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변인의 쓴소리 "떠나는 '겜심', 당 내부 반발 심해" [인터뷰]

이다니엘 2022. 1. 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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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우 국힘 대변인 "게임 이용자 권익 확대의 기존 당 기조, 선대위 출범 후 달라져"
"'겜심'이란 게임을 잘 모르더라도 다가가려는 자세에서 비롯"

국민의힘의 대표적인 ‘게임 인사’인 양준우 대변인은 “지난 11월 선대위 출범 후 기존 우리 당의 게임 기조와 전혀 다른 방향의 메시지가 나오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이고,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 대변인은 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난해 초 게이머 주도로 트럭 시위가 발생한 뒤 우리 당의 기조는 명확히 이용자의 권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면서 “과거 새누리당 시절의 게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최근 부활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의 ‘게임 정책 헛발질’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게임 업체 매출 1% 징수, 게임중독 법제화 등을 추진해 게이머들 사이에서 ‘앙숙’으로 꼽히는 손인춘·신의진 전 의원을 캠프 특보로 들이는가 하면 게임전문매체 ‘인벤’과의 최근 후보자 명의 인터뷰에선 게임 아이템 확률 비공개를 ‘영업 비밀’로 옹호하고 게임 질병코드 등록을 찬성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게이머들의 빈축을 샀다.

양 대변인은 이 같은 행보가 게임 산업의 특수성을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고 봤다. 양 대변인은 “후보께서 게임 질병화를 전제로 건강보험까지 말씀하셨다. 일반인이 보기에 그럴듯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게이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인식에 비춰보면 굉장히 후퇴한 내용이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기업의 자유를 확대하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북돋아야 한다는 게 기본 기조다. 그렇다 보니 게임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신 분이 기업의 편을 드는 게 좋은 게 아닌가란 단순한 생각으로 (인터뷰를) 작성하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게임사와 게이머는 단순 판매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아니다. 성공한 게임이 갖는 독점적 지위가 있다”면서 “가령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다가 게임사 운영에 불만이 생겼다고 ‘오버워치’로 갈아탈 수 없다. 비슷한 장르라고 하더라고 리그 오브 레전드와 도타는 엄연히 다른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특수성 속에서 게임사가 배짱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누적된 문제들이 쌓이다 보니 지난해 게이머들의 불만이 터져 투쟁했고, 이용자 권익 증진 운동의 상징적 결과물이 아이템 확률 공개의 법제화인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건 양보할 수 없는 선이다. 1년 동안 게이머들이 치열하게 투쟁해 받아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걸 무너뜨리려고 하면 게이머들은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7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양준우 대변인에게 임명장을 수여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회 공동취재단

양 대변인은 “게임을 취미생활로 즐기는 분들이 수백만, 수천만 명에 이른다. 최근 게이머들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집단 활동을 하고,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게임 관련 요구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낸다”면서 “대선후보라고 하면 중년의 남성, 여성이다. 저희 아버지, 어머니 뻘이기 때문에 게이머들도 이들이 게임을 즐기고 깊이 이해할 거란 기대는 사실 안 한다. 그럼에도 2030세대의 취미생활에 대해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을 보이는, 전향적인 자세 자체만으로 게이머들은 칭찬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당의 경쟁 후보지만 이재명 후보나 안철수 후보는 최근 게이머들이 즐겨 보는 채널에 출연해 게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사전에 공부해온 내용들이겠지만 그런 정성만으로 반향을 일으킨다”면서 “제 주변을 보면 정치적으로 비호감이 심한 후보라도 게임 정책에 적극적인 점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분들이 많다. ‘겜심’이라 함은 잘 모르더라도 주변의 조언을 듣고, 관심을 갖고, 배우고, 알아가며 게이머에게 다가가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그러면 게이머들의 지지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양 대변인은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우리 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면서 “국민의힘이 반(反) 게임 스탠스만을 취하는 것처럼 너무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현 게임 정책에 대해 당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다. 저 역시 특정인의 임명이나 게임 관련 메시지에 대해 게이머들의 분노를 자극할 수 있으니 철회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내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 큰 반대의 물결이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양 대변인은 PC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왕토’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골수 게이머다. 게임 이용자 간담회, 유튜브 토크쇼 등에서 인상적인 언변으로 주목받다가 지난해 7월 국민의힘 대변인 공개선발 토론배틀에서 2위를 기록해 당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최근에도 게임을 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암만 바빠도 일일퀘스트는 해야한다”면서 “근래엔 8년 만에 컴퓨터를 최신 사양으로 교체했다”고 전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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