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군지휘관들의 오판에 월북 가능했다

양낙규 2022. 1.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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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발생한 탈북민 김모씨 월북사건 당시, 현장 지휘관들은 '월북'이 아닌 '귀순'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비태세검열실장 등 17명을 투입해 사건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월북한 김씨는 1일 오후 12시 51분에 일반전초(GOP)철책을 넘는 모습이 우리 군 CCTV 카메라에 포착됐다.

합참이 김씨의 월북사건을 인지한 것도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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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지난 1일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발생한 탈북민 김모씨 월북사건 당시, 현장 지휘관들은 ‘월북’이 아닌 ‘귀순’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방 지휘관들이 상황을 오판한 탓에 김씨 신병 확보 등 대처가 늦어진 셈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비태세검열실장 등 17명을 투입해 사건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월북한 김씨는 1일 오후 12시 51분에 일반전초(GOP)철책을 넘는 모습이 우리 군 CCTV 카메라에 포착됐다. 하지만 당시 CCTV 감시병은 이 장면을 놓쳤다. 감시병들은 상황 발생 당시 CCTV 카메라에 식별된 물체가 매우 흐릿하고 감시 카메라의 사각지역 발생 등의 문제로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또 경보음이 울려 소대장 등 6명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철책 손상 여부만 점검한 채 ‘이상 없다’고 보고했다.

군의 GOP 감시카메라 3대에는 A씨가 남측 철책을 기어오르고 넘어가는 장면, 북측 철책을 넘어 갈대밭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잡혔다. 그러나 해당 부대는 이후 녹화된 영상을 재생했을 때도 A씨가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실을 또 놓쳤다. 녹화영상 재생 시 저장 서버에 입력된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이 차이가 나 월책하는 장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특이상황이 아니라고 오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이 철책을 넘어간 시간의 영상을 들여다본 것이 아니라 엉뚱한 시간대의 영상을 돌려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근무 지침상 하루 두 차례 장비의 시간을 서로 맞추는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4분가량 (서버에 기록된 시각과 실체 촬영 시각 간) 차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당 대대의 지휘통제실장은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한 뒤 상급 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이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결과적으로 김씨가 DMZ까지 올라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벌어줬다. 김씨는 오후 9시17분쯤 비무장지대(DMZ) 내 우리 측 ‘보존 감시초소(GP)’ 인근 열영상장비(TOD)에 포착됐지만 당시 대대장은 월북자가 아닌 귀순자로 생각했다. 합참이 김씨의 월북사건을 인지한 것도 이때다. 대대장의 오판탓에 초동조치가 늦어지면서 김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49분쯤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

군은 김씨의 대공 용의점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당초 월북자가 MDL을 넘어간 직후 북한 쪽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 4명이 TOD에 식별됐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북한 측에서 월북자를 마중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합참은 “2일 0시 43분경 미상인원 4명의 모습이 TOD에 식별됐지만 약 4분후 월북자가 동북방향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간격과 이동방향이 달라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씨 월북에 대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20년 7월 탈북민 김모(26)씨가 월북했을 때는 4~5일 만에 개성을 봉쇄하고 정치국 비상회의를 소집, 코로나 방역 경보를 내린 적이 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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