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세터가 둘' 도로공사, 물 샐 틈이 없다

양형석 2022. 1. 6. 09: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로배구] 이윤정-이고은 세터 번갈아 투입, 5일 페퍼 꺾고 12연승 질주

[양형석 기자]

도로공사가 페퍼저축은행을 15연패로 몰아 넣으며 12연승을 내달렸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5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페퍼저축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6, 25-17, 25-16)으로 가볍게 승리했다. 토털스코어가 75-49까지 벌어졌을 정도로 시종일관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도로공사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개막 직후 세웠던 이번 시즌 최다 연승 기록(12연승)과 타이를 만들었다(16승 4패, 승점 45점).

도로공사는 이날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박정아가 12득점, 케이시 켈리, 배유나가 나란히 10득점, 최고참 정대영이 블로킹 5개를 포함해 8득점, 문정원이 7득점, 전새얀이 6득점으로 고른 활약을 펼쳤다. 특히 4라운드 들어 도로공사가 보여주고 있는 최대강점은 이윤정 세터와 이고은 세터가 번갈아 코트를 밟으며 서로를 보완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세터진이 안정됐다는 사실은 팀의 기복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효희 은퇴 후 이고은 영입으로 세터 보강
 
 이고은 세터는 이효희 세터 은퇴 후 4년 만에 도로공사에 복귀해 주전세터로 활약했다.
ⓒ 한국배구연맹
 
2013년 트레이드를 통해 이재은 세터(대구시청)를 KGC인삼공사로 떠나 보낸 도로공사는 2013-2014 시즌 지독한 세터난에 시달렸다.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차희선 세터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재은과 이보람을 인삼공사로 보내며 얻은 신인 지명권으로 선발한 루키 이고은 세터 역시 경험부족을 드러냈다. 결국 도로공사는 2013-2014 시즌이 끝난 후 FA 시장에서 현역 국가대표인 베테랑 세터 이효희(도로공사 코치)를 영입했다.

인삼공사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IBK기업은행 알토스에서 우승반지를 차지한 '우승청부사' 이효희 세터가 합류한 이후 도로공사의 세터진은 안정을 찾았다. 이효희가 주전으로 활약한 도로공사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이원정 세터(GS칼텍스 KIXX)까지 합류하면서 세터진이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2017-2018 시즌 도로공사는 드디어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통합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던 이효희 세터는 2019-2020 시즌이 끝난 후 은퇴를 선언했고 도로공사는 다시 세터 자리에 고민이 생겼다. 물론 이효희 세터의 은퇴는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연속 백업으로만 활약하던 이원정 세터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원정 세터는 혼자서 주전세터로 한 시즌을 소화했던 경험이 없었고 젊은 나이에 비해 부상도 잦은 편이다(이원정은 GS칼텍스 이적 후에도 현재 부상으로 결장 중이다). 

결국 김종민 감독은 이고은과 안혜진을 보유한 GS칼텍스의 '절친' 차상현 감독에게 트레이드를 제안했고 양 팀은 이고은과 한송희가 도로공사로 이적하고 유서연과 이원정이 GS칼텍스 유니폼을 입는 2: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사실 팀의 넘버원 벤치멤버였던 유서연과 주전급 백업세터 이원정을 모두 내주는 것은 도로공사에게 다소 손해였지만 주전세터가 급했던 도로공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4년 만에 도로공사로 복귀한 이고은 세터는 지난 시즌 도로공사의 주전세터로 활약하며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세트당 10.11개의 세트성공을 기록했다. 특히 이고은 세터는 백업세터 안예림의 경험부족으로 지난 시즌 6개 구단 주전 세터 중에서 가장 많은 3357회의 토스를 시도했다. 비록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승점 1점 차이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지만 김종민 감독의 세터 고민을 덜어준 이고은 세터 영입은 분명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윤정 세터 등장으로 세터 부자된 도로공사
 
 주전 출전 이후 아직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이윤정 세터는 이번 시즌 신인왕 레이스에서 사실상 적수를 찾기 힘들다.
ⓒ 한국배구연맹
 
이고은 세터 영입 이후 도로공사의 세터 고민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주전세터 혼자 한 시즌에 3000번 이상의 토스를 시도하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도로공사는 작년 9월에 있었던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수원시청에서 활약하던 이윤정 세터를 지명해 세터진을 보강했다. 물론 당시만 해도 백업 정도의 역할을 기대했던 이윤정 세터가 현재 도로공사의 운명을 바꿀 거라 예상한 배구팬은 아무도 없었다.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이고은 세터가 주전으로 나섰지만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4승 4패로 만족스런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김종민 감독은 2021년 11월 21일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윤정 세터를 주전으로 투입했는데 도로공사는 이윤정 세터가 주전으로 출전한 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파죽의 12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그렇게 이윤정 세터는 도로공사의 '승리요정'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선전하던 이윤정 세터도 31일 기업은행전에서 토스가 급격히 흔들렸고 이고은 세터가 경기 초반 교체 투입됐다. 이윤정 세터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벤치로 밀려났던 이고은 세터는 오랜만에 투입된 경기에서 안정된 토스워크와 날렵한 수비를 선보이면서 지난 시즌 주전세터다운 실력을 과시했다. 특히 이고은 세터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 기업은행전이 끝난 후 이번 시즌 처음으로 수훈선수 인터뷰를 했다.

5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는 앞선 기업은행전에서 흔들렸던 이윤정 세터가 명예회복(?)에 나섰다. 이윤정 세터는 팀이 켈리와 박정아라는 걸출한 쌍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주포들에게 공격을 의존하지 않고 여러 선수들에게 골고루 공을 올리며 흔들렸던 감각을 회복했다. 실제로 이날 도로공사는 공격점유율 25%를 넘긴 선수가 한 명도 없었고 교체 선수 전새얀까지 두 자리 수 공격점유율(15.12%)을 기록했을 정도로 고른 공격 분배가 돋보였다.

3라운드까지 이고은과 이윤정은 한 선수가 주전으로 나오면 나머지 한 선수는 벤치로 밀려나 경기 출전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두 선수 모두 코트에 들어왔을 때 충분히 제 몫을 해줄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올라왔다. 다시 말해 도로공사는 세터의 컨디션 저하로 전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위험부담을 줄여 시즌 내내 강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기량이 비슷한 주전급 세터 둘을 보유하고 있는 도로공사의 커다란 강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