄부터 시작되는데..공화당 후보의 경우 트럼프의 보증을 받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농담인줄 알았는데..트럼프가 진짜로 2024년 대선에 재출마, 당선될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습니다.
4. 폭동 1주년을 맞아 경고음이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6일 미국 뉴욕타임즈(NYT)의 특별기고 두 편이 눈에 띕니다.
하나는‘역사의 종언’을 쓴 석학 프란시스 후쿠야마(70)의 기고 ‘1ㆍ6 폭동, 전세계 민주주의 후퇴시켰다’.
다른 하나는 미국 39대 대통령(1977년-81년) 지미 카터(98)가 쓴 ‘미국 민주주의를 염려한다’.
5. 후쿠야마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역사의 종언’(1989년)을 쓸 당시 ‘두 가지를 간과했다’고 고백했습니다.
후쿠야마는 ‘소련ㆍ동구권의 몰락으로 서구민주주의가 승리했다’는 통찰력에서 ‘마르크스적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33년이 지난 지금 보니 예상 못했던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6. 첫째, 사회주의국가 혹은 후진국이 제대로 된 민주적 선진정치를 이루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 러시아와 중국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둘째, 기존의 선진 민주국가 정치가 쇠퇴할 수 있다는 점. 미국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1ㆍ6 폭동은 미국 민주주의 쇠퇴의 결과이자 전세계 민주주의 후퇴의 촉매가 되었다는 지적입니다.
7. 후쿠야마가 진단한 원인은 양극화입니다.
세계화에 따른 부의 양극화, IT혁명(특히 SNS)에 따른 여론의 양국화입니다. SNS로 가짜정보들이 확산되면서..서로 다른 팩트를 믿기에 소통이 단절되고..선동가형 정치인들이 이를 악용하는 포퓰리즘이 횡행한다는 분석입니다.
8. 카터의 기고도 일맥상통합니다. 폭도들로부터 미국 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한 5가지 제언을 했습니다.
첫째, 폭력이나 협박 없이 선거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선거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세째, 상호존중과 대화로 정치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넷째, 정치적 폭력을 근절하기위한 입법강화가 필요하다.
다섯째, 가짜정보(disinformation) 근절해야 한다. SNS의 개혁이 필요하다.
9. 미국이 우리에 앞서 경험하는 듯합니다.
깊어지는 경제 양극화, SNS 가짜정보에 휘둘리는 정치 양극화..그리고 악성 포퓰리즘 정치. 적대적 혐오감과 공격적 캠페인까지..
이러다가 대선후 광화문광장이 더 소란스러워질까 걱정됩니다. 물론 해법도 같을 겁니다.
〈칼럼니스트〉
20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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