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몸 으슬으슬, 콧물 살짝..이럴 때 당기는 육개장 칼국수

한재동 2022. 1. 5. 14: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오래] 한재동의 아빠는 밀키트를 좋아해(5)


육개장 칼국수
올해로 마흔이 되었다. 아무리 어려 보이게 하고 다닌들 이제는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중년이 된 것이다. 사실 새해에 한 살 더 먹었다고 새삼 중년이 되었다기보다, 밤을 새우거나 회식하고 난 뒤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면서 스스로 중년이 되었음을 받아들였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예전 같지 않은 체력에 세월의 무상함도 느끼지만, 그보다 스스로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와인을 3잔 이상 먹으면 두통을 동반한 숙취가 온다거나, 피자치즈가 들어있는 음식을 먹으면 배앓이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그중 감기 신호에 매우 민감해졌는데, 몸이 으슬으슬하고 콧물이 살짝 나오는 등의 신호가 오면 바로 비상사태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다. 그대로 두면 거의 백 퍼센트 코감기를 동반한 감기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 감기약 광고에서 본 문구인데, 감기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초기감기 증상이 있을 때는 바로 대응하는 나만의 비책을 가지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해보았을 텐데, 뜨끈한 국물 요리와 쌍화로 시작하는 한방 음료를 먹고 온열 기계를 동반한 숙면을 취하는 것이다. 며칠 전 육개장 칼국수 밀키트를 발견한 날도 때마침 몸이 으슬으슬하던 차였다.

육개장 칼국수는 얼큰한 국물에 두툼한 칼국수가 말아져 있다. [사진 SSG]


밀키트 코너에서 얼큰한 국물에 두툼한 칼국수 면이 들어간 육개장 칼국수 포장지를 보는 순간 몸이 원하고 있음을 느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몸이 안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감기 기운이 있는 표정으로 이걸 먹어야만 한다는 의견을 아내에게 전달했다. 신제품이라서 때마침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었기에 저렴하게 구매했다.

■ 육개장 칼국수 밀키트 조리법


① 대파를 물에 닦아서 세로로 반을 자른다.
② 냄비에 고추향미유를 넣고 대파를 넣어 1분간 볶는다(젓지 말고 살짝 태우면 불향이 난다)
③ 파우치 양념을 넣고 따뜻한 물 500mL를 넣고 끓기 시작하면 4분 정도 더 끓인다.
④ 끓는 물 1500ml정도에 생칼국수를 5분정도 넣고 삶고 체로 건져 물기를 뺀다.
⑤ 그릇에 면을 담고 끓여둔 육개장을 부어 완성한다.

육개장 국물은 상당히 매콤했다. 사실 면을 육개장에 넣고 끓이는 게 아니라 따로 삶아서 뒤에 국물을 붓는 방식이라, 국물이 면에 배지 않을 것을 걱정했으나 기우였다. 면 위에 육개장을 소스처럼 붓고 큼지막하게 잘린 대파와 결대로 잘린 소고기를 한 젓가락 입에 넣으니 간이 딱 맞았다. 면을 반 정도 남았을때 같이 끓이면 면에 더 국물맛이 밸까 싶어 끓여보았지만, 처음과 큰 차이는 없었다. 역시 전문가들이 만든 레시피대로 먹는 게 답인 것 같다.

레시피에는 대파를 저어주지 말고 살짝 태우면 불 향이 난다는 말이 있었는데, 조리가 다 끝나고 나서야 발견했다. 대부분의 밀키트는 무엇인가를 볶을때 보통 타지 않게 주의하라고 되어 있기에 열심히 휘저어서 대파가 하나도 타지 않았다. 뭐 불 향은 없었지만 다행히 맛은 좋았다. 그러고 보니 전자기기든 밀키트건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는 편인 것 같다. 더구나 요즘은 뭐든 유튜브로 검색한다. 신기하게도 웬만한 레시피부터 조립법까지 영상으로 다 만들어져 있다. 세상엔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육개장 칼국수. [사진 한재동]

밀키트는 2인분이었지만 면은 몇 젓가락 만에 끝이 났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레시피 한구석에 ‘셰프의 팁’이라는 코너에 면을 다 먹고 나면 밥을 말라고 적혀있었다. 물 500mL와 육개장 원액 소스를 같이 끓였기에 국물의 양도 매우 푸짐해서 밥을 말아 먹기에 충분했다.

라면의 백미가 면을 다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순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국에 밥 말아 먹는 것을 좋아한다. 역시나 육개장 칼국수의 하이라이트도 밥을 말아 한 수저 입에 머금는 순간이다. 쫀득한 생 칼국수도 좋았지만 밥알 하나하나에 진한 육개장 국물이 스며든 국밥의 맛은 매우 진국이었다. 가격은 제법 있는 편이지만 면과 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만약 혼자서 이 밀키트를 먹는다면 면을 먼저 먹고, 국물을 반 정도 얼려두었다가 밥을 말기를 권한다. 국물 양이 상당해서 후일 또 한 번 밥을 말아 먹을 수 있다.

예전에 모시던 팀장님이 모친상을 당해서 군산에 내려갔다가 3일간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적이 있다. 직속 상사이기에 조문은 갔지만 몇일이나 있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운구할 직원이 필요하다고도 하고 팀원들이 꽤나 남아있는 분위기에 휩쓸려 그리 되었다. 요즘에는 보기 힘든 장면이지만 그 당시는 회사가 좀 경직된 분위기이기도 했고, 솔직히 승진 연차에 팀장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혹독한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2주 만에 7kg 정도를 뺀 뒤였는데, 장례식장에서 삼 일 밤낮 육개장으로 끼니를 때우고 이것저것을 주워 먹다 보니 집에 돌아오니 몸무게는 원상 복귀 되어있었다. 다이어트의 결과는 의례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지만, 육개장을 비롯한 고칼로리 장례식장 음식의 위력을 알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익숙한 체중계 숫자 앞에서 많은 후회를 했지만, 그 삼일간의 장례식장 음식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쪘을 것이다. 차라리 맛있었던 장례식장 육개장의 추억이라도 건졌으니 다행이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