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 법조인 모시기 바람..기술 발전에 따른 법 해석 이슈
최근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를 선임해 화제가 됐다. 1981년생으로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2005년 네이버(당시 NHN)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4년간 홍보·마케팅 조직에서 일한 후 로스쿨(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재직하다 2019년 네이버에 재입사해 글로벌 사업을 이끌다가 이번에 깜짝 발탁됐다. 함께 선임된 김남선 CFO도 변호사 출신이다. 그는 서울대 공과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뒤 미국 로펌 크라벳, 스웨인&무어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네이버는 2009년 판사 출신 김상헌 대표를 선임, 8년간 경영권을 위임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2021년 4월 ‘배민’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 부회장으로 합류했다.
법조인 출신 CEO와 경영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법조 고위 관료가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젊은 법조인이 경영진으로 발탁되거나 시작부터 사내변호사로 입사, CEO로 선임되는 사례도 다수다. 직접 창업하는 경우도 보인다.
이완근 한국사내변호사회장은 “예전에는 법조인 출신 임원이라 하면 오너 리스크 때문에 검사 출신을 영입하거나 사외이사에 이름 걸어놓고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게 전부였다. 지금은 다르다. M&A, 근로기준법, 상장, 투자 유치 등 회사의 중요한 이슈가 생겼을 때를 위해 법조인 출신 발탁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다. 현직 법조인보다, 사내변호사로 시작해 거의 기업인 느낌의 법조인 출신을 선호하는 식으로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2020년 10월 로켓배송 소송을 승소로 이끈 강한승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경영관리총괄 대표로 선임했다. 판사 출신 강한승 대표는 2017년 쿠팡의 로켓배송 소송을 대리해 승소를 이끈 것을 계기로 쿠팡과 인연을 맺었다. 2015년 10월 기존 택배 업체들이 쿠팡 물류 사업에 대해 ‘미허가 사업’이라며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강 대표는 소송 대리를 맡아 1심, 2심은 물론 대법원 판결까지 2년여 소송전 끝에 최종 승소했다. 이후 강 대표는 쿠팡과 협력하며 다양한 법률 조언을 이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담당하던 법조인이 대표로 취임하는 경우 소송 과정에서 회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고 그만큼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 앱 시장 업계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21년 4월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김상헌 부회장은 서울대 법대 학사와 석사 수료, 하버드 로스쿨 법학 석사를 취득한 사법연수원 19기, 판사 출신 법조인이다. 서울형사지법 지적소유권 전담부 판사를 거쳐 LG 구조조정본부 법률고문실 팀장, NHN 경영관리본부장,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앞서 2020년에도 부장판사 출신 함윤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고객중심경영부문장 겸 법무실장으로 영입하는 등 회사 핵심 요직에 법조인을 잇따라 중용했다. 회사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오는 정부 규제 등 각종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콘텐츠 기업인 넷플릭스는 2021년 4월 국내 법무담당 총괄로 여성인 정교화 변호사를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연수원 28기로 판사 출신 정교화 변호사는 김앤장 국제중재팀에서 근무하다 2018년 가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로 옮겨 법무와 함께 대관, 사회 공헌 업무를 총괄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단순한 법률 자문을 넘어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포함해 회사 경영이나 정책을 판단·실행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망 사용료 논란 등 국내에서 소송을 진행 중인 넷플릭스 역시 이런 역할을 기대하고 정 총괄을 영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규제가 나오고 있는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에서도 법조인 활약이 두드러진다.

[박수호·류지민·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0호·신년호 (2021.12.29~2021.0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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