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러다 당 망가졌잖아"..손학규 거론한 이준석 역풍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년 전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닮아가고 있단 말이 나온다.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도 버티는 모습이 바른미래당 시절 손학규 전 대표의 모습과 겹쳐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말이 나온 건 이 대표가 스스로 한 말 때문이다. 이 대표는 3일 '대표 사퇴론'이 분출한 의원총회엔 불참한 뒤 기자들에게 "나는 손학규에게 단련된 사람"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 대표는 2019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시절 당 쇄신을 요구하며 손 전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지금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었다. 당시 손 전 대표는 당대표 권한으로 의원들을 징계하며 1년 가까이 버텼는데, 그 경험으로부터 단련됐다고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 발언의 속뜻을 묻는 중앙일보 기자에게 "당 대표가 활용할 권한이 많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며 "손 전 대표를 너무 밀어붙여 결과도 좋지 않았다"고 답했다. 손 전 대표처럼 대표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자리를 지킬 것이며, 자신을 흔들면 그 결과도 좋지 않다는 경고까지 한 셈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이런 태도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선대위 내에선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이에 이 대표가 다시 반발하며 파열음이 이어졌다.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권성동 의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진의원 모임에서 "이준석 대표가 당의 분란을 조장하고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고 공개 발언을 하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권 의원은 "당 대표의 제1임무는 정권교체의 선봉장이 되는 것"이라며 "중진 의원들이 이 대표를 만나 그런 점을 짚고, (이 대표가 다시) 돌아온다면 박수로 환영하겠다"고도 했다.
이런 권 의원의 발언에 이 대표는 같은 날 오후 "(해당 행위)란 말을 너무 쉽게 한다"며 "말을 할 줄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니 조심을 하라"고 바로 맞받아쳤다.
중진 회의에 참석한 정진석 의원(국회부의장)은 "이 대표의 행동이 매우 비상식적이란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같은날 열린 국민의힘 재선의원 모임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정권 교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바른미래당 시절 이 대표와 인연을 맺은 당시 인사들조차도 이 대표의 행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시 바른미래당 사정에 정통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석이 손학규를 언급한 건 너무 나갔다. 결국 그때 대표가 물러나지 않아 당이 망가지지 않았냐"고 했다. 2018년 국회의원 의석 30석으로 출범한 바른미래당은 손 전 대표의 사퇴 거부와 내홍 속에 단 한번의 선거도 이기지 못하고 3년만에 종적을 감췄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손 전 대표 측은 "선배 정치인의 이름을 함부로 팔지 말라"는 반박 논평까지 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4일에도 "이준석 사퇴는 탄핵 아니면 없다. 선대위 쇄신이 우선"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상당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을 압박하고 있다. 전날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까지 물러난 상황에서 대표만 침묵을 지키는 건 앞뒤가 안맞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재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이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릴 순 없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결국 식물대표가 될 것"이라 말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내일 초선 의원총회를 진행해 이 대표의 사퇴 건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선대위 내부에선 "이 대표의 사퇴 여부보다 당장의 선대위 쇄신이 우선"이란 의견도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선대위 내부 문제만 정리된다면 이준석의 입지는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선대위가 잘 돌아가면 이준석 갈등도 자연스레 가라앉는다. 지금은 둘다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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