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공격적 긴축예고..전세계 시장 흔들

뉴욕=백종민 2022. 1. 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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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 이어 한국 일본 증시도 약세
Fed, 금리인상에 강경 인플레 대응 시사
금리 인상 당기고 8.8조달러 규모 자산 축소에 시장 긴장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박병희 기자, 이민우 기자, 장세희 기자] 5일(현지시간) 공개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차단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오는 3월 금리 인상과 연내에 8조8000억달러에 이르는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QT)에 나서겠다는 입장은 Fed가 경기 부양에서 긴축으로 완전히 돌아섰음을 예고하는 만큼 증시, 채권, 환율, 가상화폐 등 완화적 통화 정책에 기반해 활황세를 보여왔던 자본시장에 확실한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증시·가상화폐 충격파…달러 강세 지속될 듯= 이날 회의록 공개 직후 미 국채 금리는 단기물인 2년·5년물은 물론 장기물인 10년·30년물까지 일제히 급등했다. 10년물은 1.7% 이상으로 치솟았다. 금리 상승은 국채값 하락을 뜻한다.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3.3%나 급락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도 4만2000달러대까지 자유낙하 했다. 6일 일본 도쿄증시에서 오전 9시56분 현재 닛케이225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6% 하락한 2만8961.58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증시도 미국발 한파를 비켜가진 못했다. 6일 오전 10시24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0.66% 내린 2934.56을, 코스닥은 1.81% 내린 991.35를 기록했다.

Fed의 예상보다 강한 매파 발언 외에 지난해 1월과 달리 거래대금이 급감한 점도 연초 증시가 상승하는 ‘1월 효과’ 부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심리가 랠리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Fed가 금리 인상에 이어 양적 긴축까지 시사하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4원 오른 1200.9원에 개장했다. Fed의 통화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연초 달러화 강세 흐름이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장가 기준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것은 2020년 7월27일(1201.2원) 이후 처음이다. 장중 12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12일(1200.4원) 이후 석 달 만이다. 다만 이후 상승폭을 줄여 이날 오전엔 1199원선에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실제로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달러 강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양적 긴축은 실제로 통화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달러 강세 압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상반기에는 1200원 선에서 안착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 역시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환율이 과도하게 오를 경우 개입할 여지를 남겼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급격한 변동성 확대가 발생할 경우 시장 안정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후 곧바로 양적 긴축 예고= 이날 공개된 12월 FOMC 의사록은 첫 금리 인상이 3월 FOMC에서 시작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Fed가 12월에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내년 3차례의 금리 인상을 전망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5월이나 6월 인상 가능성을 점쳤었다. 하지만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또는 더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마이클 레롤리 JP모건체이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금리 인상을 향해 강력하게 선회하고 있음을 확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시장도 Fed의 변화를 즉각 반영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의 페드워치도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67.8%로 추산했다.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전날과 비교해 약 8%포인트가량 늘어났다.

이날 시장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양적 긴축이다. 양적 긴축이란 양적 완화(QE)의 반대 개념으로 Fed가 양적 완화를 통해 매입한 채권을 매각함으로써 그동안 풀었던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을 뜻한다.

시마 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 수석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도 Fed가 올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금리 인상 직후 양적 긴축에 나설 수 있음을 이미 논의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시장 충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Fed의 보유 자산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년간 2배로 늘어 지난달 27일 기준 8조7575억달러에 달한다. Fed의 자산 축소는 시중 유동성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Fed가 보유한 채권 만기를 연장하지 않거나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양적 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시중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

Fed는 과거 금리 인상 개시 몇 년 후 양적 긴축을 시도했다. Fed는 2014년 10월 3차 양적 완화를 끝낸 뒤 3년간 자산 규모를 유지하다 2017년 10월에 양적 긴축을 시작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올해 상반기 기준 금리 인상 시작 이후 하반기에 곧바로 양적 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대차대조표 축소의 적절한 속도가 이전 정상화 사례보다 더 빨라질 것 같다고 언급했다.

Fed가 긴축을 서두르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6.8%에 달했다. Fed의 통상적인 물가 목표치 2%와 비교하면 인내심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도 양적 긴축이 장기 이자율을 상승시키면 차입비용이 늘고 수요가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지난해 12월 양적 긴축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2022년 여름까지 양적 긴축을 시작하면 기준금리를 많이 올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양적 긴축 규모를 약 4조달러가량으로 추산할 수 있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고용이 안정적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Fed가 조기 긴축에 나설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 고용조사업체 ADP에 따르면 12월 민간고용은 80만명이 증가해 시장 예상의 두 배에 달했다. NYT도 노동시장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Fed가 인플레이션 진화로 눈을 돌렸다고 전했다. 고용 상황이 긍정적인 만큼 인플레가 더 고착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이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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