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석열의 자유론, 절반만 맞다

오병상 2021. 12. 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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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1호관 최명희홀에서 열린 윤퀴즈온더전북에 참석해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12.22/뉴스1

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또 말실수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22일 전북대학생의 질문에 답하면서 실언을 했습니다.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뿐 아니라, 왜 개인에게 자유가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가난하거나 저학력인 사람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들립니다.

2. 윤석열이 얘기하려던 취지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역량이 있어야만 자유라는 것이 존재한다..(정부가) 상당한 세금을 걷어 어려운 사람들의 교육과 경제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유의 필수적인 조건이라 생각한다..’

3. 윤석열 후보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추가로 해명했습니다.
‘그분들 무시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도와드려야한다는 얘기다..끼니 걱정할 정도로 사는게 힘들면 그런 걸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취지를 설명하면서도 앞부분 비하성 발언을 다시 반복했습니다.

4. 결론적으로..윤석열의 발언취지는 옳지만 앞부분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보수정치는 자유주의를 중시합니다. 가난하거나 배움의 기회를 얻지못할 경우..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에게 기본적인 생계지원과 교육기회 제공을 해주어야 합니다.
윤석열이 말하고자 했던 취지는..자유를 중시하는 보수주의 정치인으로서 옳은 말입니다.

5. 그런데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면 자유를 모른다’는 완전히 다른 얘기입니다.
가난이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건 맞지만, 가난한 사람이 자유와 그 필요성조차 모른다는 건 맞지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가난으로부터의 자유’를 더 체감할 겁니다. 빈곤이 사회적 문제이지, 가난한 사람이 문제가 아닙니다.

6. 이런 얘기는 자유주의 사상사에서 뼈대 있는 얘기입니다.
현대적 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철학이 바로 이런 생각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영국 ‘베버리지 보고서’입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베버리지는 2차대전중이던 1942년 전후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위해 정부는 ‘빈곤과 무지’등 해결에 역점을 두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7. 베버리지 보고서는 복지정책의 바이블이 됩니다. 그런데 이를 발주한 총리가 보수당 윈스턴 처칠입니다.
전후 궁핍과 혼란에 대비하기위한 보수정치의 ‘예방적 조치’였습니다. 그 이전까지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켜온 자유방임적 자유주의를 업그레이드한 셈입니다.

8. 이날 질문한 대학생은 근본적인 가치를 물었습니다.
‘자유주의 정당이 자유를 침해하는 사람과도 같이할 수 있나..국민의힘이 지켜야할 가치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이라면 정교한 대답이 잘 준비되어 있어야 맞습니다. 그런데 윤석열의 자유론은 울퉁불퉁했습니다.

9. 국민의힘 선대위가 요동치는 와중에도..유권자들은 이준석 김종인보다 윤석열을 주목합니다.
유권자들은 또 ‘잘하겠다’는 참모의 얘기보다 후보의‘말실수’에 더 민감합니다. 그래서 본인은 인정하지도 않는 ‘말실수’가 종일 톱뉴스였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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