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불어넣는 탯줄.. '대한민국 배꼽'에서 중심을 보다

남호철 2022. 1. 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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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정중앙' 강원도 양구의 매력
강원도 양구군 국토정중앙천문대 위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배꼽을 인체의 중심으로 봤다. 우리 국토의 배꼽(정중앙)은 강원도 양구다. 경북 울릉군 독도(동), 평북 용천군 마안도(서), 제주도 서귀포시 마라도(남), 함북 온성시 유포면(북)을 4극 기준점으로 삼아 선을 그으면 만나는 지점이 양구군 국토정중앙면(옛 남면) 도촌리다.

2001년 국립지리원이 섬까지 포함한 우리나라 4극점을 기준으로 측량해 ‘동경 128도 2분 2.5초, 북위 38도 3분 37.5초’가 정중앙임을 확인했고, 그 위치가 ‘배꼽마을’ 도촌리 산 48번지다. 봉화산 기슭에 대한민국 정중앙을 상징하는 휘몰이탑이 있다. 국토 정중앙 점 안내판을 따라 20분쯤 완만한 오솔길을 지나면 휘모리탑이 보인다. 탑 안에 배꼽 모양 옥석이 놓였다.

휘모리탑에서 내려오면 발걸음은 국토정중앙천문대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중심에서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국토의 정중앙점 부근에 건설된 천문대다. 주망원경인 구경 800mm 반사망원경으로 별자리와 태양을 관측할 수 있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양구읍 파로호 내 한반도섬. 아래쪽 제주도와 오른쪽 울릉도·독도도 뚜렷하다.


양구읍 고대리에 국토의 중심이라는 점을 내세운 한반도섬이 있다. 1944년 5월 화천댐 건설로 만들어진 호수 파로호에 국내 최대인 27만㎡ 규모로 만든 인공섬이다. 양구와 화천에 걸쳐 있는 파로호는 6·25전쟁 화천전투 때 북한군과 중공군 수만 명이 수장된 곳이라 해 파로호(破虜湖·오랑캐를 깨뜨린 곳)로 불린다. 양구읍 동수리 동수고개 정상에 설치된 한반도섬 전망대에 오르면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한반도를 눈에 담을 수 있다.

한반도섬은 무단 경작으로 인한 부영양화와 쓰레기 불법 투기로 몸살을 앓았다. 이곳에 소형 보를 설치하고 습지를 조성한 뒤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한반도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세 곳이다. 동해와 남해, 그리고 두만강을 통한다. 동해를 통해 들어가는 길은 울릉도와 독도를 차례로 지나 강릉 부근에 상륙한다. 두만강을 건너면 작은 둔덕 위에 백두산 비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해를 건너면 한라산 백록담 모형이 반긴다.

섬 둘레에는 양구(楊口)라는 지명처럼 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부터 제주도 돌하르방까지 각 지역의 위치를 반영해 세운 상징물이 동네를 대표한다. 한반도 가장자리를 따라 넉넉히 잡아 30분 만에 백두에서 한라까지 최단 시간 국토종주가 가능하다.

한반도섬 남쪽 동수리에는 2012년 ‘이해인 시문학관’으로 문을 연 ‘인문학박물관’이 있다. 실향민 출신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인 김형석 교수와 고 안병욱 교수 애장품과 유품을 전시하는 ‘철학의 집’도 이웃하고 있다.

한반도섬 북쪽 하리에 양구선사박물관이 자리한다. 파로호 수몰 지역인 상무룡리에서 출토된, 10만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구석기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선사시대 생활상을 체험해볼 수 있다.

박수근 동상 옆에서 편안하게 바라보는 박수근미술관.


서민의 삶을 그린 화가 박수근이 태어나 자란 양구읍 정림리 생가터에 세운 박수근미술관도 둘러봐야 한다. 성처럼 둘러쳐진 돌담벽과 길게 뒤로 돌아 들어가는 출입구가 이색적이다. 곧장 전시실에 들어가지 말고 자작나무 숲과 빨래터를 지나 박수근 동상부터 만나는 게 좋다. 빨래터라 불리는 작은 개울을 건너면 앉아 있는 박수근 동상을 만난다. 그 옆에 앉아 미술관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박수근이 즐겨 그린 나무는 잎이 다 떨어져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겨울나무’다.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의 모델이 된 나무는 양구읍내 양구교육지원청 뒷동산에 있다. ‘박수근 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수령 300년 된 느릅나무다.

조선 청화백자는 15세기 처음 만들어졌으며 19세기 후반까지 왕실 주도의 관요(官窯) 체제를 통해 제작돼 왕실과 사대부, 문인 지식층, 부유층만 향유할 수 있었다. 강원도내 청화백자의 중심은 양구다. 고려 때부터 도자기 생산지로 주목받은 곳으로 1391년 이곳에서 제작된 백자는 보물 제1925호로 지정됐다.

강원도내 청화백자의 중심에 자리한 양구백자박물관.


방산면에 양구백자박물관이 있다. 8160㎡ 규모에 전시실과 체험실, 뮤지엄 숍, 영상실 등을 갖췄다. 소장 작품 감상은 물론 100개 이상 구울 수 있는 가마를 직접 볼 수 있다. 영상실에서는 조선 백자의 탄생과 역사, 백자 속에 담긴 그림들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여행메모
특산물 시래기 활용한 음식 다양
정중앙천문대~휘몰이 1㎞ 거리

강원도 양구는 최전방 오지로 인식된다. 하지만 양구까지 가는 길은 의외로 수월하다. 춘천역에서 약 45㎞,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춘천에서 2012년 뚫린 배후령터널을 비롯해 7개 터널을 통과하면 양구읍내로 접어든다.

양구읍 파로호 인근에 양구 KCP호텔이 깔끔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하는 비즈니스호텔급 체인브랜드인 ‘베니키아’ 가맹 호텔이다. 남면 대암산 자락 아래 광치자연휴양림도 인기다.

양구의 특산물은 시래기다. 양구산 시래기로 다양한 음식을 내는 맛집이 많다. 시래기닭찜, 시래기정식 등을 맛볼 수 있다. 가마솥에 장작불로 만든 손두부와 두부전골도 영양식이다. 사골국물에다 콩물을 섞어 끓여내는 콩탕도 별미다.

천문대는 특성상 관람 시작 시간이 늦다.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관람료는 어른 6000원, 어린이·청소년·군인 3000원이다.


국토정중앙천문대에서 휘몰이탑(사진)까지는 약 1㎞ 거리다. 안보관광지인 을지전망대, 제4땅굴 등은 운영되지 않는다. 파로호 수면 위를 날아서 한반도섬에 도착할 수 있는 ‘한반도 스카이’ 집라인도 쉬고 있다.

양구=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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