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선 교수가 분석한 '블랙홀강남 아파트나라' 발간

박종일 2021. 12. 2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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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기술고등고시 합격, 2020년 서울시 행정2부시장으로 퇴임하기까지 32년 서울시에서 공직에 몸 담았던 진희선 박사가 '서울시 부시장이 말하는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에 이어 또 다시 역저 '진희선 교수가 분석한 블랙홀강남 아파트나라' 펴내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1987년 기술고등고시에 합격, 2020년 서울시 행정2부시장으로 퇴임하기까지 32년을 서울시에서 공직에 몸 담았던 진희선 박사가 '서울시 부시장이 말하는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에 이어 또 다시 역저 '진희선 교수가 분석한 블랙홀강남 아파트나라'를 펴냈다.

퇴임 후 모교인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로 재임하는 진 박사는 공직자는 ‘사회가 선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신념으로 일했다며 대한민국 압축성장의 시대에서 뉴타운사업 등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세계도시로 성장하는 도시계획과 관리, 그리고 사람중심의 도시재생에 이르기까지, 주택과 도시건축을 아우르는 정책 수립과 실행의 현장 중심에 있었다.

건축공학과 출신 도시계획 박사로서 학문적 지식과 그간의 현장 경험을 제자들에게 전하며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도시개발과 부동산 시장도 결국 인간의 욕망과 닿아 있고, 그러기에 해결책 또한 인문학적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서울도시건축주택 인문학 산책' 시리즈를 저술하고 있다.

이 책 '블랙홀강남 아파트나라'는 강남집중과 아파트 쏠림현상, 주택자가비율의 3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부동산 문제의 원인을 분석했다.

지금이야말로 문제점을 정확히 드러내고 주택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국민의 큰 걱정거리가 될 주택시장의 불안요인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여파가 회복되면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부동산 가격은 6년이 지난 2021년에도 멈추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 4년 동안 25차례에 걸쳐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으나,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2021년7월부터 3기 신도시 아파트 사전청약을 추진하는 등 주택공급 대책의 성과가 나오고 있으니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국민은 아직도 집값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필자는 32년간 서울시 공직을 마치고, 지난 1년 동안 대한민국의 부동산의 가격 동향과 앞으로의 추세를 가늠하고자 골몰했다. 공직 현장에 있으면서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주택정책 경험을 토대로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논문과 언론 기사들을 찾아 연구했다.

부동산에 관한 자료는 너무도 방대했다. 포털 검색 칸에 부동산, 주택가격 등 주요 키워드만 넣으면 관련 자료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자료가 많다는 것은 축복이자 재앙이었다. 방대한 자료들을 읽고 가르마를 타서 필요한 줄기를 찾아내는 일은 그만큼 큰 고역이었다. 그리고 그 줄기 위에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논리를 정립해서 글로 정리하는 작업은 더 큰 난관이었다. 학교 연구실에서 온종일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다가, 생각이 무뎌지면 제주로 짐을 싸서 수십일씩 독고살이를 하기도 하고, 산사에 몇 주간 머물며 심신을 달래기도 했다.

지난 30여 년간 주택가격은 3번의 폭락 속에서도 상승세 유지

필자는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좀 더 큰 틀에서 파악하고자 노태우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에 이르는 지난 30여 년간 부동산 정책과 주택가격 추세를 살펴보았다. 지난 30여 년간 주택가격은 3번의 가격 하락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회복하길 거듭하며 지속해서 상승했다. 1988년에 정부가 발표한 200만호 주택건설 정책에 따라 1991년부터 1기 신도시 아파트가 준공되어 입주가 시작되면서, 서울 강남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이후 8년간 주택가격 안정세를 유지한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집값이 폭락했으나, 2001년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집값은 다시 회복, 이후 8년간 주택가격은 상승 기류를 탄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집값이 하락하다가, 2014년 바닥을 찍고 2015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2021년 들어 집값 상승세는 주춤하는 것 같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고 주택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 30여 년간 200만호 파격적인 주택공급, 그리고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2차례에 걸친 외부 충격으로 집값이 3번 하락했으나, 회복기를 거쳐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6배나 상승했다. 물론 지역에 따라 10배 이상 상승한 지역도 있지만, 적게 오른 곳도 있으니까 서울 전역에 아파트 평균 상승이 6배라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 추세를 자세히 살펴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집값 상승의 진원지는 늘 강남이고 가격 상승률도 가장 높다는 사실이다. 가격이 평당 억대가 넘는 아파트가 속출, 지방 도시 집값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뿐더러, 같은 서울인 강북 집값과 비교해 갈수록 격차가 더 커진다. 강남은 이제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가고 있다.

또 다른 독특한 현상은 아파트로 몰리는 주택수요다. 매년 4~5만호 증가하는 가구 분화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에서 호텔 개조와 근린생활시설 용도변경을 통해 원룸을 만들고, 20평대 다세대·다가구를 매입해서 2~3인 가족이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했지만, 주택시장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너도나도 주거환경이 좋은 아파트 단지를 원하는 것이다. 매년 건축하는 주택의 70% 이상이 아파트인데도 아파트 공급은 수요에 못 미치는 것이다. 왜 대한민국은 아파트의 나라가 되었는가?

블랙홀강남 아파트나라 대한민국

최근 주택가격 상승과 더불어 전월세가격이 뛰면서 정부에서는 주택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고 임차인의 권리 강화를 위해 임대차 3법을 시행했다. 그러나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이 오히려 전월세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비판한다. 시기적으로 이와 맞물려 전세의 월세 전환율이 높아져 급기야 전세는 선이고, 월세는 악이냐는 선악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자가를 자작농, 임차인을 소작농에 빗대 정부의 공공임대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많다 보니, 집값이 오르면 내 집 마련이 물 건너가는 것 같아 고통스럽고, 전월세가 뛰면 당장 그 추가 금액을 구해야 하니 절망이다.

【3가지 쟁점】 저조한 자가 비율, 강남 집중, 아파트 쏠림

필자는 지난 30여 년간 부동산 흐름을 연구하면서, 강남 집중과 아파트 쏠림 현상, 그리고 주택자가 비율의 3가지 쟁점에 집중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왜 이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짚어 보고, 그 문제점을 분석했다. 그리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 독특한 현상은 우리나라 분단의 역사에 기인하기도 하고, 개발시대에 만들어진 제도가 관성적으로 이어져 발생한 것도 있다. 특히 지난 수십 년 간 압축성장이 초래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3가지 현상은 대한민국의 성장·발전 과정에서 일어난 결과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문제점을 정확히 드러내고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대한민국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것이며,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남아 주택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국민의 큰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쟁점 · 저조한 주택자가 비율] 주택의 3대 기능(주거·자산·연금)

첫째 쟁점은 자기 집에 자기가 사는 비율인 주택자가 비율이다. 전국적으로 10명 중 6명은 자기 집에 살고 나머지 4명은 남의 집에 세 들어 산다. 반대로 서울은 10명 중 4명이 자기 집에 살고 6명은 남의 집에 세 들어 산다. 자가 비율은 자가 보유율과 자가 점유율로 세분할 수 있는데, 자기 집을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고 자기는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자가 보유율이 자가 점유율보다 크다. 그 차이가 전국적으로는 3%, 서울은 5%쯤 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주택통계가 세부적으로 산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주택자가 비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2005년 이후로 주택이 전국적으로 770만 가구가 추가 공급되고, 서울에는 50만 가구의 순증 공급이 이뤄졌는데, 자가비율은 늘지 않고, 전국은 6대4, 서울은 4대6으로 고착화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결국은 다주택자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공급은 다주택자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2주택 소유자는 2020년 기준 전국 228만명이고, 서울은 39만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에서 2017년 12월 발표한 임대주택등록활성화방안에 따라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여 양도세, 재산세, 임대소득세, 건보료 등 세제혜택을 받고 있다.

필자는 주택자가 비율을 높여 주택시장의 불안요인을 잠재우고 국민의 주거안정을 모색하는데 연구의 초점을 맞추었다. 주택은 주거living, 자산property, 연금pension의 3대 기능이 있다. 자기 집에 살면 거주의 안정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집값이 출렁거려도 불안감이 훨씬 덜하다. 집값은 지난 30여 년간 추세를 보아도 경제발전과 소득성장에 따라 오르게 되어 있다. 따라서 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산증식 효과가 있다. 자기 집을 소유하고 집을 넓혀가면서 자산을 늘려갈 수 있다. 지난 30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집값상승률은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보다 높다. 일터에서 물러나 노후를 지내는 사람은 집을 담보로 역모기지에 가입하면 다달이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 노후에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은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하는데, 이와 반대로 자기 집에서 거주하는 사람은 매달 주택연금을 받으니 경제적 여건이 그만큼 좋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필자는 독자들에게 적정한 시기에 본인이 부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집은 반드시 사라고 권하고 싶다. 정부에서도 주택자가 비율을 높이는 정책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쟁점 · 강남 집중] 냉전의 산물 강남, 이제는 대한민국 블랙홀

두 번째는 강남 집중 현상이다. 최근 집값 상승 추세를 보면 강남 집값은 다른 지역의 추종을 불허한다. 1970년대 군사적 안보와 서울 인구집중을 해결하기 위해 냉전의 산물로 개발되기 시작한 강남이 이제는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버린 것이다. 1970년 남서울계획에서부터 시작한 강남개발은 30년에 걸쳐 개발이 마무리되면서, 2000년에는 대한민국의 경제·금융·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허허벌판 논밭이 택지로 바뀌고, 지하철 2호선 역이 들어서는 중심지는 상업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강남 부동산은 폭등하기 시작한다. 영화 ?강남 1970?에서 강남땅을 향해 질주하는 인간의 욕망이 치열하게 부딪친다. 강남은 한국 현대사를 압축한 상징적 공간이며, 대한민국의 권력과 욕망이 결집한 곳이다. 사람들에게 강남은 질시의 대상이지만, 또한 선망의 대상이다. 우리의 욕망은 이중적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북의 집값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2001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집값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는데 강남·북의 집값 상승률이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를 넘기면서 2015년부터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도 강남 집값이 다른 지역과 격차를 벌리며 뛰었다. 이제는 중산층조차도 강남에 집을 사서 진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1970년부터 30년간 전폭적인 정치적·행정적 지원으로 개발된 강남은 2000년에 강북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2000년 이후에도 지속해서 강남을 중심으로 경부고속도로축을 따라 개발되고, 도시가 확장돼 광역 인프라가 연결되면서 강남 집중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바야흐로 강남은 이제 서울의 중심지에서 대한민국의 블랙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버린 강남! 축복인가? 재앙인가? 점점 더 가속화되는 블랙홀, 강남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강남이 블랙홀이 되는 만큼 집값은 거기에 상응하여 오르게 되어 있다. 블랙홀이 되어 버린 강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강남 중심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쟁점 · 아파트 쏠림] 아파트의 진화, 저층주거지의 몰락

세 번째 쟁점은 아파트로 몰려드는 주택수요다. 아파트는 우리 전통의 주거형식이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한 외산 주거형식이다. 오늘날과 같은 단지형 아파트가 최초로 건설된 것은 1964년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마포아파트다. 생소했던 고층 주택에 연탄가스 중독위험이 있다는 괴소문이 퍼지며 별로 인기가 없었던 아파트는 단기간에 대량 주택공급 수단으로 부각되며 1970년대 이후 강남개발과 함께 대규모로 건설된다. 서울로 집중되는 인구를 단기간에 수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파트는 효용적인 주택유형임에 틀림없었다. 한편에서는 강북 달동네 판자촌을 정비하기 위해, 1984년에 건설사가 참여하는 합동재개발 방식이 도입되면서, 강북의 슬럼가는 전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건설되었다. 강남의 신도시 개발, 강북의 슬럼가 재개발을 통해서 아파트는 이제 서울 주택유형의 대표 자리를 차지한다. 1970년에 서울 주택의 88.4%를 차지했던 단독주택(다가구 포함)은 2020년에 30%에 불과하고, 아파트는 1970년 4.1%에서 이제는 50%에 육박한다. 서울시민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아파트에 산다.

지방에 가보면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에도 논밭 한가운데 난데없이 아파트가 떡하니 들어서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대한민국은 아파트의 나라, 아파트 공화국이 된 것이다. 2000년대까지는 아파트가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등 다른 주택유형과 가격에서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거치고 2001년부터 주택가격 상승기를 맞이하면서, 아파트는 다른 주택유형과 격차를 벌리며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에 대형건설사들이 규모를 경쟁력으로 내세워 아파트 건설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회사 브랜드를 장착하고 특화설계를 통해 아파트를 고급화하기에 이른다.

주차장은 전부 지하로 들어가고 지상에는 수려한 나무와 벤치, 연못과 폭포분수 등으로 고급스러운 공원을 조성한다. 그 가운데 어린이놀이터가 만들어지고 주민헬스센터와 커피숍, 독서실 등 아파트 주민만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익시설이 두루 잘 갖추어진 고급 아파트 단지가 탄생한 것이다. 대단지 아파트에는 수영장과 골프연습장까지 갖춰져 있다. 이와 더불어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프라이버시와 보안과 방범이 보장된다.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는 공기정화시설이 설치되고, IT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 기술이 아파트 주거설비에 탑재되어 스마트홈 시대를 선도한다. 아파트 주거환경이 더 없이 편리하고 안전하며 쾌적해진 것이다. 2000년 이후 지난 20년간 아파트는 계속해서 진화의 길을 걸어 이제는 ‘주택의 왕’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반면, 저층주거지는 다세대·다가구 제도가 도입되면서 한 가구가 살던 단독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5~8가구가 함께 사는 빌라촌으로 변신해야 했다. 한 세대가 살던 자리에 5세대가 넘는 주택을 짓고 살아야 하니, 주거환경이 당연히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주차장과 공원녹지 부족, 사생활 침해, 통풍과 일조 문제, 취약한 방범 등 저층주거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환경이 더 열악해졌다. 더구나 영세한 주택건설업자들이 빌라를 저가로 짓기 때문에 날림공사로 인해 건축주나 인접 주민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로 집중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 한편에서는 아파트를 짓고, 다른 한편에서는 다세대·다가구를 짓게 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렇게 상반된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저층주거지의 생활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하여 아파트로 몰려드는 주택수요를 분산하고, 다양한 주택유형이 건설되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아파트를 찾는 것은 아파트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아파트 말고는 갈 데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위와 같이 대한민국 주택문제에서 발생하는 세 가지 쟁점들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름 대안을 제시했다. 이 세 가지 쟁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주택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고, 강남 중심의 아파트로 쏠리는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 책은 '서울도시건축주택 인문학 산책' 시리즈 1권인 '서울시 부시장이 말하는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와 같이 읽으면 더 좋다. 1권이 부동산 트렌드 전반에 관한 것을 논했다면, 시리즈 2권에 해당하는 이 책은 대한민국 부동산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3가지 핵심에 대해서 심도 있게 파헤친 책이라 할 수 있다.

글의 전개

【1장 우리는 어디에 사는가?】 자가, 임차 등 주택 거주형태를 개괄하고,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이유와 추세를 분석하며, 임대차 3법 개정 논쟁과 외국의 임대제도를 들여다본다.

【2장 대한민국 블랙홀강남】 냉전의 산물로 탄생한 강남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중심지로, 집값 상승의 진원지가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대한민국 블랙홀강남’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무엇인지를 논의한다.

【3장 아파트나라 대한민국】 아파트의 개발사를 개괄하고, 아파트로 몰려드는 주택수요의 원인을 진단하며, 저층주거지의 열악한 주거실태를 살펴서 주거환경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4장 뉴타운 빛과 그림자】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출발한 뉴타운사업이 강북 주거환경개선에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주었나를 분석하고, 뉴타운의 문제점과 수습과정을 살펴본다. 뉴타운 3개의 얼굴에서는 유형별로 추진했던 길음, 은평, 왕십리 뉴타운 3개소의 추진과정을 들여다본다.

【5장 어디에 살고 싶은가?】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3대 쟁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우선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줄이고,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 자가비율을 제고하는 방안을 논한다. 대한민국의 블랙홀이 되어버린 강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국가와 지역균형발전 추진전략을 제시한다. 그리고 아파트 일변도의 주택수요를 해결하고 주택유형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저층주거지의 부활을 꿈꾼다.

◆출판사 서평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의 핵심 3가지

블랙홀 강남, 아파트 쏠림, 전월세 신세

명쾌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강남

폭증하는 아파트 쏠림과 열악해지는 저층주거지

주택공급이 늘어도 10명 중 6명은 늘 전월세 신세

모두가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하는 시대, 문제의 핵심 3가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 특히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은 다른 지역의 추종을 불허한다. 1970년대 군사적 안보와 서울 인구집중을 해결하기 위해 냉전의 산물로 개발되기 시작한 강남이 이제는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강남은 한국 현대사를 압축한 상징적 공간이며, 대한민국의 권력과 욕망이 결집한 곳이다. 사람들에게 강남은 질시의 대상이지만, 또한 선망의 대상이다. 이중적 욕망이 공존하는 강남, 아파트.

강남 아파트로 상징되는 부동산 문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공급과 규제완화만이 해결책이라는 주장과 투기수요 차단을 강조하는 도덕적 명분론이 충돌하면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청년층으로 대표되는 다음 세대들에게 내집 마련은 공정한 기회와 노력으로는 이루기 힘든 양극화의 상징이 된 것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가구 분화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에서 호텔개조와 근린생활시설 용도변경을 통해 원룸을 만들고, 20평대 다세대·다가구를 매입해서 2~3인 가족이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했지만, 주택시장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오히려 호텔거지라는 조롱만이 난무할 뿐이다. 너도나도 주거환경이 좋은 아파트 단지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매년 건축하는 주택의 70% 이상이 아파트인데도 아파트 공급은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 또한 주택통계가 세부적으로 산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주택자가 비율은 전국은 6대4, 서울은 4대6로 15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05년 이후로 주택이 전국적으로 770만 가구가 추가 공급되고, 서울에는 50만 가구의 순증 공급이 이뤄졌는데도, 주택자가 비율은 늘지 않고 고착화되었다. 도대체 대한민국 부동산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역사상 초유의 주택가격 상승이 초래한 불평등과 양극화의 비정상적 상황을 벗어나,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우리 사회 모든 참여자가 냉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지난 30여 년간 부동산 흐름을 연구하면서, 강남 집중과 아파트 쏠림 현상, 그리고 주택자가 비율의 3가지 쟁점에 집중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왜 이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짚어 보고, 그 문제점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해결방안을 모색하였다.

이 3가지 독특한 현상은 우리나라 분단의 역사에 기인하기도 하고, 개발 시대에 만들어진 제도가 관성적으로 이어져 발생한 것도 있다. 특히 지난 수십 년간 압축성장이 초래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3가지 현상은 대한민국의 성장·발전 과정에서 일어난 결과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문제점을 정확히 드러내고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대한민국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것이며,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남아 주택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국민의 큰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대안 없는 감정적인 비판과 비난이 난무하는 작금의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에 조그마한 빛줄기를 발견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자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며, 같이 미래의 길을 찾자고 손을 내민다.

◆진희선 교수 약력

現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

前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

[ 저 자 학 력 ]

· 서울대 최고건설위과정(ACPMP) 수료

· 연세대학교 도시공학박사

·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도시계획석사

· 연세대학교 건축공학사

· 광주광역시 대동고 졸업

[ 저 자 약 력 ]

· 전라남도 함평 출생(1964년)

· 제23회 기술고등고시 합격(1987년)

· 기술사(1998년), 건축사(1999년)

· 홍조근정훈장(2013년)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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