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산 만두 한 봉지 집단구타…中 ‘제로코로나’에 민심 '부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명만 나와도 지역 전체를 폐쇄하는 중국식 고강도 방역정책 ‘제로 코로나’를 두고 중국 내 불만이 커지고 있다. 봉쇄된 지역의 주민들이 식료품 부족으로 굶주림을 호소하는가 하면 만두 한 봉지를 사서 집으로 가던 남성이 방역 요원에게 구타까지 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전면 봉쇄가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인구 1300만 명의 도시 시안(西安)에선 주민들이 웨이보(중국식 트위터)를 통해 굶주림을 호소하고 있다. 시안시 방역 당국은 지난달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23일 0시부터 주민들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리고 도시를 봉쇄했다. 주민들은 봉쇄 초기까지만 해도 이틀에 한 번씩은 식료품 구매를 위해 외출할 수 있었지만, 지난달 27일부턴 이마저도 금지된 상황이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선 “밥을 먹지 못해 잠을 잘 수 없을 거라고는 평생 상상도 못 했다”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안의 식료품 난’이라는 해시태그는 3억8000만 건 이상 조회되며 전국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한 남성이 만두를 사서 집으로 가던 길에 방역 요원들에게 폭행당하는 영상까지 퍼져 논란이 일었다.
현재 이 폭행 영상은 지워졌지만, 논란이 커지자 시안시 당국은 주민을 폭행한 방역 요원 2명을 일주일간 구금하고, 벌금 200위안(약 3만7000원)을 부과했다. 그럼에도 봉쇄 중인 시안을 빠져나가려 자전거를 타고 10시간 동안 80㎞를 달린 남성이 공안에 체포되는 등 과도한 봉쇄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극에 달해 있다.
CNN은 “지난 2년간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를 막으며 지지를 얻었던 방역 정책이 지금은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부르고 있다”며 “광범위한 코로나19 검사와 봉쇄에 의존하는 제로 코로나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약 한 달간 발생한 시안시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600명 가량이다. 중국 내에선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시안시 당국은 각 가정에 식료품을 배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CNN은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식료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과도한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가계 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일 “12월과 1월은 전형적인 설 선물 쇼핑 성수기지만 강한 규제를 내세우며 국내 소비가 마비됐다”며 “봉쇄식 코로나19 통제 방침을 유지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우려가 중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3일 미국의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은 ‘2022년 전 세계 10대 지정학적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코로나19 통제가 계속 이어지면 전 세계적인 공급망에도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중국 방역 정책의 실패가 2022년 최대의 지정학적 리스크 중 하나로 떠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내달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방역통제 강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는 시안시에 이어 지난 2일 이후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가 3명 발생한 인구 116만 명의 허난성(河南省) 위저우(禹州)에도 전면 봉쇄 명령을 내렸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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