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리저렉션 | 18년 만에 '부활'한 매트릭스 신화

2022. 1. 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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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클릭]
액션, SF/ 라나 워쇼스키 감독/ 15세 관람가/ 147분/ 2021년 12월 22일 개봉
1999년에 혜성처럼 나타난 ‘매트릭스’는 ‘세기말 신화’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걸작이었다.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다룬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쉬지 않고 튀어나오는 철학적 사유들, 실제 현실과 가상 현실의 극명한 대비가 관객과 평론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때 모습을 극단적인 슬로우 모션으로 표현한 ‘불릿 타임’ 기법, 홍콩 영화에 영향을 받은 듯한 화려한 총격 장면들, 이 밖에 다채로운 상상을 거대한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하는 능력은 당대 으뜸이라 불릴 만했다.

‘매트릭스’ 1편에 이어 ‘매트릭스: 리로디드’와 ‘매트릭스: 레볼루션’까지, 팬들에게 ‘매트릭스 트릴로지’는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이뤘고, 숭배의 대상으로까지 군림해왔다. ‘매트릭스’의 성공은 감독인 워쇼스키 자매에게 엄청난 부와 가능성을 선물했고, 그들은 거대한 자본에 힘입어 그동안 입맛에 맞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지난날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꿈을 꾼 모양이다. 최근 개봉한 매트릭스 시리즈 네 번째 작품, ‘매트릭스: 리저렉션’을 통해서 말이다.

‘네오’ 토머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 분)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의 협상을 통해 인류를 구원한 지 어느덧 60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매트릭스’ 3부작은 현대의 시점에서는 토머스 앤더슨이 개발한 게임 이야기였고 스미스 요원(조나단 그로프 분)은 토머스의 상사다. 그러나 토머스는 자꾸만 이 현실이 실은 거짓일지 모른다는 상상에 시달린다. 늘 찾아가는 정신과 전문의는 토머스에게 언제나 ‘파란 약’을 처방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회사에 경보가 울리고, 토머스의 휴대전화로 알 수 없는 문자 메시지가 수신된다. 메시지의 인도에 따라 화장실에 들어간 토머스는, 자신을 ‘모피어스(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분)’라 밝히는 남자와 조우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남자는 ‘빨간 약’을 권유한다. 다시 한 번, 매트릭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시작이지만, 영화는 이내 철저히 무너진다. 전작이 지녔던 스타일은, 이 작품에서는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마치 녹색 필터를 씌운 것 같은 매트릭스 특유의 차갑던 색감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변했고, 액션은 평범해졌다. 철학적인 대사들은 실종되고, 납득되지 않는 캐릭터의 행동은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번 영화는 기존 매트릭스의 ‘팬픽’ 수준에 그치고 만다. 평론가와 관객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라나 워쇼스키는 새로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대신, 자꾸만 자신이 ‘매트릭스의 창조주’임을 드러내고, 확인을 받으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이미 워쇼스키가 마음껏 다루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존재가 됐다.

[라이너 유튜버 유튜브 채널 ‘라이너의 컬쳐쇼크’ 운영]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1호 (2022.01.05~2021.0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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