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산책] 아이헤이트먼데이 - 월요병 치유하는 '소확행 양말가게'

허미담 2022. 1. 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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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유난히 싫었던 경험 살려 창업
연간 출시되는 양말만 200켤레
코디와의 조화 가장 크게 신경
산책로 풍경·그날의 날씨 등
일상에서 디자인 영감 얻어
에코백·파우치 등 새 아이템도 구상중
'아이헤이트먼데이' 내부 모습. 벽면에 붙여진 포스터들이 감각적인 느낌을 더한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먼데이 포비아’ 혹은 ‘월요병’. 딱히 짚이는 이유도 없이 월요일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주말 동안 자유롭고 달콤한 휴식 이후 치열한 일상 속에 다시 구속돼야만 한다는 생각이 포비아를 양산한다. 한 주의 시작을 활기차게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 한 켠에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월요병은 숙명과 같다. 월요일을 반갑게 맞이할 방법은 정녕 없을까.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있다. 지독한 월요병을 직접 앓던 인물이 월요일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만들고자 고안해냈다는 양말 브랜드 ‘아이헤이트먼데이(I Hate Monday)’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양말 브랜드 쇼룸은 패션에 관심 있는 이들은 물론, 소소한 행복을 얻고자 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인스타그래머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로도 부각된 이곳은 계정 팔로워만 해도 4만명을 넘겼다.

서울역 10번 출구에서 나와 남산타워 방향으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마주치는 깔끔한 외관의 건물이 양말 브랜드 쇼룸이자 회사다. 길가에 놓인 표지판을 비롯해 유리창 곳곳에는 월요일이 싫다는 뜻을 강력하게 어필하기 위한 ‘I Hate Monday’라는 문구가 수놓아져 있다. 쇼룸에 들어서면 커다란 타원형 테이블 위에 빼곡히 놓인 양말들을 먼저 볼 수 있다. 색이나 무늬가 서로 다른 짝짝이 양말부터 화려한 꽃무늬 양말, 정갈한 줄무늬 양말, 단정한 무지 양말 등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뚜렷한 개성을 뽐낸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오래돼 보이는 브라운관 모니터와 전화기, 연필꽂이, 포스트잇 등을 볼 수 있다. 쌓인 책들과 곳곳에 붙여진 포스트잇, 누군가 잠시 놔두고 간 듯한 안경 등은 마치 사무실 책상을 연상케 한다. 거기에 벽면 군데군데 붙여진 포스터들도 감각적인 느낌을 더한다.

'아이헤이트먼데이' 내부 모습. 다양한 종류의 양말들이 빼곡히 나열돼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한때 지독한 '월요병러'였던 홍정미 대표(37)는 ‘누구나 싫어하는 월요일을 즐겁게 해보자’는 모토를 내걸고 10년째 양말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직장인 시절 월요병을 심하게 앓았다는 홍 대표는 “회사 다닐 때 월요일이 너무나 싫었다. 쳇바퀴 같은 삶에 지쳐 ‘사표를 내야겠다’는 결심을 해놓고도, 막상 출근해서는 정신없이 일에 파묻히는 쳇바퀴 식의 일상이 따분해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직장 생활에 지루함을 느낄 무렵, 홍 대표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준 건 다름 아닌 ‘양말’이었다. 그는 어느 날 예쁜 양말을 신고 출근할 걸 생각하니 월요병이 줄어드는 것 같더란다. “그 경험 덕에 지금의 브랜드명이 탄생했다”고 했다.

소문난 양말광(狂)인 홍 대표는 양말에 맞춰 옷 스타일을 정하고, 옷보다 양말을 먼저 신을 정도로 애착을 보인다. 그는 양말의 매력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꼽았다. “저렴하지만, 그 값어치에 비해 훨씬 큰 행복을 주는 아이템”이라는 홍 대표는 “예전에는 양말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브랜드가 별로 없었고, 예쁜 양말을 파는 가게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직장인 시절 해외 출장을 가면 양말만 몇만 원어치를 사 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초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예쁘고 귀여운 양말들을 보면서 견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가 연간 출시하는 양말 종류는 200여 종이 넘는다. 수많은 양말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조화로움’이다. 그는 “아무리 예쁜 양말이더라도 자주 안 신으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생각한다. 사놓고 신지 않는 양말을 팔아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 그래서 양말을 디자인하고 제작할 때, 어떤 코디에도 잘 어울리게끔 다양한 신발과 바지에 먼저 매치해보기도 한다”고 했다.

'아이헤이트먼데이' 내부 모습. 진열된 양말들 사이로 오래돼 보이는 브라운관 모니터와 전화기 등이 보인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양말 디자인은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산책로 풍경, 그날의 날씨 등 사소한 것들이 그에겐 영감이 된다. “길을 걷다가도 파란 하늘과 노란 은행잎을 보면서 ‘저 색깔들을 양말에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양말에 초점을 맞춰 일상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힘들어했던 직장인 시절을 접고 본인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독립한 지도 어언 10년이 흘렀다. 그는 “똑같은 일상을 살았던 것 같은데 벌써 강산이 바뀌는 시점이 됐다. 재밌는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시간도 금방 가는구나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렇다면 홍 대표의 월요병은 '완치'됐을까. 답은 ‘노(No)’다. 그의 월요병 앓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홍 대표는 “월요병은 제게 이 브랜드를 계속 꾸려나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다. 그렇기에 ‘건물주가 되지 않는 이상’ 제 월요병은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독립기업의 대표가 됐기에 이제는 월요일이 되면 온갖 경영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인 만큼 월요병을 치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이제 양말 외에 월요일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다. 홍 대표는 “원래는 ‘양말만 잘하자’는 생각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월요일에 소소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더 다양한 아이템들을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에코백이나 파우치 등 작은 행복을 줄 수 있는 아이템들로 구상 중이라고 한다.

여전히 월요병을 가진 그는 월요병을 앓는 많은 이들에게 예쁜 양말 한 켤레가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작으나마 위안이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월요일이든 화요일이든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재미나면서도 편안한 브랜드의 양말을 신고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어차피 나에게 닥칠 미래를 피할 수 없다면 일상 가까이에 숨어 있는 소소한 재미와 행복으로 치환해보는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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