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키움, 3년 전 실패했던 '유상증자'로 응급처치

배중현 2022. 1. 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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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상증자로 구단 운영자금을 확보한 키움 히어로즈. IS 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키움 히어로즈가 유상증자로 급한 불을 껐다.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서울 히어로즈는 지난해 11월 22일 보통주식 140만주(1주 가액 5000원)를 신주 발행한다고 공고를 냈다. 유상증자는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히어로즈가 선택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주주들이 각자의 지분율대로 주식을 추가 인수해야 한다. 증자된 주식을 인수할 여유가 없는 주주들은 신주인수권을 포기할 수 있고 실권주는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있다.

서울 히어로즈의 유상증자 시도는 약 3년 전에도 있었다. 2018년 6월 이장석 전 대표 주도로 보통주식 574만주(가액 1주 5000원)를 신주 발행하려고 움직였다. 하지만 몇몇 주주들이 법원에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수포가 되었다. 실권주를 이장석 전 대표나 그의 우호세력이 사들일 경우 이 전 대표의 지분율(현재 67.56%)이 더 올라갈 수 있어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거셌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보통주식 140만주는 2019년 12월 발표된 기업 감사보고서 기준 회사 주식(41만주)의 3.5배에 달한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라 주주들의 부담이 클 수 있지만 큰 반대 없이 12월 말 관련 절차가 마무리됐다. 구단에 따르면 이장석 전 대표는 지분율에 따라 약 47억원을 출자했다. 나머지 주주들도 대부분 지분율에 따라 지갑을 열었다. 그 결과 운영자금 70억원을 확보했다.

서울 히어로즈는 모기업이 없는 독특한 구조다. 일반 기업에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 팀 명에 기업명을 붙이는 권리)를 팔아서 구단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다. 현재는 2019년부터 5년 동안 키움증권으로부터 연간 100억원씩 받는 조건으로 키움 히어로즈 간판을 달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는 구단 운영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2년 관중 수입이 크게 줄어 곳간이 비었다.

지난해 홈 관중 수입이 13억원(경기당 평균 관중 932명)으로 2019시즌 74억원(경기당 평균 관중 6304명)의 20%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FA(자유계약선수)이던 팀의 간판 박병호마저 KT 위즈로 이적(3년, 총액 30억원)해 구단 안팎의 우려가 크다. 2022시즌에도 코로나19 리스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결국 네이밍 라이츠 수입으로만 구단을 운영할 수 없어 차선책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한 셈이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구단 경영에 어려움이 있어서 힘들었다. 이번 유상증자로 구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자본금이 생겼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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