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아무도 외롭지 않은 밤

2022. 1. 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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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맞이하는 새해는 어떨까.

부다페스트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밤새도록 폭죽을 터뜨리며 새해를 맞이한다.

모두가 기다리던 새해가 되자 폭죽은 밤하늘을 뚫어버릴 기세로 사방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긴 시간 동안 새해를 기념하는 이들 덕분에 처음으로 부다페스트에서의 밤이 외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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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시인


유럽에서 맞이하는 새해는 어떨까. 누구나 상상해보는 일. 2022년 새해는 부다페스트에서 맞이하게 됐다. 부다페스트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밤새도록 폭죽을 터뜨리며 새해를 맞이한다. 특별히 폭죽을 터뜨리는 장소가 있는지 궁금해 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신선했다. 특정 장소를 정해두고 폭죽을 터뜨리지 않으며 자유롭게 본인이 위치한 장소에서 준비해둔 폭죽을 터뜨리면 된다고 했다.

저녁 6시가 되자 여기저기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둘러 폭죽을 터뜨리는 것 같았다. 내 가슴도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당장 나가서 구경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밤이 깊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밤이 깊어진 뒤 바깥으로 나가 무작정 걸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폭죽이 여러 차례 터지는 게 보였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반대편 어부의 요새에서도 폭죽이 터졌다. 이름 모를 먼 동네에서도 폭죽이 터졌다. 서로 대화라도 나누듯 차례대로 폭죽을 터뜨리는 모습이 재밌었다. 아이들은 폭죽 대신 작은 나팔을 불고 다녔다. 어른들이 폭죽으로 소통할 때 아이들은 나팔로 소통하는 것이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 위한 사진가들이 길거리에 수없이 많았다. 다들 대포처럼 큰 사진기를 들고나와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날은 가족과 보내고 새해는 연인과 보내는 풍습 때문인지 길거리에 연인들이 많았다. 사랑으로 가득한 분위기 덕분에 로맨틱 코미디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기다리던 새해가 되자 폭죽은 밤하늘을 뚫어버릴 기세로 사방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폭죽 터지는 소리는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긴 시간 동안 새해를 기념하는 이들 덕분에 처음으로 부다페스트에서의 밤이 외롭지 않았다. 비록 시끄러운 폭죽 소리 때문에 잠들지 못했으나 마음만큼은 행복과 따뜻함으로 가득한 새해였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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