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도 못한 일" 극찬 쏟아진 무대.. '풍류대장'이 남긴 것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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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의 한 장면 |
| ⓒ JTBC |
JTBC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에서 서도밴드가 초대 풍류대장에 등극했다. 21일 방송된 <풍류대장>에서는 최종 6팀의 파이널 라운드 경연이 그려졌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이상은 아바의 'Gimme, Gimme, Gimme'와 김부자의 '달타령'을 새롭게 엮은 무대를 꾸몄다. 무대 도중 남사당 놀이와 버나돌리기 등 풍물놀이의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접목한 흥겨운 무대로 눈길을 끌었다. 이적은 "이상은 음악만 하는 팀이 아니라 판을 열고 놀줄 아는 팀"이라고 호평 했고, 성시경은 "기쁘고 흥이 나는데도 애환과 슬픔도 있고, 감성과 해학도 있다. 가장 이상다운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심사위원 점수 765점을 획득했다.
'국록(국악+록)'의 강자 억스(Aux)는 H.O.T.의 '전사의 후예'와 '춘향가'로 무대를 꾸미며 부당한 폭력에 맞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박칼린은 "메탈리카로 이길수 있다"며 극찬했고 송가인은 "역대급이었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라고 호평을 보냈다. 억스의 심사위원 점수는 782점이었다.
김주리는 송골매의 '모두 다 사랑하리'를 선곡했다. 솔라는 "파이널에 맞게 지금이 역대급 무대"라고 평가했고, 우영은 "심사평을 하는 게 의미가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무대"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주리의 심사위원 점수는 761점이었다.
여성 멤버들로 구성된 온도는 네 번째로 무대에 서서 박정현의 '몽중인'과 '흥타령'을 편곡했다. 원곡자 박정현은 "20년간 불러온 노래인데 오늘 온도의 해석으로 새롭게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멋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적은 "흥타령의 판소리에서 몽중의 가요 발성을 바뀌는 부분이 풍류대장의 지난 3개월을 요악해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온도의 심사위원 점수는 762점이었다.
김준수는 빅뱅의 '뱅뱅뱅'과 '수궁가'를 접목시킨 무대를 선보였다. 이적은 "김준수는 스타성을 가지고있는데 뻔한 걸 안 한다.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걸 도전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평가했다. 박칼린은 "판소리 창법의 원형을 지키면서도 어떤 장르든 잘 소화해낸다. 전통 국악과 크로스오버계에서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을 인재"라고 호평했다. 김준수의 심사위원 점수는 782점이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게 된 서도밴드는 21세기 한국 음악 프로젝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처음 만들어진 팀의 결성 계기를 밝혔다. 서도밴드는 당시 참가곡이었던 창작곡 '바다'를 파이널 무대의 경연곡으로 선택하며 "수미상관이라고 하지 않나. 처음 시작되었던 우리의 바다가 더욱 창대하고 넓게 와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서도밴드는 노래 제목처럼 잔잔하다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같은 웅장하면서도 시원한 무대를 선보이며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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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의 한 장면 |
| ⓒ JTBC |
심사위원들과의 콜라보 무대와 함께 지난 3개월간 <풍류대장>의 여정을 간단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종 발표의 시간이 다가왔다. 6위는 온도, 5위는 이상, 4위 김주리, 3위 AUX가 차지했다. 서도밴드가 온라인 사전 투표 271.89점, 심사위원 점수 683.60점, 실시간 문자 투표 1704.93점으로 총점 2660.42점을 받아 2위 김준수를 제치고 1대 풍류대장에 선정됐다.
서도밴드는 "저희는 조선 팝의 창시자, 서도밴드다. 의미있는 시기에, 의미있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지금까지의 힘들었던 과정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과정이고, 예술가들이 짊어져야 할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묵묵히 고생해준 참가자들게 수고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앞으로 더욱 새로운 시대를 풍류를 즐기실 준비가 되셨나? 앞으로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모든 참가자와 심사위원들은 환한 미소와 박수로 서로를 격려하며 훈훈하게 여정을 마무리했다.
<풍류대장>은 국내 최초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을 표방하며 방영 초반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K팝이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전통음악을 제대로 조명하려는 시도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풍류대장>은 국악 자체 만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아닌 대중음악과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대중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을 목표로 했고, 결과적으로도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풍류대장>의 출연자들은 대중음악 팬들에는 인지도가 낮지만, 이미 국악판에서는 그 실력과 스타성을 인정받는 최정상의 소리꾼들이었다. 한국 전통음악이 놓인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영혼의 소리'를 쏟아낸 소리꾼들의 진정성과 독특한 감성, 걸출한 실력은 시청자들에게 '이것이 원조 조선팝'이라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큰 감동을 안겼다.
또한 <풍류대장>은 기존의 팝이나 트로트 장르에 편중되어있던 국내 음악 경연 예능의 다양성과 퀼리티를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국악에 판소리 외에도 다양한 장르와 악기가 존재하고, 서구음악이나 현대 대중음악과의 유연한 크로스오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풍류대장>의 가장 큰 성과였다. 한편으로 이렇게 뛰어난 실력과 음악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팀을 유지하거나 생계를 끌어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열악한 국내 국악계의 현 주소를 가감없이 알리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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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의 한 장면 |
| ⓒ JTBC |
하지만 국악과 대중음악의 결합이라는 방송 취지를 감안하면 부득이한 선택이기도 했다. 국내에 그만큼 국악과 대중음악 양쪽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인지도와 영향력을 지닌 아티스트가 부족하기도 했고, 좁은 인맥으로 연결된 국악계의 인재풀을 감안하면 오히려 소리꾼들과의 개인적인 인연이나 선입견이 없는 대중음악 심사위원들이었기에 더 객관적인 심사가 가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심사위원들은 검증된 소리꾼들의 실력과 경력을 존중하며 기존의 오디션같은 독설보다는 같은 음악인의 입장에서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한편으로 뒤로 갈수록 지나치게 과도한 극찬이나 헌사 위주의 심사평으로 기울어지며 사실상 심사의 변별력이 떨어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비록 장단점도 있었지만 과도한 경쟁보다 동업자 의식을 강조하는 훈훈한 분위기는 <싱어게인>에 이어 JTBC 경연만의 개성으로 자리잡았다. 참가자들은 경연에서 살아남거나 우승에 대한 욕심보다는 '국악을 살리자'는 명분으로 뭉치며 최고의 무대를 펼치는데 집중하고 상대팀에 있어서도 진심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는 따뜻한 모습이 돋보였다. 자극적인 경쟁 없이도 출연자들이 진심을 다한 무대만으로 얼마든지 시청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풍류대장>이 오랫동안 남긴 진한 여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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