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세계 경제 최대 이슈..'네오 팍스 아메리카나' vs '팍스 시니카'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1. 12. 2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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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978년 덩 샤오핑 주석이 개혁과 개방을 표방하면서 수출 위주의 외연적 성장단계를 밟아왔다. 성과도 컸다. 미국과의 경제력 격차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43년 전에는 10%에도 못 지쳤으나 2020년에는 74% 수준까지 좁혀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빠르면 6년 후에는 미국마저 추월해 팍스 시니카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2차 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 시대를 주도해온 미국을 비롯한 선진 7개국(G7)이 2021년에 열렸던 영국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머리를 맞댔지만 ‘G-something’ 체제가 얼마나 약화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G7이 주축이 돼 세계 공동의 이익 추구를 강조하도라도 ‘그룹 제로(G0)’로 가는 시대에서는 자국의 이익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World Bank), 유엔(UN) 등과 같은 국제기구의 위상과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력이 떨어지고, 합의 사항 위반 때 제재하더라도 이것을 지키려고 하는 국가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 축소론’과 ‘역할 재조정론’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조 바이든 정부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캐치 플레이스를 내걸고 도널드 트럼프 직전 정부에 의해 크게 손상됐던 세계경제질서를 복원시키기 위해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G0 시대가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그칠지 아니면 더 강화돼 분권화 시대가 정착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바이든 정부 시대에 예상되는 세계경제질서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공존하는 ‘차이메리카’ △미국과 중국이 경제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신냉전 2.0’ △지역 혹은 국가별로 분화하는 ‘분권화’ △모두 조화하는 ’다자주의’ △무정부 상태인 ‘서브 제로(sub zero)’ 등의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상정해 볼 수 있다.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미국과 중국 간 이해관계에 따라 ‘차이메리카’와 ‘신냉전 2.0’이 반복되는 커다란 줄기 속에 다른 국가는 자국 문제 해결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중층적 ‘분권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세계경제질서는 G7국가가 주도가 돼 구축해 놓은 글로벌스탠더드가 통하지 않으면서 미래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앱노멀 젤리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 앱노멀 젤리형 세계경제질서는 종전의 스탠더드와 거버넌스에 내재돼 왔던 한계에서 비롯된다. 2차 대전 이후 스탠더드와 지배구조를 주도해 왔던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금융위기와 재정위기가 발생했고,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직면한 코로나 사태에도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음에 따라 주도국으로서의 위상과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다.

G0 시대에서는 어느 국가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경제발전단계를 높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뉴밀레니엄 시대 이후 G7 이외 새로운 중심국으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됐던 브릭스 국가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던 인구와 부존자원 이외 다른 성장동인이 있어야 주도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 로스토우(W. W. Rostow) 교수가 주장했던 ‘제2의 도약론’이다.

새롭게 거론되는 성장동인 가운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콘택트 추세가 앞당겨져 초연결 사회가 도래되는 시대에 있어서는 ‘중심축 국가(pivot state)’일수록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심축 국가란 특정 국가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국가와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국가를 말한다.

시진핑 주석은 2021년 3월에 열렸던 양회를 계기로 내수 위주의 ‘쌍순환’ 전략과 세계가치사슬(GVC)의 중심지를 더 강화하는 ‘홍색 공급망’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 중국 중심의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하고, 바이든 정부는 G7 회의 등을 통해 트럼프 정부 때 훼손됐던 동맹국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복원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민이 늘고 있다. 2020년 3월 임시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2023년까지 유지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의 대표 격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오르는 ‘파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 수수께끼는 2004년 이후 Fed가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시장금리가 낮아진 ‘그린스펀 수수께끼’와 정반대 현상이다. 15년 전에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Fed의 금리인상 조치가 무력화돼 금융위기를 낳게 한 원인이 됐으면 이번에는 미국 국채를 내다 파는 과정에서 장기채 금리가 상승돼 코로나 사태 극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시진핑 정부는 월평균 50억 달러 정도 미국 국채를 팔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는 60억 달러대로 늘리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현재 1조 달러선까지 줄인 미국 국채보유분을 중장기적으로 8천억 달러 내외 선까지 줄여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것은 그 충격이 의외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대 평가사 중의 하나인 유럽의 피치사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 강등시킬 정도로 재정적자와 국가 채무가 위험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중국의 국채 매각은 곧바로 미국의 모라토리움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면에서도 Fed의 금리인하 효과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국채 매각으로 미국의 장기채 금리가 더 오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높아지고 있는 저축률을 더 끌어올려 소비를 둔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직전 8%대였던 미국 국민의 저축률은 20%대까지 높아진 후 최근에는 12%대로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 직후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로 달러 가치를 유지할 수 없는 ‘트레핀 딜레마’에 빠진 여건에서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은 달러 가치를 추가적으로 하락시킬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유일하게 강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중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예측기관은 2020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으로 굴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다른 10년이 끝나는 2029년이 되면 중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적으로도 슈퍼 파워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중국은 18세기부터 서양 열강과 일본에 의해 침탈당한 식민지 역사를 보상받고 20세기 초의 ‘팍스 브리태니아’, 20세기 후반의 ‘팍스 아메리카나'에 이어 21세기를 자국의 세기로 만들겠다는 ‘팍스 시니카’의 부푼 야망을 실현시켜 나가겠다는 중국의 구상이다.

또 다른 10년인 2020년대 들어 경제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와 미국 중심의 ’네오 팍스 아메리카나(2차 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와 구별해 부는 용어)‘ 중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질서 등 모든 것이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겸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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