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 둘러싼 說..說..說

2022. 1. 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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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아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사진은 2021년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대선이 가까워 오는 와중에 큰 이슈들이 줄줄이 터지고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이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복권이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 복권된 것을 두고, 해당 사안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가 현재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다. 시기적으로 왜 지금 사면 복권을 단행했는가부터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기에 대선을 앞둔 지금 시점에 사면 복권을 단행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설령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 해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대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청와대가 모를 리 없었을 터. 그럼에도 지금 결단을 내린 배경이 궁금하다.

박 전 대통령 건강 상태가 이유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 건강 상태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빠 지금이라도 사면 복권을 단행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일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면 복권을 단행했다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다.

또 다른 분석은, 한명숙 전 총리 복권과 이석기 전 의원 가석방과의 연관 속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 복권을 바라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대선 개입이라는 의혹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까지 한명숙 전 총리나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복권과 가석방을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여권 성향 유권자의 전폭적인 지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친이낙연과 친문 핵심 지지자를 달래야 한다. 아무리 한 전 총리가 친노의 대모라고 해도 한명숙 전 총리 복권이 이들 입장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기는 힘들다.

이석기 전 의원의 가석방도 마찬가지다. 이 전 의원이 가석방됐기 때문에 진보 진영이 단결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분석은 야권 분열 책동으로 사면 복권을 단행했다는 주장이다. 이 또한 동의하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로 야권이 분열하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시나리오 중 최소한 하나는 현실화돼야 한다.

하나는 야권 내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 복권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복권으로 야권 내 일부가 현 집권 세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호적으로 변하는 경우다. 지금까지는 야권 내에서 이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복권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차원에서, 청와대가 야당을 향해 ‘갈라치기’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갈라치기’를 통해 야권이 분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도 문제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복권을 주장하는 측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사에서 빠졌으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복권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 전 대통령 사면 복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런 주장이 야권 분열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종합적으로 보면, 박 전 대통령 사면 복권이 야권 분열 시도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분열 양상을 보이는 곳은 야권이 아니라 오히려 여권이다. 현재 여권에 박 전 대통령 복권을 두고 비판적인 언급을 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 “국민 통합은 국민이 정의롭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면서 청와대 입장을 직접 비판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사면 복권의 명분이 모호하고 반대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친문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 특사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박 전 대통령 건강 문제 때문에 서두른 것으로 안다”며 “혹시라도 잘못되면 대통령에게는 매우 부담”이라고 하는가 하면, “당청 간 논의가 없었던 것은 당에 부담을 안 주려는 차원”이라는 언급을 하는 친문 의원도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를 둘러싸고 친문과 반문의 반목이 다시 재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어쨌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 문제로 시끄러운 쪽은 야권이 아니라 여권이다. 여권이 이런 분열상을 보이는 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 사면이 이재명 후보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한쪽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적폐 청산 주역’ 중 한 사람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내 특사가 궁극적으로는 야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지만, 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구속시킨 검사라며 윤 후보를 공격할 정도의 협소한 시각을 가진 인물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놓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건강 상태가 매우 나빠서다. 이런 상황이 ‘오해’를 불러일으켜 여권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는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 박 전 대통령 특사가 여야 후보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박 전 대통령 메시지가 나올지는 중요하다.

지지율 관련 또 하나 주목할 사건이 있었는데,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사과문을 직접 발표한 것이다.

김건희 씨 사과문을 들어보면, 김건희 씨가 국민 감정에 호소하려는 노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제가 없어져야 남편이 남편답게 평가를 받을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고 싶다”는 대목에서 김건희 씨가 어떤 심정으로 사과를 하고 있으며, 유권자에게 어떻게 다가가려 노력했는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사과 시점은 늦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노력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과가 지나치게 감성적이라고 비판하는 이도 적지 않지만 사과와 해명은 다르다. 해명은 이성적으로 해야겠지만, 사과는 감성적일 수밖에 없다. 김건희 씨 사과가 앞으로 두 후보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여당 측의 김건희 씨에 대한 공세는 당분간 이어질 텐데, 이런 공세 속에서도 윤 후보 지지율이 크게 변하지 않거나 오른다면 김건희 씨 사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사안보다 대선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막판 단일화에 나설 것인가다. 두 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이는 대선판을 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사안이다. 이제 눈여겨봐야 할 문제는 이른바 3지대 움직임이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대선만큼 변화무쌍한 경우는 드물다. 선거일이 다가옴에도 부동층이 늘어나는 것도 특징적이다. 야당의 선대위를 둘러싼 갈등이 어떻게 봉합되느냐, 그리고 어느 정도 빨리 봉합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리질 것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1호 (2022.01.05~2021.0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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