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100만원, 취업수당 250만원, 용돈까지..MZ예산 봇물
내년부터 충남 지역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은 무상으로 교육을 받게 된다. 사립유치원까지 무상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전국에서 충남이 처음이다. 무상교육에 드는 예산 800억 원은 충남도와 15개 시·군, 충남교육청이 각각 분담한다.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청년과 젊은층 이른바 ‘MZ세대’를 위한 지원사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런 사업들은 복지 확대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한 선심성 사업”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서울시, 11개 '청년 사업' 346억 원 투입
오세훈 시장이 취임 때부터 ‘청년서울’을 강조한 서울시도 다양한 사업을 통해 ‘청년 챙기기’에 나섰다. 서울시에 따르면 미래청년기획단을 중심으로 ‘청년패스(PASS)-청년세이브(SAVE)-청년점프(JUMP)’ 등 3개 분야, 11개 사업에 내년부터 346억 원을 투입한다.
청년패스는 청년들에게 교통비와 이사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내년부터 소득과 재산에 상관없이 서울에 사는 19~24세 청년에게 연간 최대 10만 원의 대중교통 요금을 지원한다. 연간 대중교통 이용액의 20%를 10만 원 한도 내에서 마일리지로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잦은 이사로 주거 불안정을 겪는 1인 청년가구를 위해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등 관련 비용 40만 원도 바우처로 제공한다.
청년 세이브 분야에서는 전세보증금 보험료 지원이 가장 눈에 띈다. 임차보증금 2억 원 이하 주택을 임차한 서울 거주 청년을 대상으로 내년에 1000여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밖에 ▶청년 마음건강 모델 ▶사회초년생 직장적응 프로그램 개발·운영 ▶고립·은둔 청년 활력 프로그램 등도 청년세이브 분야에 포함됐다.
부산시, 청년정책 1891억 원 편성
부산시는 내년 청년정책 예산 1891억 원을 편성했다. 일자리 629억 원, 주거 613억 원, 교육 246억 원 등이다. 올해 청년정책 예산과 비교하면 2.2배 늘어난 규모다. 분야별 예산을 보면 일자리 629억 원(34.5%), 주거 613억 원(33.7%), 교육 246억 원(13.5%), 복지·문화 293억 원(16.1%), 참여·권리 38억 원(2.1%) 등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내년도 청년정책은 청년의 삶의 아우르는 종합 정책으로 기존 추진정책의 안정·내실화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청년들이 부산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미래가 열리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산에 거주하는 청년은 군 복무 중 상해를 입으면 별도의 보상을 받게 된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15일 ‘부산광역시 군 복무 청년 상해보험 지원 조례’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조례를 발의한 고대영 의원은 연간 12억 원의 예산으로 3만여 명 정도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시, 신혼부부 전세자금 이자 전액 지원
대구시는 저출산·인구문제를 해소하고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우선 주택도시기금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 대출 계약자를 대상으로 이자를 전액 지원(최대 연 288만원)하고 대구로 전입하는 신혼부부에게는 최장 4년(최대 640만원)까지 이자를 경감해줄 방침이다. 출산 축하금도 200만 원(셋째 기준)으로 인상했다.
광주광역시와 광주교육청은 지역 내 초·중·고등학교 신입생들에게 입학준비금을 지급한다. 초등학생을 기준으로 1인당 10만 원, 중·고등학생은 25만 원이다. 관련 예산 85억2000만 원은 광주교육청 50%, 광주시와 5개 구청이 각각 25%씩 분담한다. 초등학생을 포함한 입학준비금 지원은 전국에서 광주가 처음이다.
논산시, 만 26·32세 연간 100만원 지급
기초단체도 복지예산를 확대하는 추세다. 충남 논산시는 지난 21일 ‘청년 지원 기본 조례 일부 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상반기부터 만 26·32세 청년에게 기본소득을 지원할 근거를 마련했다. 논산시는 해당 연령 청년 2000여 명에게 연간 10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황명선 논산시장은 “군대를 제대하거나 대학을 졸업한 뒤 사회에 갓 진출한 시기로 생활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관련 부처와 사회보장제도 신설을 협의한 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청양군도 내년 1월부터 만 25·35세 청년을 대상으로 연간 60만 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한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건 청양군이 처음이다. 청양군은 만 18~45세 청년층에 1인당 최대 250만원의 취업수당도 지원한다. 청양군의 재정자립도는 9.4%(2021년 기준)로 충남 지역 15개 시·군 가운데 가장 낮다.
시민단체 “취지 공감, 선심성 사업인지 따져봐야"
이상선 충남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는 “복지사업 확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심성 예산으로 비취질 수 있다”며 “의회와 주민대표를 통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자립도가 13.82% 수준인 대전 대덕구는 내년 1월부터 ‘어린이 용돈수당’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대덕구에 주민등록을 둔 만 10~12세 어린이(초등학교 4~6학년)로 지역 화폐를 통해 매달 2만 원씩 용돈이 지급된다. 지난 21일 대덕구의회가 관련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은 “급여도 간신히 지급하는 상황에서 용돈을 지급하는 건 선거를 의식한 선심정책”이라고 반대했다.
충북 제천시는 청소년을 행정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디지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숙하고 창의적인 세대에게 맞는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다. 제천시는 지난 7월 청소년 정책콘서트에서 중·고생들이 제안한 ‘지역 화폐를 통한 용돈 지급’을 실제 사업에 도입했다. 청소년 수당제라는 이름으로 연령별로 5만~10만 원씩 지급한다.
제천시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제안한 정책이 참신해 법률 검토를 거쳐 조례안을 만들었고 최근 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됐다”며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이 제안한 복지정책이라서 의미가 깊고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황선윤·장주영·김정석·진창일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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