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수능 정답을 계속 법원이 결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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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입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이 법원판결로 취소됐다.
2014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정답 취소 판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의심사과정에서 세 학회에 자문한 결과 두 학회는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지만, 한 학회는 내부견해가 갈려 결론을 유보했고, 16명의 고교교사와 대학교수 중 1명은 문제오류 의견을 냈다는 사실을 보면, 2014 소송 2심 판결에 비추어 정답 취소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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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입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이 법원판결로 취소됐다. 2014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정답 취소 판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2014 소송은 1심에서 수험생들이 패소했으나, 2014년 10월 2심에서 승소한 후 평가원이 상고하지 않아 정답 취소가 확정됐다. 그 후 세계지리 성적을 재산정하고 피해 학생을 추가 합격시키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손해배상 소송은 1심에서 학생들이 패소했으나 2심에서 승소했고, 평가원이 상고해 아직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022 소송은 1심에서 원고가 승소하고 평가원이 항소하지 않아 정답 취소가 조기에 확정됨으로써 그나마 혼란을 피할 수 있었다.
2014 소송 1심법원은 ‘지문이 애매하거나 불분명하더라도’ 수험생이 문제의 정답을 선택하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면서 기각했으나, 2심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이의신청 처리절차상 하자가 있었고, 출제의도에 의해 정답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정답 취소 판결을 내렸다.
2022 판결에서는 2014 판결과 달리 이의신청 처리절차의 하자는 없다고 봤지만,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는 평가원의 답변을 기각했다. 평가원의 답변은 2014 소송 2심에서 뒤집힌 1심 법원의 판결 이유와 유사했다는 점에서 평가원의 대처가 안이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의심사과정에서 세 학회에 자문한 결과 두 학회는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지만, 한 학회는 내부견해가 갈려 결론을 유보했고, 16명의 고교교사와 대학교수 중 1명은 문제오류 의견을 냈다는 사실을 보면, 2014 소송 2심 판결에 비추어 정답 취소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
판결문에는 문제풀이 과정이 상세하게 적시돼 있다. 재판관이 직접 풀었을 리는 없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법원의 자문에 응한 전문가와 평가원의 자문에 응한 전문가의 결론이 서로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
수험생의 이익을 우선한 법원의 결정은 당연했다. 교육의 전문성 영역인 수능 정답을 법원이 번복하는 사태를 초래한 평가원과 교육계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평가원장 사퇴 뒤에 숨어서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이의심사제도 후속조치를 논하는 교육부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문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수능 문항의 오류보다는 이의신청 처리절차에 집중해 교육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판결을 했으면 어땠을까. 법원은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고 보고 실체적 하자(문항의 오류)만 문제 삼았지만, 평가원이 실체적 하자를 무시한 이유를 추적하면 결국 수험생의 피해를 과소평가하고 교육당국의 책임회피에 급급했던 처분의 절차적 하자였다. 절차적 하자를 판단하는 것은 법관의 고유영역이지만 실체적 하자를 판단하는 것은 교육전문가의 몫으로 남겨야 했다.
내부적으로 절차적 하자 판단을 위한 자료 수집 과정에서 법원이 문제풀이 과정을 건너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판결문에 적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평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교육도 무너지기 때문이다. 교육전문성이 없는 법원이 문제풀이를 계속 했을 때의 부작용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평가원이 항소했다면 고법이 달리 판결할 개연성을 완전 배제하긴 어렵다. 완벽한 평가문항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교사들은 서술형 출제를 꺼리게 되고, 유사한 수능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답 관련 민원이 계속 늘어나는 일선 학교 시험의 정답 취소 소송도 예상된다. 법원이 계속 시험문제 정답풀이를 하게 된다면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한 업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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