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욱의 슬기로운 금융] 올해는 인플레이션의 해.. 생활·투자 패턴 바꾸자

2022. 1. 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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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3월의 대통령 선거를 필두로 연말의 월드컵까지 바쁘게 돌아갈 것 같다. 그래도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코로나19로부터의 해방이지 싶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소중한 걸 깨닫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을 다시 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짧은 식견이지만 올해는 이 이상한 세계에서 벗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까지 인간이 노력해 이루지 못한 일이 없었는데, 과학자를 비롯해 어린아이들까지 수많은 사람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기에 이 소망은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건 아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치렀던 계산서가 우리 앞에 청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지속 현상) 같은 것이다. 인플레가 왜 나쁜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줄을 서는 도중에 빵값이 오른다든지 하는 극단적인 예는 차치하고서라도 물가가 계속 오르면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다. 근로자들은 지금 받는 임금으로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은 거기에 쉽사리 응할 수 없으니 갈등이 증폭된다. 실물 투기가 늘게 되니 건전한 투자가 실종되고 대외 경쟁력이 상실된다. 지난 20년간 사라졌던 인플레의 등장으로 우리 생활이나 투자 패턴도 달라질 텐데, 아마도 우리가 대선에서 선택한 정책 당국에 의해 좌우될 공산이 크다.

올해는 인플레의 해가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를 기록했다. 상승률도 그렇지만 상승 속도가 놀랍다. 작년 1월만 하더라도 0%대의 낮은 물가 상승률이 불과 1년 만에 4%에 근접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양반이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은 자못 심각하다. 지난 연말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년래 최고 수준인 6.8%까지 올랐다. 오죽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물가지수는 제대로 반영된 것이 아니니 놀라지 말라고 특별성명을 발표했겠는가. 물가 상승률에 반비례해 지지율이 떨어지는 바이든 대통령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시장에서는 그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재작년에 코로나가 들이닥쳤을 때 물가가 폭락했었고, 따라서 작년에는 물가 상승률이 기저 효과로 인해 오르긴 하겠지만 곧 사그라질 걸로 보았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거둬들인 것을 기점으로 인플레 불안이 본격화됐다. 호의적인 전망도 올해 말이나 가야 진정될 것으로 볼 정도이니 올해는 아마도 인플레가 지배할 모양이다.

인플레 원인은 공급 장애, 과잉 유동성

이렇게 고물가 상황이 길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첫째는 코로나 영향으로 공급 병목 현상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급습하면서 이른바 가치사슬(value chain)에 균열이 생겨 버렸다. 원자재와 부품을 공급하던 개발도상국이 코로나 백신 접종에서 뒤처지고 새로운 변이에 노출돼서는 공급 장애가 단기간에 복구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퍼부어졌던 유동성의 휴유증이다. 풀려나간 돈이 재빨리 회수된다고 해도 그 부작용은 당분간 이어진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그간 돈이 풀려 집값이 올라간 것을 들 수 있다. 집값 자체는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지 않지만 시차를 두고 임대료를 통해 물가에 반영된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전월세 비중이 약 10%(미국은 30%)에 달하므로 지금 당장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코로나 기간 중에 급등한 주택가격은 두고두고 물가 상승을 압박할 것이다.

투자전략은 정책 당국의 의지에 따라

이렇게 해서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물건을 사는 것이 좋다. 그 연장선에서 최대한 많은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매입해 놓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가격이 쌀 때 미리 구입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경제 행위다. 다만 정책 당국의 대응은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그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짐작하겠지만 너도나도 물가가 오를 것으로 확신하는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물가 폭등은 피할 수 없고 국가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이렇게 되지 않도록 사람들의 물가 상승 기대심리를 잡으려고 한다. 처음에는 물가 상승의 구체적인 원인을 해소하려 할 것이다. 반도체 회사에 반도체를 더 많이 만들라고 압력을 넣고, 세금을 중과해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고 할 것이다. 이래도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면 사람들 기대의 핵심인 유동성 흡수를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경기 둔화와 고용 악화, 어쩌면 자산가격 폭락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잃어버린 30년’을 열어젖힌 1990년 일본 정부의 대출 억제 정책처럼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을 매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고, 이 뻔히 보이는 상황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의 의지, 특히 경기와 물가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하는지를 잘 봐야 한다. 참고로 한국은행은 지난해에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렸으며, 앞으로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게 마음에 걸린다면, 대출을 줄이고 투자를 다양화하는 것이 좋다. 여유자금은 단기로 굴리다가 금리가 더 올라가면 고금리 상품에 넣으면 될 것이다. 반대로 3월 대선 이후 새로 들어설 정부가 경기 회복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싶으면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기를 권한다. 잘하면 연말에 월드컵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 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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