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장비만 믿고 병력철수.. 철책 뚫려도 깜깜이

김영선 2022. 1. 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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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최전방 경계태세를 속수무책으로 무너뜨린 월북 사건은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계 작전에 실패한 적이 많은 지역에서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감시장비 등을 대대적으로 보강했지만, 이를 운용하는 사람의 오판으로 또다시 경계 작전에 실패했다.

보존GP는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키고 경계감시장비만 설치해 놓은 곳인데, 이전처럼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다면 즉각 대응해 월북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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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GP' 인근서 발생한 월북사건
8군단 해체 계획에 차질 불가피
강원도 22사단 지역에서 지난 1일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1명이 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금강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원도 고성 감시초소(GP). 연합뉴스


새해 첫날 최전방 경계태세를 속수무책으로 무너뜨린 월북 사건은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계 작전에 실패한 적이 많은 지역에서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감시장비 등을 대대적으로 보강했지만, 이를 운용하는 사람의 오판으로 또다시 경계 작전에 실패했다. 첨단 감시장비만 내세울 게 아니라 적절한 규모의 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월북자 신원 파악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군 당국은 2일 오전까지 월북자의 성별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이 월북자가 해가 진 뒤 철책을 넘어 이동한 것을 보면 해당 지역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일 수 있다. 2009년에는 22사단에서 전역한 민간인이 철책을 뚫고 월북하기도 했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은 1일 오후 6시40분부터 3시간가량 무방비 상태로 있던 군은 오후 9시20분 열상감시장비(TOD)로 뒤늦게 비무장지대(DMZ)에 있던 월북자를 인지해 신병 확보 작전을 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일각에선 ‘보존GP(감시초소)’ 인근에서 사건이 발생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존GP는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키고 경계감시장비만 설치해 놓은 곳인데, 이전처럼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다면 즉각 대응해 월북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앞서 22사단의 감시망이 잇따라 뚫리면서 군 당국은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개선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고, 이 부대 일부 구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도 진행 중이지만 이번에도 월북을 막지 못했다. 아무리 최첨단 장비를 갖춰도 감시장비 운용 인력의 전문성 등이 확보되지 않으면 유사 사례는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경계에 필요한 인력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은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사단의 책임 구역은 전방 육상 30㎞, 해안 70㎞ 등 100㎞에 달해 다른 일반전초(GOP) 사단의 책임 구역(25~40㎞)보다 2~4배나 넓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오작동이 빈번한, 완벽하지 않은 과학화 경계시스템만 믿고 병력을 줄이며 넓은 지역을 담당토록 하는 것은 불합리한 정책”이라며 “정책을 실행한 예하부대뿐 아니라 정책을 수립한 국방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급 부대인 8군단 해체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는 병력 감소 대비 등의 목적으로 8군단본부를 해체할 계획이다. 8군단이 해체되면 22사단의 책임 구역은 지금보다 더 늘어나고, 22사단을 흡수하게 되는 3군단본부의 지휘 책임도 더 막중해질 수밖에 없다.

당초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8군단 해체 계획은 지난해 2월 ‘오리발 귀순’이 발생하면서 군단 해체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에 따라 내년 중·후반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그러나 약 11개월 만에 유사 사건이 터지면서 해체 작업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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