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표심을 얻고 싶다면

임상균 2021. 12. 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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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공매도, 세금 등 포퓰리즘 접근은 시장 망칠 수도
기업 성장 통한 주주 이익 극대화 방안 제시해야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세력이 등장했다. ‘동학개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식 시장이 급락했다 급반등하는 과정에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들어왔다. 넉넉하게 풀린 자금을 들고 2020년 대세 상승장을 이끌었고, 2021년에도 비록 큰 수익을 내지는 못했지만 대거 빠져나가는 외국인에 대항해 한국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그렇게 대한민국 상장 기업 주식을 보유한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른다. 이 중 삼성전자 한 곳에만 개인 주주가 518만명에 이른다. 주식 투자자는 대부분 투표권을 가진 성인이며, 어느 정도 경제력도 갖춘 우리 사회의 든든한 구성원들이다.

사실 올해 무려 106개 기업(스팩·리츠 포함)이 새로 증시에 입성하면서 20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동학개미들 덕분이다.

이처럼 국가 경제에 기여한 동학 개미들이 석 달 후면 미래의 국가 지도자를 뽑기 위해 한 표를 던진다. 대선 주자들은 이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골몰할 수밖에 없다. 이미 각 당 후보 선출 과정에서 공매도 금지, 거래세 폐지 등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여야 양대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다.

1000만명 동학개미의 표심을 잡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다.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당장은 공매도와 세금 이슈가 거론된다. 쉽게 인기를 얻기에는 매력적인 소재임에 분명하다.

예컨대 2023년부터 연간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을 거두면 20~25%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반면 거래세는 세율만 0.1%포인트(0.25% → 0.15%) 낮추고 계속 유지된다. 양도세와 거래세 둘 중 하나는 폐지돼야 한다는 이중 과세 논란이 제기된다.

공매도의 경우 치를 떠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폐지 청원에는 수만 명이 동의하고 있다.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에 불평등한 제도를 개선하는 정도는 필요하겠지만 전면 폐지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정부는 코스피의 MSCI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반대로 공매도 전면 허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매도와 이중 과세를 폐지한다고 투자 수익이 올라간다는 보장도 없다. 공매도가 전면 허용돼 있는 미국 증시를 보면 공매도와 주가가 반드시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세 0.16% 때문에 주식에서 손해를 봤다고 원망하는 투자자는 없다. 포퓰리즘으로 접근해 제도만 바꾸려다 되레 시장을 망칠 수도 있다.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근본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주가 상승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업의 이익 증가다. 우리 기업들이 성장하고 이익을 많이 거둬서 주주들에게 보답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국가나 정부가 기업 성장을 도우려면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맘껏 활개 치도록 도와주면 된다. 맘 편히 미래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그렇게 확보된 이익이 부당하게 오너 주머니를 채우지 않고 주주 전체에게 골고루 배분되도록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동학개미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은 증시 공약이 아닌 제대로 된 산업과 기업 육성 전략이다.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9호 (2021.12.22~2021.12.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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