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03) 벽오동(碧梧桐) 심은 뜻은

벽오동(碧梧桐) 심은 뜻은
무명씨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렸더니
내 심은 탓인가 기다려도 아니온다
무심한 일편(一片) 명월(明月)이 빈 가지에 걸렸어라
- 병와가곡집
봉황(鳳凰)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봉황은 상서로운 길조(吉鳥)다. 대통령 휘장으로도 쓰인다. 성인군자가 나타날 때만 오동나무 동산에 나타난다는 전설이 있다. 푸른 오동나무를 심은 뜻은 봉황새가 와서 깃들기를 바라는 것이었는데, 부덕한 내가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 무심한 한 조각 밝은 달만 빈 나뭇가지에 걸렸구나.
이름을 알 수 없는 이 시조의 작자는 어지러운 현실을 구원해 줄 성인군자가 출현해 주기를 고대하며 준비하고 있지만, 성현은 아니 오고 한 조각 무심한 달빛만 비치고 있으니 그것은 당초에 부질없는 꿈이었던가? 혼탁한 이 시대, 지금도 이러한 심경으로 어지러운 현실을 탄식하며 진정한 지도자를 기다리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시가(詩歌) 박씨본(朴氏本)에는 이세보(李世輔)가 지은 유사한 작품이 전한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 올까 하였더니
봉황은 아니 오고 오작(烏鵲)만 날아든다
동자야 오작 날려라 봉황 오게
기다리는 봉황은 아니 오고 까마귀와 까치만 날아든다니, 지금 우리의 현실에는 이 노래가 오히려 더 어울릴 듯하지 않은가? 인류의 죄를 대속(代贖)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성탄절을 앞두고, 더욱 우리의 가슴을 치는 노래라고 하겠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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