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원회의서 생략한 '자력갱생' 결정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또 꺼냈다
북한이 새해에도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각 분야 성과 달성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1일 공개한 연말 당 전원회의(8기 4차, 지난달 27~31일) 결정문에서 '농업'과 '인민 복리'를 키워드로 제시했지만, 스스로 국경을 닫고 제재로 교역이 중단된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평가다.
노동신문은 4일 '조국청사에 영광스러운 한페지를 충성으로 아로새기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력갱생을 틀어쥐고 더욱 과감한 투쟁을 벌려 올해 인민경제계획과 정비보강목표를 드팀없이 완수하자"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전날에도 '자력갱생은 필승의 보검'이라고 강조하며 새해 성과를 당부했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각 매체는 자력갱생을 독려하는 선전화도 소개했다.
북한의 자력갱생 강조는 내부 자원 동원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방증하지만 현 상황에서 불가피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봉쇄로 내부 자원이 고갈된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은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자력갱생'이라는 단어를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튿날부터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외부 지원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경제난 타개책은 내부 쥐어짜기뿐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기본은 자력갱생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며 "경제 분야는 기본적으로 '자력갱생', '자강력 제일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전원회의 결정문에서도 "극난한 환경에서 경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하나하나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실행하는 것이 경제발전에서의 긍정"이라며 자력갱생의 기조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침묵'한 건 이미지 관리 차원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대북제재 해제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2012년 4월 취임 일성으로 "더이상 인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피로감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에서 빠지고 대신 각종 매체를 통해 주민들을 독려하는 모양새인 것이다.
한편 북한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연초부터 경제 현장을 찾아 전원회의의 결정사항 이행을 독려하고 있다.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4일 평양화력발전소를 방문해 전력 생산 현황을 파악했으며,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도 전날 황해제철연합기업소를 방문해 새해 성과 달성을 주문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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