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안중근 의사 결의' 신년사 하루 뒤 철책 뚫렸다

구자창 2022. 1. 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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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철 합참의장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라는 내용의 신년사를 각급 부대에 하달한 다음 날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이 뚫리는 월북 사건이 벌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 의장은 이 신년사에서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결의를 다진 글귀를 언급했다.

이 신년사는 지난달 31일 각급 부대에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 의장의 신년사는 하루 만인 1일 곧바로 월북 사건이 터지면서 민망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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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합참)가 신원미상자 한 명이 지난 1일 동부전선 육군 22사단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고 밝힌 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원인철 합참의장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라는 내용의 신년사를 각급 부대에 하달한 다음 날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이 뚫리는 월북 사건이 벌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 의장은 이 신년사에서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결의를 다진 글귀를 언급했다.

3일 군에 따르면 원 의장은 신년사에서 전방위 군사대비태세를 강조하면서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각오로 군 본연의 임무 완수에 진력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견리사의 견위수명’은 안 의사가 옥중에서 쓴 글귀로 ‘눈앞에 이익을 보면 정당한 것인지를 생각하고, 나라의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국방일보 3일자 지면에 실린 원인철 합참의장의 신년사. 국방일보 홈페이지 PDF 캡처


원 의장은 신년사에서 “항재전장(恒在戰場) 의식을 견지한 가운데 평시 경계작전의 완전성을 갖춰 적의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 때 단호하게 대응해 작전을 현장에서 승리로 종결할 수 있는 태세·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군대다운 군대 구현’도 강조했다.

이 신년사는 지난달 31일 각급 부대에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장의 신년사는 3일자 국방일보에도 실렸다. 합참의장은 군령권을 행사하는 최고선임 지휘관으로 군내 기강과 작전 기강을 다스릴 책임자다. 하지만 원 의장의 신년사는 하루 만인 1일 곧바로 월북 사건이 터지면서 민망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군은 기강해이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월북자가 최전방의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을 당시 CCTV에 포착됐고 광망(철조망 감지센서) 경보까지 울렸지만, 군은 3시간이 지나서야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망 경보가 울렸을 당시 현장에 출동한 초동 조치병력은 ‘철책에 이상 없다’고 보고한 뒤 철수했다. 군은 CCTV에 포착된 사실을 3시간이 지나서야 파악했다. 초동 대응 과정에서 경보가 울린 지점의 CCTV 확인 등 추가 조치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해 군은 병사 부실급식과 군내 성추행 문제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이 때문에 군 수뇌부는 병영문화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처럼 군의 최일선 임무인 경계에 실패하면서 일각에서는 정작 군 본연의 임무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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