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함께 스러진 소방관 셋..유족들 "살 자신 없다"
“아이고…살 자신이 없다, 살 자신이…”
중년 여성은 옆에 있는 가족을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6일 오후 경기도 평택 제일장례식장은 소방관이었던 가족을 잃은 이들의 울음소리가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故 박수동 소방교 빈소 앞에서 기자와 만난 한 유가족은 “대통령 후보 4명 다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며 울부짖었다. 장례식장엔 이날 화마와 싸우다 세상을 뜬 경기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이형석(50) 소방위, 박수동(31) 소방교, 조우찬(25) 소방사의 빈소가 같은 층에 나란히 차려졌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1시 46분쯤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건물은 지하 1층에서 지상 7층에 이르는 연면적 19만9762㎡ 규모의 건물로 올해 4월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건물 1층에선 작업자 4명이 바닥 타설 및 미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 작업자가 건물 1층 안쪽 우레탄 소재의 벽에서 불이 붙은 것을 발견했고 119에 신고했다. 1층 작업자 4명과 5층 작업자 1명, 안전 관리자 1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소방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화재 진압에 들어갔다. 다음날 오전 6시 32분쯤 큰불을 잡으면서 오전 7시 10분쯤 대응 단계를 해제했다.
재점화한 불씨에 다시 불길 속으로
그러나 사그라들었던 불길이 갑자기 확산했다. 전날 현장에서 밤을 지새운 경기 송탄소방서 소속 구조대 5명도 오전 9시 8분쯤 다시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화재 현장에서 30∼50분을 버틸 수 있는 용량의 산소통을 맨 상태였다. 몇 분 뒤 거센 불길과 검은 연기가 소방대원을 덮쳤고 순식간에 동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90살 모친 둔 가장, 새내기 소방관…
경기도는 오는 8일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이날 순직한 소방관들의 영결식을 열 예정이다. 장례는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된다. 소방청은 순직자들에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또 국가유공자로 지정해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등 예우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소방당국은 불을 모두 끄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도 수사본부를 꾸려 화재 원인과 작업 중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화재를 진화하고 건물 안전진단을 마치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등과 함께 합동 감식팀을 꾸려 현장 감식을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1층을 중심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건축 및 소방 관련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 건물서 2020년에도 사망사고
심석용기자, 평택=채혜선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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