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소리꾼 김준수가 국악 예능과 뮤지컬에 출연한 이유

장지영 2022. 1. 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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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로 새로운 무대 도전 "'국악 대중화'라는 오랜 꿈 위해"
소리꾼 김준수가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국립창극단 간판스타인 김준수는 지난해 말 국내 최초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인 JTBC의 ‘풍류대장’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하는가 하면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 출연하며 소리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윤성호 기자

소리꾼 김준수(32)에게는 ‘판소리 아이돌’ ‘국악 프린스’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재학 시절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의 ‘창극 춘향전’과 국립창극단의 ‘배비장전’에서 객원 주역으로 뽑혔던 그는 3학년이던 2013년 22세의 나이로 국립창극단에 입단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국립창극단 역사상 최연소로 입단한 그는 이후 ‘메디아’ ‘배비장전’ ‘오르페오전’ ‘트로이의 여인들’ 등 굵직한 신작의 주연을 꿰차며 간판스타가 됐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국악 대중화’에 대한 꿈을 품었던 그는 국립창극단 외에도 다양한 무대에 꾸준히 나섰다. 특히 2016년 퓨전에스닉밴드 두번째달의 음반 ‘판소리 춘향가’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악의 매력을 알렸으며, 2018년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지난해엔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좀 더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바로 국내 최초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인 JTBC의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2021년 9월 28일~12월 21일·12부작)에 출연한 것이다.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국악계에서 이미 재능을 인정받은 51개 참가팀(개인 포함)이 나온 ‘풍류대장’은 열풍을 일으켰고, 김준수는 치열한 경쟁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항암 투병 중인 어머니에게 기쁨을 준 ‘풍류대장’

“‘풍류대장’ 출연을 제안받고 많이 고민했습니다. 국악과 대중의 소통 지점에 대해 늘 고민했지만, 경연 예능에 나간다는 게 부담스러웠거든요. 제 경우 국립창극단이라는 프로 단체에서 활동하는 만큼 정말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국악을 좀 더 알리고 싶었던 것과 함께 제가 아직 젊은 소리꾼이라는 점에서 도전을 결심했죠. 매 라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한 게 준우승이라는 성과만이 아니라 저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JTBC의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에 출연중인 김준수. JTBC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준수는 최근 막을 내린 ‘풍류대장’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사실 국립창극단의 무게 외에 어머니의 유방암 판정 때문에 ‘풍류대장’을 나가지 않으려 했다. 당시 모든 외부 활동을 중단하려고 했는데, 어머니의 만류로 ‘풍류대장’에 참가했다”면서 “어머니가 수술을 받은 후 지금까지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그동안 ‘풍류대장’이 방영되는 화요일 밤 TV에서 아들을 보는 게 어머니의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전남 강진 출신인 김준수는 국악계의 재능있는 소리꾼 상당수가 국악인 집안에서 성장한 것과 달리 초등학교 4학년 때 판소리의 매력에 빠져 공부를 시작했다. 선생님의 권유로 국악동요대회에 나갔다가 중학생 누나가 부르는 판소리 ‘춘향가’ 대목을 듣고 반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친구들로부터 “왜 그런 거 해? 지루하지 않아?” 같은 얘기를 줄곧 들어야 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판소리의 매력을 많은 사람이 알도록 하겠다는 소명의식이 자연스럽게 축적됐다. 콘서트 무대에선 현대적인 의상을 자주 입는 것도 국악이 지나치게 예스러운 이미지에 갇히는 것을 피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이런 고민이 그에게 심사위원으로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이번 경연에 나가도록 만들었다.

퓨전 국악이 전통의 뿌리 흔들지 않는

“제가 국악계에서 알려졌다고 해도 많은 대중이 아는 것은 아닙니다. 국악이라는 장르가 TV에 많이 소개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동안 국립창극단에서 활동하며 가끔 방송도 했지만, 소리꾼 김준수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기엔 부족했습니다. 이번에 ‘풍류대장’의 참가자들을 통해 국악에 관심이 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돼 기쁩니다.”

김준수는 국립창극단의 '트로이의 여인들'과 '패왕별희'에서 모두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와 우희 역을 맡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립창극단

국악은 오랫동안 전통의 틀에 갇혀 소수 전공자만의 음악으로 외면받아 왔다. 지상파 TV의 예스러운 국악 프로그램 ‘국악 한마당’이나 ‘우리가락 우리문화’가 진부한 포맷으로 0~1%대의 시청률에 머무르던 것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근래 젊은 국악인들이 창의적인 퓨전 국악을 앞세워 대중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범 내려온다’로 돌풍을 일으킨 이날치나 국악에 대한 관심을 세계적으로 일으킨 BTS 슈가의 ‘대취타’는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들어 ‘조선팝 어게인’ ‘조선팝 드랍 더 비트’ ‘조선판스타’에 이어 ‘풍류대장’까지 새로운 포맷의 TV 국악 프로그램은 국악과 다양한 장르의 독창적인 크로스오버로 국악의 대중화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대중문화의 가장 강력한 소비층인 MZ세대는 이제 국악을 고리타분한 음악이 아니라 흥미로운 콘텐츠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최근 국악 열풍은 그동안 많은 선배 국악인들이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 온 결과라고 생각해요. 물론 국악계 일부에선 크로스오버 등 많은 시도에 대해 걱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도전이 전통의 뿌리를 흔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뿌리를 지키기 위한 전통적인 판소리를 하면서 크로스오버도 하는 거거든요. 옛것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와 소통해야만 전통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로 새로운 도전

소리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온 그는 지난해 12월 초 개막한 이지나 연출 뮤지컬 ‘곤 투모로우’(~2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도 출연하고 있다. 조선 말기 갑신정변을 일으켰지만 실패한 뒤 암살당한 김옥균을 다룬 ‘곤 투모로우’에서 그는 김옥균과 처음엔 협력 관계였지만 암살을 지시하는 고종으로 출연하다. 국립창극단 단원 신분으로 뮤지컬에 캐스팅된 것은 앞서 ‘아리랑’(2015·2017년)과 ‘서편제’(2017년)에 나온 입단 동기 이소연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그가 국립창극단원인 만큼 외부 작품 출연에 제한이 있어서 1주일 1~2회 정도만 나온다.

김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이지나 연출 창작뮤지컬 '곤 투모로우'에 출연 중이다. '곤 투모로우'는 조선 말기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가 암살당하는 김옥균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김준수는 고종 역으로 출연한다. PAGE1

“이지나 선생님의 캐스팅 제안을 받고 기뻤습니다. 이 선생님이 연출한 작품 가운데 뮤지컬 ‘서편제’는 소리꾼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저 역시 인상적으로 봤었는데요. 소설이나 영화와 다른 각색과 연출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뮤지컬을 통해 관객들이 판소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게 기뻤고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저도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꿈이 이뤄졌습니다. 물론 ‘곤 투모로우’의 경우 판소리를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뮤지컬 창법을 내긴 하지만요. 이번에 첫 뮤지컬이라 걱정도 많이 됐지만,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이 많이 챙겨줘서 정말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띄엄띄엄 출연하다 보니 무대에 설 때마다 마치 첫 공연에서와 같은 긴장감이 생깁니다.”

그는 지난해 말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권위있는 KBS국악대상 대상을 받았다. KBS국악대상이 1982년 출범한 이래 최연소 수상이다. 그에 대한 국악계의 애정과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올해도 그는 쉴 틈 없이 달려야 할 것 같다. 당장 지난해 말 시작된 ‘풍류대장’의 전국 투어 콘서트가 2월 말까지 거의 주말마다 열리는 데다 3월에 올라가는 국립창극단 ‘리어’에 캐스팅돼 연습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바쁜 스케줄 때문에 체중이 4㎏이나 빠졌더라고요. 하지만 아직 젊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도전을 해 보고 싶어요.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과도 더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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