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헝가리와 FDI

김혜원 2022. 1. 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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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일주일 후 찾은 부다페스트는 열기가 남아 있었다.

잔잔한 부다페스트가 들썩인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헝가리를 방문한 이유도 있겠지만 숨은 주역은 한국 기업이다.

HIPA 통계를 보면 헝가리에만 크고 작은 한국 기업 261곳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2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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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일주일 후 찾은 부다페스트는 열기가 남아 있었다. 잔잔한 부다페스트가 들썩인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헝가리를 방문한 이유도 있겠지만 숨은 주역은 한국 기업이다. 한 교민은 우리 기업이 헝가리에 동시다발적으로 신증설하고 있는 공장이 최소 14개라고 전했다. 1000명이 채 안 됐던 교민 수는 5~6배 늘었다고 한다.

정확한 수치를 문의하고자 찾은 헝가리 투자청(HIPA) 홈페이지 첫 화면에 ‘KOREA’ 헤드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이 2021년 헝가리 외국인직접투자(FDI) 톱에 올랐다’는 내용의 뉴스다. 요약하면 한국은 지난해 헝가리에 28억유로(약 3조8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고 이로 인한 고용 창출 효과가 3500명에 달한다는 거다. 한국이 대(對)헝가리 FDI 1위 국가에 오른 것은 2019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종래에는 인근 국가 독일의 몫이었다. 헝가리 제조업 경기를 지탱하는 자동차 산업에 독일이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저렴한 인건비 덕분에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대 명차 브랜드가 제조 공장을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기업 역시 친환경차 바람이 거센 유럽 자동차시장의 미래를 보고 헝가리를 교두보 삼아 투자한 경우다. 분위기를 주도한 곳은 삼성SDI와 SK온(옛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등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다. 삼성·SK·롯데 등 대기업 외에도 인지컨트롤스, 범천정밀, 성일하이텍, 상아프론테크, 에코프로비엠 등 중소·중견기업이 헝가리에 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을 지었거나 지을 예정이다. HIPA 통계를 보면 헝가리에만 크고 작은 한국 기업 261곳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2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시장 자체로만 투자 유인 요소일 수는 없다. SK온 배터리 헝가리 법인장은 월 최저임금 80만원 안팎의 낮은 인건비와 노동의 품질 외에 HIPA의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도가 투자의 결정적 이유라고 했다. 실제 헝가리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외국인투자 기업에 각종 보조금을 지원하는 체계가 어느 국가보다 잘 갖춰져 있다. 신규 설비 투자는 물론, 고용 창출이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에 최근에는 코로나19 지원금까지 다양한 보조금이 있다. 외국인투자 비율 30% 이상 투자에 대해 자금의 일부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해 지원하는 우리나라 현금 지원 제도와 유사하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600억원에 불과한 한국의 외국인투자 기업 지원 예산과 달리 헝가리에서는 한 개의 기업이 한 건의 투자에 수천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아가는 경우도 많다.

헝가리에 해외 첫 양극재 공장을 설립할 예정인 에코프로비엠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공장을 찾은 SK온 협력사 인지컨트롤스도 모두 HIPA와 보조금 건에 관해 긴밀히 협상 중이다. 문제는 아는 만큼 돈을 더 받아가는 구조에 있다. 미클로쉬 코르부스 컨설팅 대표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 오랜 노하우가 쌓인 유럽 기업은 투자비의 최소 30% 이상을 현금으로 지원받곤 한다"면서 "한국 기업은 헝가리 투자 업력이 짧고 정부와의 협상력이 부족해 일반적으로 인센티브 비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다"고 했다. 정보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여력이 달리는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진출에 우리 정부가 더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다. / 산업부 김혜원 차장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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