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체제' 굳어진 한국앤컴퍼니그룹..형제 갈등·파업 잔불 남고, 실적 개선 과제

김경민 2022. 1. 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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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조양래 명예회장 차남 조현범 사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명실상부한 ‘조현범 체제’를 굳혔다.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한국앤컴퍼니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양상이지만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 정신 감정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중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조현범 사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사진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신임 회장.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제공)

▶그룹 수장 오른 조현범 회장

▷신사업 투자 속도 낸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2021년 12월 22일 정기 인사를 통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했다. 조현범 회장은 미국 보스턴대를 졸업한 뒤 1998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에 입사했다. 마케팅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거쳐 2018년 한국타이어 사장에 올랐다. 부친 조양래 회장은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됐고 조현식 부회장은 고문을 맡을 예정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은 향후 타이어 사업을 벗어나 신사업 발굴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는 이미 2021년 8월 신사업 발굴, 투자를 전담하는 자회사 ‘아이앤비코퍼레이션(Invest & Beyond Corporation)’을 설립했다. 성장이 정체된 기존 타이어 사업에서 벗어나 투자처 발굴, 신사업 개발 특명을 받은 일종의 ‘별동대’다. 벌써 성과도 냈다. 2021년 11월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캐나다 광학미세 전자기계 시스템 기업 ‘프리사이슬리마이크로테크놀로지’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광학미세 전자기계 시스템은 5G 광통신 네트워크, 자율주행 솔루션, 의료 영상 장비, 항공우주 정보통신 부품 등 활용 범위가 넓다.

인수합병(M&A) 자금도 넉넉하다. 한국타이어의 현금, 현금성 자산은 2021년 9월 말 연결 기준 2조원을 넘는다. 지분 19.49%를 보유한 한온시스템 매각이 완료되면 2조원가량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만큼 실탄은 충분하다. 한온시스템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는 보유 지분 50.5%와 한국타이어 보유 지분 19.49% 등 69.99%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인수대금은 7조~8조원대로 예상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 취임을 계기로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를 적극 주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느새 ‘조현범 체제’가 굳어졌지만 조 회장이 한국앤컴퍼니그룹 수장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 분쟁은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6월 당시 조양래 회장은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형태로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현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다. 조현범 사장은 기존 지분 19.31%에 더해 총 42.9%를 보유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남매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2020년 7월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청구를 접수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성년후견은 고령, 장애, 질병 등 정신적 제약으로 의사 결정이 어려운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돕는 제도다. 부친의 주식 매각 결정이 자발적 의사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달라는 취지다. 논란이 커지자 침묵을 지켜오던 조양래 회장이 직접 나섰다.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인 경영을 맡겼고 이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뒀다. 최근 몇 달간 가족 사이에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여러 움직임이 있어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했던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조현범 사장 후계 구도를 명확히 했다. ‘은둔형 경영자’로 불려온 조양래 회장이 스스로 입장문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사정이 다급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차녀 조희원 씨까지 장녀 편을 들면서 조현범 사장에 대항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신청과 관련해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다. 당시 조현식 부회장은 지주사 지분 19.32%, 조희원 씨는 10.82%, 조희경 이사장은 0.83%를 보유했다. 3남매 지분을 합하면 30%를 넘는 만큼 경영권 분쟁은 한치 앞을 모르는 안갯속에 빠졌다. 그러다 2021년 4월 조현식 부회장이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판세가 조현범 사장으로 조금씩 기울었고 사실상 조현범 체제로 바뀌었다.

우여곡절 끝에 조현범 사장이 그룹 회장에 올랐지만 경영권 분쟁이 잦아들지는 의문이다. 조 명예회장 정신 감정 결과에 따라 성년후견 심판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남매간 갈등 불씨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조양래 명예회장 정신 감정을 할 병원을 찾지 못하면서 재판이 계속 미뤄지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재판부가 성년후견을 받아들이면 조현범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확보한 지분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조현범 회장을 제외한 다른 남매들이 힘을 합쳐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물류 대란에 실적 부진

▷노조 파업 여진도 지속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앤컴퍼니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조현범 회장 고민이 깊다.

한국타이어 영업이익은 2016년 1조원을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나 싶었지만 이후 뚜렷한 감소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2017년 7900억원, 2019년 5429억원으로 급감했다. 2021년 3분기 영업이익도 1808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감소하는 등 전망이 밝지 않다. 천연고무 등 타이어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데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타이어 판매가 부진해 실적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가도 주춤한 양상이다. 2020년 8월 2만원대에 그쳤던 한국타이어 주가는 2021년 6월 5만원 이상으로 치솟았지만 최근 3만원대로 다시 떨어졌다. 김민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새해 글로벌 타이어 수요 증가세가 불확실해 주가가 주춤한 양상이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전기차 신차용 타이어 공급 차종을 확보하는 등 효과적인 판매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변수는 또 있다. 한국타이어가 1962년 노조 설립 이후 첫 파업을 맞으면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한국타이어 노조는 2021년 11월 24일부터 총파업을 진행했다. 사 측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현장 직원에게도 휴업 조치를 내려 대전, 금산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물류 대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타이어 공급망인 티스테이션을 비롯한 타이어 대리점이 영업 마비 상태에 빠졌다.

상황이 심상찮자 12월 17일 노사 양측이 극적으로 임금 협상을 타결해 파업이 종결됐지만 여진은 지속되는 양상이다. 찬반투표 등 조합원 동의 절차 없이 직권으로 임단협을 타결한 노조위원장이 내부 직원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해임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향후 한국타이어 노사관계가 격랑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현범 회장이 이끄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잇따른 악재에서 벗어나 국내 1위 타이어 업체 자존심을 세울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1호 (2022.01.05~2021.0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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