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급증에도 주가는 제자리.. 'IPO 대박'에도 웃지못한 증시

방극렬 2022. 1. 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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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시총 2203조 11.3% 증가에 지수 2977.65로 3.6% 상승 그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코스피 시가총액과 지수의 ‘탈동조화’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유망 기업이 잇따라 상장하면서 전체 시가총액은 크게 늘어난 반면 코스피지수는 오름폭이 작았다. 증시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신규 기업으로 쏠리면서 정작 주가지수는 오르지 못한 것이다. 올해에도 ‘대어급 IPO’가 줄줄이 예고된 만큼 투자자들은 개별 상장 종목과 지수의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탈동조화 원인은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은 2203조원으로 지난해 1980조원보다 11.3%(223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873.47에서 2977.65로 3.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는 올해 여러 차례 전고점을 경신하며 한때 3300을 넘겼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 우려, 오미크론 변이 출현 등으로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이는 시총과 지수가 동반해서 움직이던 과거의 추세와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2020년 코스피 시총은 1476조원에서 1981조원으로 34.2% 늘었다. 코로나19 확산과 저금리로 넘쳐난 유동성이 증시로 몰렸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197.67에서 2873.47로 30.8% 상승했다. 2019년에도 코스피는 시총과 지수가 각각 9.8%, 7.7% 동반 상승했다. 코스피가 부진했던 2018년에는 시총이 16.3% 감소했고 지수는 17.3% 하락했다.

지난해 나타난 시총과 지수의 괴리 현상은 기업 신규상장 및 공모금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의 공모금액은 1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000억원) 대비 421.2% 늘었다. 총 23개사가 새로 상장하며 시장에 유입된 유동성을 흡수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와 카카오뱅크처럼 미래에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기업들이 새로 증시에 입성하며 투자가 집중됐다. 거래소 측은 “대형 기업 신규상장 활성화로 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증시의 몸집은 커졌지만, 주가가 계속 오르지는 못했다.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들은 IPO로 신규 종목이 등장하면 보유하고 있던 다른 주식을 팔고 새로 매수하는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기존 상장사에서 유망한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후 상장시키는 ‘쪼개기 상장’이 잦았던 영향도 있었다. 분할 상장 때마다 기존 법인에 투자됐던 자금이 자회사로 쏠리면서 모회사 주가가 내려앉는 일이 빈번했다.

‘대형 IPO’ 예고된 올해 전망은

올해에도 대형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시총과 지수의 탈동조화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은 사상 최대 규모의 공모주로 꼽힌다. 공모가를 고려하면 예상 시총은 60조~70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 공모 청약은 오는 18~19일 진행되고 상장은 27일 이뤄질 예정이다. 하나금융투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최대치인 70조원으로 상장돼도 주가가 20% 이상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장 후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에는 시총이 최대 2위까지 오르게 된다.

주요 상장지수펀드(ETF)와 기관들은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을 기계적으로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윤혁진·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금액은 상단 기준 12조8000억원으로, 과거 최대 규모인 삼성생명(4조9000억원)을 2배 이상 상회한다”며 “시장 자금의 블랙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약 3조원의 국내 2차전지 ETF를 비롯해 지수 추종 펀드 및 연기금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측된다.

2월에는 현대차 그룹의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준비한다. 이달 25∼26일 기관 수요 예측, 다음 달 3∼4일 일반 청약을 거쳐 15일 상장할 계획이다. 시가총액은 최대 6조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건설 업종 중 최상위 종목으로 자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다른 현대 그룹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지난달 13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지난해 연달아 상장 대박을 낸 카카오 그룹도 올해 추가 IPO를 준비한다. 콘텐츠 기업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상반기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하반기를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만에 상장을 재추진하는 교보생명과 CJ올리브영 등도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대어급 IPO가 연달아 예정된 만큼 올해처럼 기존 종목이 아닌 신규상장 기업으로 투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IPO로 증시 시총이 높아졌음을 고려하면, 기존 종목은 약세를 보였다고 표현할 수 있다”며 “(올해) 사상 최대 IPO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국내 증시에 신규 진입하고자 하는 유인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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