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난' 삼성화재의 극적 승리, 감독도 눈물

윤현 2022. 1.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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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풀세트 접전 끝에 한 달 만의 승리로 5연패 탈출

[윤현 기자]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외국인 공격수 카일 러셀
ⓒ 삼성화재 배구단 홈페이지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가 기나긴 연패의 사슬을 끊고 새해 첫 승리를 거뒀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는 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4라운드 KB손해보험과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19-25 25-23 25-27 25-18 16-14)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12일 한국전력과의 승리를 마지막으로 5연패의 늪에 빠지며 '꼴찌' 7위로 추락한 삼성화재는 거의 한 달 만에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더구나 상대가 선두 경쟁을 벌이는 KB손해보험이었기에 더욱 값진 승리였다. 이로써 8승 13패, 승점 24를 기록한 삼성화재는 6위 OK금융그룹과의 승점 차를 1점으로 줄였다.

이와 반면에 KB손해보험은 눈앞의 승리를 아깝게 놓쳤으나, 다행히 빈손은 아니었다. 접전 끝에 두 세트를 따내면서 승점 1을 획득하며 11승 9패, 승점 37로 대한항공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범실로 무너진 1세트, 오히려 '약'이 되다 

최근 5경기에서 내리 패배를 당하며 겨우 두 세트만 따냈을 정도로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던 삼성화재는 이날도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상대는 선두 탈환을 노리는 KB손해보험이었고, 부담감에 짓눌린 듯 범실을 쏟아냈다.

우려한 대로 삼성화재는 1세트에서만 무려 8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스스로 무너졌다. 공격을 이끈 카일 러셀이 6점을 올렸으나, 범실 때문에 빛이 바랬다. 노우모리 케이타와 한성정의 공격을 막지 못한 삼성화재는 1세트를 19-25로 무기력하게 내주면서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역시나'로 바뀌는 듯 했다.

그러나 2세트에서 러셀이 살아나며 반격에 나섰다. 줄곧 쫓아가는 입장이었다가 11-11 동점을 만든 뒤 역전에 성공했다. KB손해보험도 케이타의 서브 에이스를 포함해 3연속 득점으로 추격했지만, 삼성화재는 세트 포인트에서 러셀의 오픈 공격으로 마무리했다. 러셀은 2세트에 11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3세트에서는 이날 첫 듀스 접전이 벌어졌다. 삼성화재는 막판까지 잘 버텼으나 또다시 범실이 발목을 잡았다. 24-24에서 황경민의 공격 범실로 점수를 내준 뒤 케이타의 오픈 공격과 서브 에이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3세트를 내줬다.

궁지에 몰린 삼성화재는 범실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과감한 공격보다는 안정된 리시브를 바탕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 작전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빨리 경기를 끝내고 싶었던 KB손해보험이 오히려 공격을 서두르다가 범실을 12개나 저질렀고, 이는 고스란히 삼성화재의 득점이 되었다. 

경기 시작 때는 벤치에 앉아있다가 교체 출전한 센터 한상길의 블로킹까지 터지면서 삼성화재는 더욱 기세가 올랐고, KB손해보험이 추격을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인 끝에 4세트를 25-18로 압도하며 따내면서 5세트로 갈 기회를 얻었다.

연패 끊어낸 귀중한 승리, 실력일까 행운일까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 선수단
ⓒ 삼성화재 배구단 홈페이지
 
마지막 5세트는 승패가 걸린 대결답게 팽팽했다. 삼성화재가 1~2점 차로 앞서나가다가 한상길의 네트터치 범실에 이어 러셀의 오픈 공격이 상대의 블로킹에 막히면서 양 팀은 동점이 됐고, 결국 또다시 듀스로 이어졌다.

삼성화재는 역전까지 당하며 13-14로 벼랑 끝에 몰렸다. 케이타의 공격이 성공하며 경기가 끝나는 듯했으나, 비디오 판독으로 케이타의 센터라인 침범 반칙을 잡아내면서 다시 14-14 동점을 만들었다. 치명적인 실수로 흔들린 케이타는 또 공격 범실을 저질렀고, 매치포인트를 잡은 삼성화재는 안우재가 케이타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16-14로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머쥔 삼성화재의 고희진 감독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숨기지 못했다. 러셀이 35점을 올렸고, 황경민도 13점을 보태며 두 공격수가 48점을 합작했다. KB손해보험의 케이타는 올 시즌 3번째 트리플크라운(한 경기 서브·블로킹·백어택 각 3점 이상)을 기록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지난 시즌에도 최하위에 머물렀던 삼성화재는 올 시즌 도약을 기대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KB손해보험 등 우승 후보들과의 객관적 전력 차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연패를 당하는 동안 함께 하위권을 이뤘던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은 트레이드와 군 제대 선수 복귀 등으로 전력을 강화해 중위권 도약에 성공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올 시즌이 이제야 반환점을 돌았다는 것과, 남자부 순위 경쟁이 워낙 치열해 2~3경기 연승만 거둬도 충분히 순위 바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화재도 아직 기회가 있다. 더구나 선두 KB손해보험을 꺾은 것은 바닥까지 떨어진 삼성화재 선수들의 자신감을 다시 일으킬 절호의 기회다.

공교롭게도 오는 9일 맞붙을 다음 상대는 KB손해보험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한항공이다. 삼성화재로서는 '산 넘어 산'인 셈이다. 치열한 접전 끝에 거둔 이날 승리가 삼성화재의 진짜 실력일지, 아니면 잠깐의 행운일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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