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 과열에 반기..화랑협회 "26일 자체 경매"

이은주 2022. 1. 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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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옥션에서 54억5000만원에 낙찰 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사진 서울옥션]

“국내 주요 미술품 경매사들이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가 ‘바른 경매’의 본보기를 보여주겠다.”

한국화랑협회(회장 황달성)가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을 비판하며 자체적으로 경매를 열겠다고 나섰다. 협회는 3일 성명서를 내고 “경매사의 무분별한 운영이 미술시장 과열을 불러와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유통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오는 26일 오후 4시에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회원 화랑만 참가하는 경매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번 경매는 수익사업이 아니라 2007년 미술계 상생을 위해 체결한 신사협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와 경매사 간 2007년 신사협약 내용은 ▶메이저 옥션은 연 4회로 제한한다 ▶옥션사가 구입하는 국내 작가 작품은 옥션에 올리지 않는다 ▶제작 연도가 2~3년 이상인 작품만 출품할 수 있도록 한다 등이다.

양대 경매사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한 경매사 관계자는 “화랑협회가 주장하는 신사협약은 2007년에 맺어진 것”이라며 “NFT(대체불가능 토큰) 미술품이 등장하는 등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환경이 반영돼 있지 않다. 이제 와 15년 전 협약을 내세우며 경매에 나서는 건 명분과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최근 미술시장이 활기를 찾으며 양대 옥션사는 매달 크고 작은 옥션을 개최한다. 그 횟수가 한 옥션사에 많게는 연 80회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작된 지 얼마 안 된 작품이나 젊은 작가 작품이 1차 시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2차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매사 측은 “1, 2차 시장을 구분하거나, 화랑만 신진작가를 발굴할 수 있다는 건 요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품 경매시장 매출 총액은 3294억원이다. 2020년 1153억원에서 1년 만에 3배로 커졌다. 지난해 이우환 작가 작품만 395억원어치가 팔렸다. 쿠사마 야요이 작품도 365억원어치 거래됐는데, 그중 한 점은 54억5000만원에 낙찰돼 기록(최고 낙찰가)을 세웠다.

황달성 협회장은 “이번 경매는 경고 차원이며, 상생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라며 “탁월한 능력을 갖췄음에도 경매에서 다뤄지지 않는 작가들이 적잖다. 협회가 여는 경매는 이런 작가들을 제대로 드러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출품작을 작가의 근년 작으로 제한하고, 공신력 있는 협회감정위원회 감정과 추정가를 토대로 작품의 적정가를 정하기로 했다. 24~ 26일 프리뷰 전시는 회원 화랑 초대로 사전예약하거나, 회원 화랑 측과 동반 입장해야 관람할 수 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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