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메르켈 같은 성공한 리더가 나오려면

2022. 1. 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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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경기대 교수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 저서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대담이 지난해 12월 21일 있었다. 약 1년 전인 2020년 12월 13일에는 독일 사회민주당(SPD) 총리 후보 올라프 숄츠와 샌델의 대담이 개최됐다. 두 대담은 방식, 비전과 콘텐츠, 리더십에서 차이를 보였다. 먼저 SPD는 차기 정부 공약을 위해 ‘토의캠프’를 내걸고 30개 섹션의 대담, 포럼, 세미나 등을 진행했다. 온·오프로 동시 실시된 이벤트에 수많은 시민과 당원들이 참여했고, 행사 일환으로 숄츠와 샌델 대담이 이뤄졌다. 이재명과 샌델 대담은 1회 이벤트였지만 그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숄츠와 샌델 대담에서 주연은 숄츠였고 조연이 샌델이었다. 후자의 대담은 이재명이 주로 샌델에게 질문했다.

특히 비전과 콘텐츠 제시에서 두 대담은 큰 차이를 보였다. 숄츠는 왜 당시 SPD 지지도가 추락했는지 그 원인에 대해 정확히 짚고 반전을 위한 비전과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노동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고 신자유주의적 차별에 함몰됐기 때문에 지지층 이탈이 왔다고 진단한다. 또한 미국에서 능력주의 학벌로 인한 양극화 심화가 ‘트럼프 포퓰리즘’의 자양분이 됐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진단에 샌델도 동의한다.

나아가 숄츠는 ‘미래 플랜’ 두 가지를 제시한다. 먼저 일에 귀천 없는 세상, 즉 자영업자·노동자·샐러리맨 등이 모두 존중받는 사회다. 이어 30년 후에도 청년에게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그대 미래를 존중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최저임금 12유로 상승, 주택 문제 해결, 어린이 지원, 디지털 도약 등 서민층을 위한 공약으로 총리에 당선됐다. 극우(신나치)의 득세를 막기 위해 양극화 해소로 모두가 동등하게 대우받고, 누구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사회를 최고 과제로 내세운 것이다. 이재명과 샌델 대담에서는 공정사회와 입시가 주요 이슈였다. 이재명은 대입추천제와 무작위 뽑기도 언급했다. 기본소득, 포퓰리즘,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대화 내용은 없었다.

그럼 숄츠는 왜 샌델과 대담했을까? 미래로 전진하기 위해 중요한 ‘비판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샌델은 미국 학벌의 상징인 하버드대 교수지만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학벌(능력주의) 정치가 도널드 트럼프 집권의 원흉이라고 비판한다. 능력주의 폭정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오만한 데다 편 가르기를 하기 때문이다. 샌델은 ‘리버럴(진보)’로 자기 쪽에 회초리를 든 셈이다. 이는 조국 전 서울대 교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 때의 양극화 심화로 이명박이 집권했다고 비판한 것과 비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담을 통해 숄츠는 ‘준비된 후보’임을 보여주었고, 이재명은 그렇지 못했다. 이는 독일 총리들이 성공한 반면 우리 역대 대통령들이 왜 거듭 실패했는지와 연관이 있다. 콘라트 아데나워 서독 초대 총리는 안정된 내각제 정착과 라인강의 기적, 빌리 브란트 총리는 동서 데탕트와 더 많은 민주주의, 헬무트 콜 총리는 평화 통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행복한 나라라는 비전을 내걸고 업적을 만들었다. 반면 한국 대통령들은 세계 최고 자살률, 초저출산, 청년 실업, 부동산 폭등, ‘빠시즘’ 등으로 우리 사회를 갈수록 악화시키고 있다. 세계 경제 10대 강국으로 도약했지만 양극화는 심화되고, 코로나19까지 덮쳐 포퓰리즘 대선으로 가고 있다.

윤여준 전 장관은 대통령 실패 원인을 공인 및 민주의식의 결여로 든다. 근본 원인은 무책임한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 이제 위대한 우리 국민도 상생의 정치를 펼친 메르켈 같은 성공한 리더를 만날 때다. 이는 준비된 후보와 시스템 개혁으로 가능하다. 독일의 시사점이다.

김택환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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