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리저렉션 | 18년 만에 '부활'한 매트릭스 신화
‘매트릭스’ 1편에 이어 ‘매트릭스: 리로디드’와 ‘매트릭스: 레볼루션’까지, 팬들에게 ‘매트릭스 트릴로지’는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이뤘고, 숭배의 대상으로까지 군림해왔다. ‘매트릭스’의 성공은 감독인 워쇼스키 자매에게 엄청난 부와 가능성을 선물했고, 그들은 거대한 자본에 힘입어 그동안 입맛에 맞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지난날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꿈을 꾼 모양이다. 최근 개봉한 매트릭스 시리즈 네 번째 작품, ‘매트릭스: 리저렉션’을 통해서 말이다.
‘네오’ 토머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 분)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의 협상을 통해 인류를 구원한 지 어느덧 60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매트릭스’ 3부작은 현대의 시점에서는 토머스 앤더슨이 개발한 게임 이야기였고 스미스 요원(조나단 그로프 분)은 토머스의 상사다. 그러나 토머스는 자꾸만 이 현실이 실은 거짓일지 모른다는 상상에 시달린다. 늘 찾아가는 정신과 전문의는 토머스에게 언제나 ‘파란 약’을 처방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회사에 경보가 울리고, 토머스의 휴대전화로 알 수 없는 문자 메시지가 수신된다. 메시지의 인도에 따라 화장실에 들어간 토머스는, 자신을 ‘모피어스(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분)’라 밝히는 남자와 조우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남자는 ‘빨간 약’을 권유한다. 다시 한 번, 매트릭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시작이지만, 영화는 이내 철저히 무너진다. 전작이 지녔던 스타일은, 이 작품에서는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마치 녹색 필터를 씌운 것 같은 매트릭스 특유의 차갑던 색감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변했고, 액션은 평범해졌다. 철학적인 대사들은 실종되고, 납득되지 않는 캐릭터의 행동은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번 영화는 기존 매트릭스의 ‘팬픽’ 수준에 그치고 만다. 평론가와 관객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라나 워쇼스키는 새로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대신, 자꾸만 자신이 ‘매트릭스의 창조주’임을 드러내고, 확인을 받으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이미 워쇼스키가 마음껏 다루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존재가 됐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1호 (2022.01.05~2021.0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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