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뚝배기 제국으로 간 홍철, 더 강력해진 대구 고공축구

서호정 기자 2022. 1. 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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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대구FC). 대구FC 제공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최근 대구FC를 상대하는 팀 감독들이 가장 경계하는 건 세징야의 솔로 플레이가 아니다. 하나 같이 상대하기 버겁다고 꼽는 건 '높이'다. 세징야의 개인 능력은 기복도 있고, 전술적으로 커버가 가능하지만 한결 같이 상대에게 위협을 주는 건 대구의 선발라인업 상에 대거 포진한 장신 선수들이다. 


에드가가 가장 대표적이다. 191cm의 스트라이커 에드가는 현재 K리그에서 머리를 가장 능숙하게 쓰는, 상대가 알고도 당하는 선수다. 신장의 우위도 있지만, 위치 선정과 넓은 시야로 자신의 강점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머리로 직접 득점을 해 내는 것은 물론 연계나, 3차 플레이까지 그의 머리를 거쳐 간다. 에드가가 2018년 여름 대구로 합류하면서 세징야의 위력도 한층 올라갔다. 


축구판 이도류, 김진혁의 존재감도 에드가 못지않다. 185cm의 김진혁은 팀의 상황과 상대의 스타일에 따라 공격과 수비를 오간다. 상대가 높이에 약점이 있으면 에드가와 함께 투스트라이커로 나서 높이로 찍어 누른다. 2명이 함께 나서면 상대가 머리를 의식하다가 뒤로 넘어 온 공에 순간적으로 당하는 케이스도 많다. 수비수로 나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날을 꺼낸다. 


대구가 코너킥이나 프리킥 같은 세트피스 찬스를 잡으면 상대 팀의 긴장감은 더 올라간다. 정태욱(194cm), 조진우(189cm), 홍정운(188cm), 박병현(184cm), 김우석(187cm) 같은 장신 수비수가 올라온다. 대구가 특별한 세트피스 전술을 준비하지 않아도 정교한 킥을 올려줄 키커만 있으면 190cm 내외의 4~5명의 선수가 뛰어올라 폭격을 준비한다.


2021시즌 기준으로 대구가 리그에서 기록한 순수 득점(자책골 제외) 39골 중 머리로 넣은 것은 14골이다. 36%에 달하는 비중이다. 에드가가 5골, 김진혁이 3골, 정태욱, 홍정운, 박병현, 조진우가 1골 씩 머리로 책임졌다. 나머지 2골은 츠바사와 이근호가 만들었는데, 츠바사의 골은 정태욱의 헤더 어시스트로 이어졌고 이근호는 라마스의 프리킥을 직접 연결한 장면이었다. 


대구가 헤더 골을 넣은 과정은 크로스가 7회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직접 프리킥이 3회, 코너킥이 2회, 헤더에 의한 2차 공격이 2회였다. 양 윙백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대구는 측면에서 황순민, 정승원, 안용우, 장성원이 올리는 크로스의 질이 중요한데 황순민이 FA로 이미 떠났고, 정승원도 이적이 유력하다. 


2022시즌에도 대구가 고공 플레이를 활용하는 축구를 이어가려면 크로스의 질이 높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더 위력적인 킥을 올려줄 수 있는 선수의 추가는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 상황에서 대구가 전격적으로 홍철을 영입하며 숙제를 단숨에 풀어낸 것이다. 


홍철은 2010년 프로 데뷔 후 통산 4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2013년 수원에서는 한 시즌에만 10개의 도움을 올렸다. 그의 왼발은 A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도 절대적인 신뢰를 보낼 정도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크로스 상황에서 박스 안으로 빠르고 각이 큰 킥을 배달할 수 있다. 세트피스에서도 질 높은 킥을 띄운다. 득점 빈도는 많지 않지만, 직접 프리킥으로 득점을 결정지어줄 거란 기대감을 항상 준다. 


힘 있는 장신 선수들과의 궁합도 좋다. 2013년 본인이 한 시즌 최다 도움을 기록할 당시에는 수원에 스테보와 라돈치치가 있었다. A대표팀에서도 김신욱을 노리는 정확한 크로스로 수 차례 이득을 봤다. 대구가 가진 기존의 장점을 더욱 빛내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측면 자원이다. 


대구를 상대하는 팀으로서는 세징야를 막더라도 위치가 관계없이 정확한 킥을 박스 안의 장신 선수들에게 배달하는 홍철의 존재가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닌다. 그렇게 되면 크로스 공격에 대비해 박스 안 수비 숫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때는 오히려 2선에 있는 세징야에 대한 마크가 느슨해진다. 


이런 강점을 파악한 대구 구단의 선택이 빠르고 과감했다. 울산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 홍철의 에이전트에서 문의를 하자 대구는 빠르게 판단하고 일사천리로 영입을 마무리지었다. 만 32세에, 기동력이 예전같지는 않다고 해도 홍철이 가진 측면 자원으로서의 강점을 감안하면 이적시장에서도 희소성이 높다. 


2022시즌에 대구는 우승을 목표로 외치고 있다. 지난 시즌 3위를 기록했지만 전북, 울산과는 격차가 컸고 시민구단의 재정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광래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한 대구의 그런 목표는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대구는 알렉산더 가마 감독 선임으로 목표를 향한 자신들의 확고한 뜻을 만방에 알렸다. 세징야, 에드가, 라마스 브라질 3총사에 김진혁, 정태욱 같은 핵심 자원을 지켜냈다. 여기에 홍철을 시작으로 중앙 미드필더와 골키퍼, 측면 자원을 추가로 보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선수층은 두텁지 않지만 선발라인업의 경쟁력만큼은 어느 팀에도 지지 않는 구성을 갖춰간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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