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월북자, 1년여 전 귀순한 기계체조 경력 탈북민 판단"

정우진,박민지 2022. 1. 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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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집 드나들 듯.. 탈북민 관리 허술
경찰, 작년 6월 월북 징후 2회 보고
문 대통령, 경계 실패 軍 질책 안해
새해 첫날 탈북민이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건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 감시초소(GP) 인근에서 발생했다. 사진은 통일역사유물로 선정된 강원도 고성 GP. 연합뉴스


군과 정보 당국은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뛰어넘은 월북자가 1년여 전 같은 부대 철책을 넘어 귀순한 탈북민과 동일 인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은 경계 실패와 허술한 탈북민 관리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탈북민이 사실상 남북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군을 질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내부 참모회의에서 (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질책은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월북 사건은) 합참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언론에도) 합참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월북 사건 발생 이후 서주석 국가안보실(NSC) 1차장 등을 통해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국방부와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군은 지난 1일 강원도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은 월북자가 2020년 11월 같은 부대 철책을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A씨로 보고 관계기관과 합동조사를 하고 있다.

A씨는 30대 초반 남성으로, 귀순 이후 정보 당국 조사에서 ‘기계체조’ 경력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국은 A씨의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 우리 측 요원을 동원해 두 차례 시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기계체조 경력에다 키 150㎝, 체중 50여㎏의 왜소한 체구여서 높이 3m가량인 철책을 비교적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또 탈북 당시 루트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월북에 성공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민간인 출입통제선 일대에 설치된 CCTV에 월북자의 모습이 지난 1일 정오쯤 포착됐다”며 “인상착의가 2020년 11월 귀순한 A씨와 매우 흡사해 동일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혼자 살던 A씨는 청소 용역원으로 일하며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초생활급여와 기초주거급여로 매월 50만원 이상을 수급 중이었고, 자산은 1000만원 이상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회정착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주변에 불만을 토로하고 북한 복귀를 암시하는 등 부적응을 호소했다고 한다. A씨를 담당하던 노원경찰서도 그에게서 월북 징후가 보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6월 두 차례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에 각각 보고했다. 그러나 상부에서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보강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A씨가 중국과 러시아 여행 방법을 문의한 정황도 파악됐지만, 이후 추가 보고는 없었다. 그는 지난달 30일부터 연락이 끊겼다. 이 때문에 경찰의 탈북민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A씨에게 대공 용의점이 있는지와 관련해 “세부적인 것은 관련 기관이 확인 중”이라면서도 “(간첩 혐의 등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A씨가 월북한 후 북한 측에 지난 2일 오전과 오후 군 통신선을 통해 두 차례 대북통지문을 발송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측은 이 통지문을 수신했다고 확인만 해줬을 뿐 우리 측의 신변보호 요구에 대한 답신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군 당국은 월북자가 비무장지대(DMZ)에 들어갔을 때 북한군 3명이 월북자와 접촉해 그를 북쪽으로 데려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초동조치 부실 여부와 월북자 이동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 등 17명을 현장에 파견해 조사 중이다. 결과는 이르면 4일 나올 예정이다.

한국 내 탈북민단체인 탈북자동지회 관계자는 “왜소한 몸집의 탈북 남성은 한국에 와도 멀쩡한 사람 취급을 못받는 경우가 많다”며 “부푼 꿈을 갖고 탈북했겠지만 기대가 좌절돼 익숙했던 루트를 이용해 돌아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우진 박민지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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