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신생아 32년새 397분의 1로" 인구 초감속 미스터리

신경진 2022. 1. 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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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온 새해 첫날 2488만 인구의 상하이시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7명에 불과하다는 게시물에 관영 매체가 ‘가짜뉴스’라는 딱지를 붙였다. [상관뉴스 캡처]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새해 첫날 태어난 신생아 숫자가 32년 만에 397분의 1로 줄었다는 네티즌 주장이 제기됐다. 상하이 당국은 곧 ‘가짜뉴스’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당국이 공식 신생아 숫자를 발표하지 않아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상하이) 출생률이 한 명 한 명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낮아졌다. 사실 확인이 필요하지만, 올해 원단(元旦, 양력 설) 상하이 신생아 숫자가 한자리인 7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27명에 비해서도 약 4분의 1이다. 1990년 2784명과 비교하면 397배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지난 3일 낮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온 논란의 게시물이다. 필자는 작사 겸 작곡가로 자신을 소개한 ‘대단한 왕마딩(了不起的王馬丁)’이라는 계정의 왕이하오(王翼昊)다. 왕 씨는 올 원단에 상하이 병원에서 출산한 부부와 신생아 사진 다섯 장을 인터넷에서 찾아 함께 올렸다.

2022년 새해 첫날 상하이 제일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신생아와 부모. 중국 SNS에서는 상하이에서 새해 첫날 태어난 신생아 숫자를 놓고 네티즌과 당국간 논란이 벌어졌다. [상관신문 캡처]

인구 2488만명의 상하이에서 하루 7명 출산이 사실이라면 초저출산이 된다. 파장을 우려한 상하이 당국이 즉시 반박에 나섰다. 상하이시 공산당 기관지 해방일보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상관(上觀)신문’은 3일 밤 “올 원단에 상하이에서 신생아 7명만 태어났다고? 또 낚였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왕 씨 주장을 반박했다. “올해 7명, 지난해 27명, 1990년 2784명이란 신생아 숫자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다. 상하이 제일 산부인과(婦嬰保健院) 한 곳에서만 새해 첫날 오전 8시까지 11명이 태어났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1일 상하이 전체의 신생아 숫자는 밝히지 못했다.

상관신문은 왕 씨가 인용했던
1990년 1월 1일 2784명,
2000년 1월 1일 1148명,
2010년 1월 1일 380명,
2020년 1월 1일 156명,
2021년 1월 1일 27명
숫자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지난 2020년 12월에 올렸던 기사를 링크로 걸었다. 이들 숫자는 지난 몇 년간 중국 SNS에 중국의 저출산 실태를 보여주는 숫자로 널리 유포되어 온 데이터다.

반박 기사는 과거 ‘중국인구연감’의 통계 숫자를 하나하나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1990년 상반기 상하이 신생아는 6405명(하루 평균 34명), 2000년 1월 신생아 7886명(하루 254명), 2010년 1월 신생아 1만3025명(하루 420명)이다. 문제는 인용된 숫자가 인터넷에 유포된 숫자와 차이가 클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신빙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점이다. 상하이시 통계국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연간 신생아는 9만1400명으로 하루 평균 250.4명꼴이라고 한다.

당국의 반박에도 왕 씨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4일 다시 웨이보에 “당국이 공식 데이터는 내놓지 않으니 각종 억측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며 신생아 수치를 투명하게 발표하라고 공격했다.


지난해 중국 출생률 43년 만에 최저치


실제로 중국의 지난해 출생률은 4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14개 지방 성시(省市)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출생률 가운데 10곳의 출생률이 1‰이하였다고 대만 왕보가 5일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출생률(1000명 당 신생아 수)은 전년도 10.48명에서 8.52명으로 줄어 1978년 이후 4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6년 12.95명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으나 12.43명(2017년)→10.94명(2018년)→10.48명(2019년) 등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인구 9941만명의 허난(河南)성은 43년 만에 지난해 처음으로 신생아 수가 100만 명에 못 미치는 92만명을 기록했다. 인구 감소 문제가 최악인 동북 헤이룽장·랴오닝·지린 3개 성은 출생률 수치조차 발표하지 못했다. 왕보는 이들 3개 성 출생률은 2019년에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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