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불공정한 세무사 시험

김경택 2022. 1. 3.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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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치러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이 불공정했다는 논란은 해를 넘겨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시험이 세무공무원들에게 의도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된 시험이었다는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탓이다.

최종 합격자 현황을 보면, 1차 시험 면제에다 2차 2과목까지 면제받은 세무공무원 합격자는 151명으로, 전체 합격자 706명 중 21.4%를 차지했다.

과거에는 일정 조건을 갖춘 국세청 공무원들에게 세무사 자격을 별도의 시험 없이 부여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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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경제부 차장


지난해 9월 치러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이 불공정했다는 논란은 해를 넘겨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시험이 세무공무원들에게 의도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된 시험이었다는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탓이다. 문제 출제와 채점, 시험 결과뿐 아니라 시험 구조 자체가 국세청 공무원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점에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세무사 시험은 1·2차 시험으로 나뉜다. 각 과목 40점 이상, 평균 60점 이상을 얻어야 합격할 수 있다. 단 국세 공무원 경력이 10년 이상 있거나 지방세 공무원 경력이 20년 이상 있는 사람은 1차 시험을 면제받는다. 또 국세 공무원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 중 5급 이상으로 5년 이상 재직했거나 국세 공무원 경력이 20년 이상인 사람은 1차 시험뿐 아니라 2차 시험 4과목 중 세법학 1·2부 2과목까지 면제받는다.

이번에 극악의 난도를 보인 세법학 1부 과목은 공교롭게 세무공무원 면제 혜택이 주어진 것이었다. 이 과목은 4개 문제로 구성됐는데, 1~3번 문제는 ‘~를 논(설명)하시오’라는 서술형 문제였다. 기존 사례가 거의 없었던 영역에서 출제된 4번 문제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 법령상 상속세 및 증여세의 법정 결정기한을 설명하시오’라는 단답형 문제도 있었다. 문제는 이례적으로 초고난도였고, 채점 기준 역시 납득하기 어려웠다. 특히 단답형 문제를 포함한 소문항 여러 개로 구성된 4번 문제에선 부분 점수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에서 1점도 얻지 못해 ‘0’점 처리된 응시생은 무려 2025명이었다. 과락률은 82.1%로 치솟았다. 2016~2020년 세무사 시험 중 세법학 1부 과락률이 가장 높았던 2019년에도 과락률은 50.5%에 불과했다. 이런 이유로 2차 시험 커트라인은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45.5점으로 내려갔다.

그 결과 세무공무원 경력을 가진 응시생들의 합격률이 급증했다. 최종 합격자 현황을 보면, 1차 시험 면제에다 2차 2과목까지 면제받은 세무공무원 합격자는 151명으로, 전체 합격자 706명 중 21.4%를 차지했다. 지난해 17명(2.4%)에 비해 10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세무사 시험을 시행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 측 입장만 놓고 보면 이번 의혹은 모두 우연이 겹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산인공은 “국세청은 시험 시행계획의 승인 및 2차 시험 최소 합격 인원의 결정 등을 제외하고는 관여하는 바가 없다”고 했다. 출제와 채점에 국세청이 관여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각종 의혹은 산인공 상급기관인 고용노동부 감사뿐 아니라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특혜 조건인 20년 경력을 채운 국세청 응시생을 특별히 배려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과연 어떤 이유에서 이 같은 불공정한 시험이 설계됐는지 밝혀야 한다. 일반 응시생 사이에선 “차라리 국세청 공무원들에게는 시험을 보지 않고 세무사 자격증을 그냥 주는 게 낫겠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 조건을 갖춘 국세청 공무원들에게 세무사 자격을 별도의 시험 없이 부여해줬다.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이 제도는 2001년 폐지됐지만, 불공정한 게임은 20년간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국가자격시험조차 기회가 불평등하고 과정도 불공정하고 그 결과 역시 정의롭지 않은 상황인데, 우리 사회 전체가 공정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산인공은 세무사 시험뿐 아니라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 30여개 국가자격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불공정 논란은 또 반복될 수 있다.

김경택 경제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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