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만에 미사일 쏜 북한, 대선정국 존재감 과시 노렸나

박현영 2022. 1. 6. 0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로 2022년을 시작했다.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0분쯤 북한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 쪽으로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 한 발이 발사됐다. 올해 들어 북한의 첫 무력시위로 지난해 10월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이후 78일 만이다.

합참은 “포착된 제원의 특성을 고려해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발사 장소와 정점 고도, 사거리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통상적인 탄도미사일 궤도라면 약 500㎞를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날 오전 8시23분쯤 북한의 발사체가 동해상에서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발사에 대한 중앙일보 질의에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위협”이라면서도 “우리는 북한에 대해 외교적인 접근에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이 대화에 참여하도록 촉구한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이날 북한 발사체의 궤도가 통상의 탄도미사일과 다르기 때문에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탄도미사일이라면 발사 뒤 상승해 정점 고도를 찍은 뒤 내려오는 궤도를 그리지만, 5일의 발사체는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근 1년 북한 미사일 발사 일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와 관련, 북한이 지난해 9월 28일 첫선을 보였던 화성-8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다시 시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극초음속은 마하 5(시속 약 6125㎞) 이상의 속도다. 화성-8형은 최대사거리 5000㎞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에 오징어와 비슷한 모양의 탄두부를 단 미사일이다. 정점 고도를 지나면 탄두부가 글라이더처럼 미끄러져 비행한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화성-8형을 다시 쐈다면 북한은 지난해 9월 분리 후 하강을 중점적으로 검증했고, 이번엔 최고 속도를 낼지 시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종전선언은 물론 지난 1일 탈북자 월북 사태와 관련해서도 침묵을 지켰다. 지난 1일 올해 신년사 격으로 공개한 당 전원회의(8기 4차) 결정문에서도 “다사다변하다”며 대남 메시지를 아꼈다. 하지만 이날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국의 대선 격변기를 맞아 안보 공백을 노리는 북한의 속내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북한은 2012년 대선을 코앞에 둔 그해 12월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발사체인 은하-3호를 시험발사했다.

이번 발사가 대선 이후를 노린 대남 압박 통지문 성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요구했던) 이중 기준 철회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동시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압박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미사일 발사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한국과 미국에 다양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이철재·김상진·정영교 기자 seajay@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