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결정적 장면⑯] '노 웨이 홈' 감독은 스파이더맨 '찐팬'임에 틀림없어!

홍종선 2022. 1. 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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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곳의 히어로, 스파이더맨 ⓒ이하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수입·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이하 ‘노 웨이 홈’)의 감독은 존 왓츠이다. 지난 2017년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시작으로 2019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 이어 이번 신작까지 2년마다 또박또박 ‘홈스파’(스파이더맨 홈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하는데 형들보다 나은 아우가 있음을 ‘노 웨이 홈’이 보여주고 있다. 지난 12월 15일 개봉 20일 만에 614만 관객의 선택을 받은 것만 봐도, 이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에서 받은 호응임을 고려하면 매우 놀라운 성적이다.


‘홈스파’ 1, 2편도 재미있었는데 톰 홀랜드의 공이 크다고 생각했다. ‘노 웨이 홈’을 보니 생각이 좀 달라진다. 존 왓츠 감독의 스파이더맨 전체 시리즈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 그보다 깊은 애정이 ‘홈스파’ 성공의 일등 공신이다. 말하자면 ‘팬심’으로 이룬 결과물이다. 물론 그다음은 다소 산만하고 혼란을 야기하는 인물로 비출 수 있는 피터 파커를 따뜻한 인간미로 소화, 스파이더맨을 우리 이웃의 ‘가장 가까운 히어로’로 만든 톰 홀랜드다.


이웃이라기엔 너무 강력한… ⓒ

‘노 웨이 홈’을 간단히 말하자면, 스파이더맨의 ‘아이언맨 수트 벗기기’ 편이다. 우주 최강 히어로로 만들 법한 수트를 벗고 아이언맨 후계자로서의 스파이더맨에서 일명 쫄쫄이 옷을 입고 미리미리 거미줄을 만들어 두는 우리 이웃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의도치 않게 평행우주가 열려 한자리에 모이게 된 스파이더맨 둘(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스파이더맨’ 1·2·3편의 피터 파커,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2의 피터 파커)과 고블린(‘스파이더맨’ 1편), 닥터 옥토퍼스(〃2편), 샌드맨(〃3편), 리자드(‘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편), 일렉트로(〃2편)를 원래의 자리 홈으로 돌려보내는 의미도 있지만.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아무도 모르던 그때,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을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보람으로 떨쳐내던 그때, 우주의 운명보다는 이웃의 생명을 구하던 그때의 진정한 ‘홈(home)’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능력은 히어로, 마음은 소년 ⓒ

제목에서 보듯,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보이지 않고 오리무중에 첩첩산중이다. 존 왓츠 감독은 그 쉽지 않은 회귀에 설득력 있는 명분과 기막힌 재미를 동시에 부여했다. 지지부진하게, 억지스럽게 ‘리셋 버튼’을 눌렀다면 ‘형보다 나은 아우’라고 말할 순 없다. 피터 파커가 닥터 스트레인지의 힘을 빌려 홈, 시작점으로 돌아간 이유는 소중한 이들을 위해서다. 영화를 보면, 피터의 최종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 ‘노 웨이 홈’의 결말은 발단과 그 명분, 동기가 같다. 미스테리오에 의해 정체가 밝혀진 스파이더맨의 친구라는 이유로 뛰어난 MJ(젠데이아 콜먼 분)와 네드(제이콥 배덜런 분)가 MIT에 불합격하자 피터는 닥터 스트레이지에게 부탁해 세상 사람들이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라는 사실을 몰랐던 때로 시간을 돌리고자 한다. 하지만 피터가 ‘숙모는 빼고’, ‘MJ는 안 되고’, ‘네드도 빼고’… 요청사항을 자꾸만 추가하면서 시간의 주문이 엉켜버리고 멀티버스가 열린다.


지나간 시리즈에 나온 5명의 빌런(악당)이 현 차원으로 넘어온 것도 모자라 스파이더맨마저 모두 출동할 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리나’ 걱정했다. 기우였다.


원작의 모습에 보다 가까워진 고블린. 존 왓츠 감독의 스파이더맨 스토리에 대한 애정 ⓒ

놀랍게도 지난 영화들에서 주연이었던 5명의 빌런은 ‘노 웨이 홈’에서 조연이 됐음에도 매력 지수가 높아지고 전투력도 세졌다. 특히나 ‘스파이더맨’ 1편의 고블린은 원작의 모습과 가까워졌고, 연기파 배우 윌렘 대포의 진가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편의 일렉트로 캐릭터는 도리어 이번에 더 강력하고 악랄한 빌런의 면모가 빛났고, 제이미 폭스 연기력과 매력도 더욱 잘 보였다.


닥터 옥토퍼스(알프리드 몰리나 분)는 ‘홈스파’ 피터 파커의 희망대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조력자로 활약했다. 샌드맨의 외형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더욱 선명하고 위력적으로 변했고 예의 선한 성품은 그대로여서 반가웠다. 리자드는 트럭에 갇혀 있는 시간이 있어 상대적으로 활약이 제일 적었지만 감독이 선택과 집중, 강약 중간 약의 조절력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피터-네드-MJ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들'ⓒ

스파이더맨 세 명을 나란히 보는 것은 악당들을 한데 모아 보는 것보다 훨씬 생경하다. 악당들은 각자 다른 캐릭터지만, 스파이더맨들은 모두 피터 파커다. 존 왓츠 감독은 이 부분을 아주 현명하게 잘 처리했다.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시기라 일명 ‘샘스파’로 불리는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손목에서 거미줄이 발사되는 점을 강조하고, ‘어스파’라 불리는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에 대해서는 ‘어메이징하다’는 대사로 구분을 쉽게 했다.


또,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인생사, 연애사에 관한 얘기를 풀어주기도 하고 의상을 갈아입거나 거미줄을 만드는 방법의 차이를 드러냈는데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고충을 나누는 모습에서는 ‘나와 비슷한 존재’의 필요성이 새삼 각인된다. 세 명이 한꺼번에 등장하는데 헷갈리기는커녕 되레 즐겁고,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더욱 신난다. 무엇보다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웹 스윙’하는 모습은 다시 보기 힘든, 놓칠 수 없는 명장면이다.


구관이 명관? 세 스파이더맨을 나란히 보니 '톰스파'의 매력이 돋보인다 ⓒ

그 밖에도, 굳이 과작 7편을 다시 보기 하지 않고 ‘노 웨이 홈’만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거나 주요 포인트를 ‘표나지 않게’ 설명한 감독의 센스가 돋보인다. 스파이더맨 영화를 처음 보거나 지난 작품들을 잊었다 해도 즉 모르고 본다 해도 새로운 대사나 장면처럼 즐길 수 있고, 알고 보면 알아서 깨알 재미가 터지는 선에서 ‘적절히’ 연출했다. 매트릭스 시리즈 4편인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경우, 중간중간 지나간 영화의 장면이 나옴에도 1~3편의 줄거리 정도는 정확히 알고 봐야 재미가 배가되는 것과 다르다.


흡사, 존 왓츠 감독은 스파이더맨 팬으로서 지나간 시리즈들에서 아쉬웠던 점을 이번에 메우겠다는 듯 캐릭터들의 특성과 서사를 돋보이게 살려냈다. ‘어스파’ 앤드류 가필드가 자신의 시리즈에서는 못한 여자 주인공 MJ를 살리는 장면조차도 하나의 트라우마 극복 체험을 ‘어스파’에게 제공하는 것처럼 보여 캐릭터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감독 자신도 스파이더맨을 사랑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톰스파’(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뿐 아니라 스파이더맨 자체를 ‘홈’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초심, 깊은 애정이 큰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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