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모신다"에 尹 엄지척..아이오닉 태우고 운전대 잡았다
이준석 대표의 퇴진 문제를 놓고 극한 내홍에 시달렸던 국민의힘이 6일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21일 상임선대위원장 직을 사퇴하며 윤 후보와 대립각을 세워온 지 16일 만이다. 김종인 전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며 선대위 전면 쇄신을 택한 윤 후보가 이 대표와의 갈등 봉합을 통해 재출발 의지를 보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준석 끌어안은 尹
오전 10시 개최된 당 의원총회는 저녁까지 이 대표의 퇴진 문제를 놓고 이 대표와 의원들 간의 극한 대립상황을 연출했다. 험한 말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반전 시킨 건 밤 7시 50분 무렵 의총에 전격 참석한 윤 후보였다.
윤 후보는 비공개 발언을 통해 “모든 게 제 탓이다. 의원들도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이 대표도 본인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선거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오해 여부는 다 잊어버리자. 이 대표는 우리가 뽑았다. 모두 힘을 합쳐서 승리로 이끌자”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런 일이) 세 번째가 되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한 직후였다. 윤 후보의 발언을 들은 의원들은 모두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권영세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은 별도의 장소에서 30분가량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이어 함께 의총장에 입장한 네 사람은 손을 맞잡고 번쩍 들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서로를 끌어안기도 했다. 의총 참석 의원들은 5분가량 “윤석열! 이준석!”을 외치며 환호했다.
이 대표는 “제게도 지난 2~3주는 참 애달픈 시간이었다”며 “그 기간 우리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자리에서 원팀을 선언한다”며 “내일 당사에 김종인 위원장이 계시던 방 한 쪽에 제 침대를 하나 놔달라. 당원의 하나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선거를 뛸 것이고, 당사에서 숙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윤 후보는 “이제 다 잊어버리자”며 “오로지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나라 정상화와 국민에게 행복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저희 위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뛰자”고 외쳤다. 의총 참석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해 ‘윤석열’을 연호했다.
尹, 이준석 전기차 타고 순직 소방관 조문
의총 직후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전기차 ‘아이오닉5’를 타고 경기 평택시의 한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날 평택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 3명의 빈소가 마련된 곳이다. 차량 뒷자리엔 김 원내대표와 권 사무총장이 앉았다. 지난해 출고된 이 차량은 이 대표가 수행 기사 없이 출ㆍ퇴근용으로 써왔다.
앞서 의총에서 이 대표는 “오늘 후보님이 의총 직후 평택에 가시는 일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가 국민의힘 대표로서, 그리고 택시 운전 면허증을 가진 사람으로서 후보님을 손님으로 모셔도 되겠냐”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벌떡 일어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신감정 받아야" 이준석 성토장 된 野의총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이 선거운동을 도울지를 윤 후보의 이날 일정을 통해 확인하겠다는 취지에서 ‘연습문제를 풀게 했다’는 표현을 했다가 논란을 빚은 데 대해서도 머리를 숙였다. 그는 “우리 후보는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가장 낮은 자세로 갈 수 있도록 지하철 인사를 좀 해보자는 제안을 여섯 번 했다”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제가 마케팅 용어를 쓴 것이다. 그 표현이 불편하셨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 발언 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의원들은 다시 불만을 쏟아냈다. 김정재 의원은 “우리가 한발 한발 어렵게 쌓은 게 다시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정점식 의원은 “이 대표의 말과 행동은 해당 행위였다”며 “제발 내부를 향한 총질 대신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향해 매서운 말을 쏟아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회의 참석 전까지의 분위기는 훨씬 더 험악했다. 전날 논란을 일으킨 ‘연습문제’ 발언에 이어 이날 이 대표가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의 임명을 반대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당내 불만이 폭발됐다. 전날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하며 재출발 의지를 다진 윤 후보의 진정성을 이 대표가 하루도 안 돼 퇴색시킨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회의에서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사무총장을 겸직하도록 하고, 전략기획부총장에 이철규 전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선임했다. 정책본부장엔 원희룡 전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을 인선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 면전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라며 이철규 부총장 인선을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무우선권을 가진 윤 후보는 정면 충돌속에서도 자신의 인선안을 관철했다.
이런 일이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된 뒤 진행된 의원총회는 이 대표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이 대표 사퇴 결의를 논의해 보자”는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된 난상토론에선 이 대표를 겨냥한 원색 비난이 줄을 이었다.
송석준 의원은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찌질한 대표” “‘조어준(조국+김어준)’은 요설을 그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단상에 오른 한 중진의원은 “이 대표의 정신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이 우릴 어떻게 보겠느냐”며 하태경ㆍ박대출ㆍ성일종 의원 등이 중재 노력에 나섰으나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들을 압도했다. 송언석 의원은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언급하며 “이 대표가 당 대표 직위에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은 지위고하 막론하고 같은 잣대”라고 말했다.
반면 윤상현 의원 등 일부는 "젊은 당 대표 하나를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내친다면, 누가 그런 정당에 표를 주겠느냐"며 이 대표를 포용할 것을 주장했다.
김기정·박태인·성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박근혜 석방 반대한건 야당…책상도 文이 넣어줬다"
- 장난감만 갖고 놀뿐인데 연 300억 번다…11살 소년 비밀
- 3월 대선이라 생긴 넉달…정권말 '인사 알박기' 시간 됐다
- '이여자'엔 이준석 바람 안불었다…"2030 지지 부풀려진 것"
- '거인병 투병' 김영희에 돈 건넨 서장훈 "더 돕고 싶다"
- '박카스 1개에 5만원' 환불 거부…그 약국 결국 문닫는다
- 손흥민보다 더 뛴다…선수도 아닌 이 남자
- "군자 뽑나, 소인 뽑나" 주역대가 대산 옹 '세가지'만 보라 했다 [백성호의 현문우답]
- 셔츠 헐렁해진 김정은, 뒤통수에서 '이 자국' 발견됐다
- '가성비'보다 더 먹혔다, 1박 310만원인데 빈방 없는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