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위기땐 한국도 위기..미·중 사이 선택의 순간 온다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인기 소설이자 미국 드라마인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나오는 문구다. 2022년 한국의 안보 상황에도 겨울이 성큼 다가올 수 있다.
◆대만 사태=‘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개념으로 미·중 신냉전을 예견한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일찍이 대만을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지목했다. 1995년 대만해협에서 벌어진 중국의 미사일 시위 같은 상황이 미·중 충돌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만 위기가 곧 한반도 위기”라고 경고한다.
대만 사태에 대해선 ▶중국의 대만 본토 침공 ▶진먼다오(金門島)·둥사(東沙) 군도 등에 대한 국지전 등 두 가지 시나리오가 주로 언급된다.
먼저 미군의 작전계획상 대만에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주일미군과 괌 주둔 미군이 나서지만 최근엔 주한미군 차출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오산 공군기지에서 대만까지 거리는 약 1600㎞로, 항공기로 2시간이면 닿는다.
사태가 급박해지면 공군력 지원에만 머물지 않을 공산이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최악의 경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잘 훈련된 주한미육군(2사단)이 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례도 있다. 지난 2004년 이라크전 때 주한 미2사단 보병여단은 중동으로 파병됐다. 이와 관련,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연말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한·미가 새 작전계획에 중국 대응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 우려스러운 상황은 한국군 지원 요청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만 사태가 차기 정부에 “시험대가 아니라 단두대가 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한·미동맹은 명시적으로 북한뿐 아니라 지역 정세 불안정과 위협에 대응하게 돼 있다. 군 고위관계자는 “동맹의 본질은 위기 상황 발생 시 상호 원조”라면서 “지난 수십년간 북한을 가정한 한·미 연합 상륙훈련은 검증된 능력이어서 미국은 유사시 이런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대만 사태를 틈타 도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선 중국의 지원 없이 군사작전을 감행하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기 위해 무력 도발을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술핵 위협=북한은 핵 무력을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북한을 지키는 무기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1월 김 위원장은 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은 핵 선제타격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미국에 핵전쟁을 먼저 건다면 곧 북한 정권의 패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술핵은 셈법이 전혀 다르다. 북한은 핵이 없는 한국과 일본을 전술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 함형필 외교부 국방협력관은 ‘북한의 핵전략 변화 고찰: 전술핵 개발의 전략적 함의’에서 “북한이 전술핵능력을 추구하고 있다면 이는 한반도 안보지형에 대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술핵은 적의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는 핵무기다. 전략핵보다 사거리가 짧고 위력이 약한 핵무기로 본다. 전술핵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순항미사일은 물론 곡사포로도 쏠 수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앤킷 팬더 선임연구원은 ‘무장결정: 김정은과 전술핵’에서 “전술핵은 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언급한 맥락을 보면 미래의 계획이 아닌 이미 이룬 성과”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전술핵을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시나리오 가운데 일부 전술핵 카드에 들어맞는 게 있다. 우선 핵무기로 협박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를 강요할 수 있다. 또 서해 5도 중 한 곳을 점령한 뒤 한국이 탈환하려 할 경우 핵무기로 이를 단념토록 할 수 있다. 서울을 핵 인질로 삼고 주요 도시에 대한 핵 공격을 벌여 주한미군을 철수하도록 만드는 방법도 있다. 전면전에서 군사·정치적 목표물을 핵 타격한 뒤 한국의 항복을 받아내거나 핵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위협해 한·미의 반격을 막을 수 있다.
또 다른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재래식 전력의 핵억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방종관 한국국방연구원(KIDA) 객원연구원은 “결국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철재·김상진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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