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1908년 한양에서 처음 만났어요..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

성선해 2021. 12. 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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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짓 한번에 콸콸···어디서 어떻게 왔을까 깨끗한 수돗물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할 때, 쌀을 씻어 밥솥에 앉힐 때, 빨래를 세탁기에 돌릴 때, 집에 돌아와 손을 씻을 때. 여러분의 하루에 늘 함께하는 존재가 바로 수돗물이에요. 손잡이나 버튼만 누르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만큼 물을 쓸 수 있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는데요. 수돗물을 우리가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 역사가 생각보다 길지 않답니다. 과연 수돗물은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요.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곁에 올까요. 서울 수도박물관을 찾아 수돗물의 역사를 알아보고,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수돗물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907년 종로에서 찍은 서울의 첫 상수도 공사 현장. 수돗물의 보급은 현대 도시의 탄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수도박물관


"물 사시오~ 물 사시오~" 물지게 양쪽에 나무나 양철로 된 물통을 매달고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던 물장수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 사라지는 직업들이 있는데요. 식수(食水)를 팔거나 길어다 주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물장수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물장수의 존재는 당시 서민들이 식수로 쓸만한 깨끗한 물을 쉽게 구하는 게 어려웠다는 뜻이기도 해요. 마실 만한 물을 퍼올리는 우물은 집안 사정이 넉넉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호사였죠. 물장수가 자취를 감추게 된 결정적 계기는 조선 시대 말 개항을 전후해 도입된 근대 상수도 기술이었어요.

물장수가 지게에 달고 다니던 나무 물통. 수도박물관


최초 근대 상수도 시설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

잠시 시간을 돌려 물장수가 활동하던 120여 년 전 조선의 한양(현재 서울)으로 가봅시다. 개항과 함께 산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한양에 집중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우물이나 지하수를 사용하기 힘들어졌어요. 하천은 빨래에서 나온 땟국물과 화장실에서 나온 오물로 인해 빠르게 오염됐죠. 1886~1907년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분변·구토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는 콜레라로 목숨을 잃었어요. 고종황제는 조선인에게 깨끗한 음용수를 제공하기 위해 1898년부터 근대 상수도 시설을 도입하려 했지만 정치적 상황 변화로 계속 미뤄졌죠.

1903년 미국의 콜브란·보스트위크 상사에게 준 상수도 시설 및 경영에 관한 독점 특허권은 1905년 런던의 인터내셔설 신디케이트 회사에 팔렸고, 이후 대한수도회사(大韓水道會社)가 설립됩니다. 이 회사는 1906년 서울 뚝도(현재 뚝섬) 서쪽 끝 1만4000여 평 땅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상수도 생산시설인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을 착공했죠. 이 시설은 1908년 9월 1일 서울 사대문 안과 용산 일대 주민 12만5000여 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했는데, 이게 우리나라 근대 상수도 역사의 시작입니다.

정경진 해설사와 함께 수도박물관 본관을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 1907년 지어진 건물로 당시 유행한 건축 양식을 따랐다.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의 흔적은 지금도 남아있는데요. 바로 서울시 성동구에 있는 수도박물관이에요.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을 복원·정비해 수돗물 공급 100주년인 2008년 4월 24일 개관한 이곳은 우리나라 초기 상수도 생산시설 관련 유물을 체계적으로 수집·전시·보존하고,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의 생산과정과 물 자원의 가치를 알리고 있죠. 일부는 뚝도아리수정수센터로 바뀌어 지금도 24시간 수돗물을 생산·공급한답니다. 수도박물관을 찾은 최주영 학생기자와 김휘윤·노윤채 학생모델을 정경진 해설사가 붉은색 벽돌과 화강석을 사용한 르네상스풍 근대 건축물 앞으로 이끌었어요.

"이 건물은 수도박물관의 본관인데요. 원래는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의 송수실로, 대한민국 근대 상수도 역사의 출발지입니다. 1908년 9월 1일부터 수돗물 생산에 사용됐는데, 입구에는 6·25 전쟁(1950~1953) 당시 총탄 자국도 남아있죠. 붉은 벽돌과 아치형 창호를 활용한 구조는 1900년대 초 유행하던 건축 양식이었다고 해요."(정)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는 본관에서는 우리나라 상수도의 역사를 보여주는 여러 사진 자료와 유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상수도 시설이었던 뚝도정수장의 1971년도 전경(위 사진)과 뚝도아리수정수센터로 거듭난 2021년 현재 전경. 수도박물관

"뚝도수원지가 우리나라 제1정수장이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전시된 공사 당시 사진을 살피던 주영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첫째, 뚝섬은 당시 오염도가 심각했던 청계천·중랑천보다 수질이 좋고 수량이 풍부한 원수를 얻기에 최적의 장소였어요. 둘째, 뚝섬나루는 수돗물을 정수장에서 멀리까지 보내기 위한 동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땔나무·숯의 조달이 용이한 위치였어요. 셋째, 뚝섬 일대는 물이 자주 범람하는 지역이라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지 않아서 부지 매입이 용이했어요."(정) 참고로 당시 한강변은 본래 모래밭이었기에 완속여과지 내 여과사로 사용하는 모래를 채취하기도 쉬었죠.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 초기 시기의 유물과 자료를 만날 수 있는 수도박물관 본관 내부. 당시 사용하던 모터펌프와 수도관도 전시돼 있다. 수도박물관

본관 전시실 안에는 113년 전 이곳이 어떤 모습이었으며, 어떻게 운영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모형이 있었어요. 1908년에는 침전▶여과▶정수 3단계를 거친 뒤 송수실에 있는 모터펌프의 동력으로 서울 사대문 안에 수돗물을 공급했는데요. 이 과정은 오늘날 단계가 더 세분화됐지만 기본 원리는 같죠.

수도 창설 초기의 수돗물 생산량은 오늘날 대형 정수장의 1/80 정도에 불과했으며 작업 또한 사람이 직접 조작하고 확인하는 방식이었어요. 수돗물을 만드는 과정에는 물을 퍼올리고, 처리하고, 공급하기 위한 전기와 펌프 설비를 비롯해 유량 측정 장치, 수질 측정 기계 설비 등 많은 시설이 필요한데요. 당시 기술자들은 전기 및 펌프 운전, 전기계기 및 유량 측정 정도의 간단한 작업을 직접 했죠. 또한 정수 처리 방식에서 약품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을 둘러보며 오염 여부를 감시하기도 했어요.

본관에서 볼 수 있는 강·저수지 등의 물을 정수시설에 끌어오는 방법의 변천과 관련 유물. 수도박물관


대표적인 근대 상수도 관련 유물은 모터펌프입니다. "여기서 만들어진 수돗물을 멀리까지 보내기 위해서는 동력이 필요했는데, 그걸 만들어내는 기기가 바로 이 모터펌프예요."(정) 1908년 당시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전시실에 남아있는 건 그 이후에 사용했던 겁니다. 옆에 선 소중 학생기자단의 눈높이까지 오는 어마어마한 크기였죠. 모터펌프를 중심으로 당시 상수도관을 일부 재현해뒀는데요. 수돗물을 보내던 파이프는 물론 수돗물이 거꾸로 흐르는 걸 막고, 흐르는 양을 수동으로 조절하는 밸브 장치도 볼 수 있었죠.

수돗물이 거꾸로 흐르는 걸 자동으로 막고, 수돗물의 흐르는 양을 수동으로 조절하거나 차단하는 장치인 밸브를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그 옆에는 초창기 수도관이 한양 어느 지역에 설치돼 있었는지 표시한 커다란 지도가 있었어요. "지도 옆 4개의 버튼을 하나씩 눌러보면 해당 지역 수도관이 지도 위에서 반짝거릴 거예요." 정 해설사의 말에 따라 손가락을 움직여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을지로5가 부근(구 청녕교)에서 을지로 보도 양쪽을 따라 당시 한양 동쪽 성벽까지 연결되는 첫 번째 선, 퇴계로를 지나 한국은행 앞으로 연결되는 두 번째 선, 종로5가 부근에서 2개 방향으로 나뉘어 동쪽으로는 동대문까지 서쪽으로는 종로·광화문·서대문을 지나 마포구 공덕동까지 연결되는 세 번째 선, 을지로·남대문로·남대문을 지나 신용산까지 연결되는 네 번째 선이 차례대로 지도 위에서 반짝였어요. "지금 서울 지도를 보면 한강이 한가운데 있는데, 이 시기에는 한강이 지도 밑쪽에 위치하죠. 즉, 한강 밑 부분은 도성 땅에 해당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정)

수도박물관에서 직접 관람할 수 있는 완속여과지 내외부 전경. 두꺼운 모래층과 자갈층을 활용해 물속에 남아있는 미세한 입자들을 거르는 친환경 생산시설이다. 수도박물관


앞서 한강변 모래가 완속여과지 내 여과사로 활용됐다고 했는데요. 수도박물관 본관 옆에서는 완속여과지를 실제로 볼 수 있습니다. 윗부분이 잔디로 덮여있고, 어두컴컴한 아치형 입구 때문에 언뜻 보면 낮게 지은 건물 같지만, 사실은 수돗물 생산시설 중 일부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완속여과지 안으로 들어가자 아치형 기둥 사이로 자갈과 모래가 잔뜩 보였어요.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은 조성 당시 5개의 완속여과지를 운영했어요. 이후 수돗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1938년 1개의 완속여과지가 증설돼 현재는 6개가 남아있죠. 각 여과지는 겨울철 동파 방지를 위해 철근 콘크리트 뚜껑을 덮고 그 위를 60cm의 흙으로 덮었죠. 완속여과지 위에 잔디밭이 있는 이유예요. 또 바닥에는 두께 약 25cm의 자갈과 75cm의 모래가 채워졌죠. "침전지를 통과한 물은 완속여과지의 두꺼운 모래층과 자갈층을 통과하며 물속에 남아 있는 미세한 입자들을 걸러요. 완속여과 방식은 모래층 표면에 증식하는 생물점질막을 이용하여 물속의 부유물질이나 용해성 물질을 포착해 산화하고 분해하는 정수 방식인데요. 별도의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양질의 수돗물을 생산할 수 있죠."(정)

1973년 이전 사용된 습식부터 디지털식까지 다양한 종류의 수도계랑기가 전시돼있다. 수도박물관


한양에서 시작된 근대 상수도 시설은 점차 전국 곳곳에 보급됐습니다. 국민들이 위생적인 수돗물을 편하게 이용하게 되면서 삶의 질도 상승했어요. 콜레라처럼 물을 통해 전염되는 병이 크게 감소했고, 세탁·목욕·청소도 쉽게 할 수 있었기에 생활 환경이 깨끗해졌죠. 이게 바로 상수도관 설치와 공급이 현대 도시의 탄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유입니다.

누구나 깨끗한 수돗물을 사용하게 되기까지

하지만 모두가 동등하고 공평하게 수돗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던 건 아니었어요. 6·25 전쟁이 끝나고 1960년대부터 공업화·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서울로 많은 인구가 몰렸는데요. 1960년대에는 평균적으로 매년 30만8000명, 1970년대부터는 28만7000명 정도가 증가했다고 해요. 반면 수돗물 생산량은 이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이는 극심한 물 부족으로 이어졌죠. 변두리 지역이나 고지대에 사는 주민들은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워 공동수도나 급수차 앞에 긴 줄을 서야 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수돗물을 구할 수 있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에요.

별관에는 물의 흐름과 양을 조절해 배관을 여닫는 데 사용되는 게이트 밸브와 버터플라이 밸브도 전시돼 있다.


또한 계량기를 통해 체계적으로 수돗물 사용량을 측정하게 된 것도 1973년 이후에나 가능했습니다. 그전에는 수도검침원이 수도계량기를 확인한 후 사용자에게 알리는 방식이었죠. 사용량과 요금에 대한 시비도 잦았어요. 이는 1973년 1월 1일부터 사용량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직독식 수도 계량기로 대대적인 교체가 이뤄진 원인이 됐죠. 수도박물관 본관 옆에 위치한 별관에서는 직독식 계량기 이전에 사용된 습식 수도 계량기와, 각 가정과 영업장에 설치된 수전 번호판을 볼 수 있었어요. 생전 처음 보는 풍경에 소중 학생기자단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죠.

2004년 2월부터 서울시의 수돗물은 '아리수'라고 명명돼 불리는데요. "왜 이름이 아리수인가요?" 윤채 학생모델이 정 해설사에게 물었죠. "크다는 뜻의 '아리'와 물 '수'가 결합된 말로, 원래 아리수는 서울시 수돗물의 수원인 한강의 옛 이름이에요. 한반도 중심부를 흐르는 한강은 이미 삼국시대 때 큰 강이라는 뜻으로 아리수라고 불렀는데 그러한 기록이 광개토대왕릉비에 남아있어요. 현재 아리수는 서울의 수돗물 이름이 됐고, 정수 처리 과정을 거친 한강물은 건강하고 맛있는 아리수로 재탄생돼 서울 시민들에게 공급되고 있죠."

정경진 해설사(맨 왼쪽)와 함께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직접 물을 퍼올리는 체험을 한 소중 학생기자단.


113년에 걸친 한국 상수도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상수도 기술과 시설의 변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야외 체험장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엔 상수도가 생기기 전 썼던 우물부터 재래식 작두 펌프, 수돗가가 있어요. "우물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에요." 휘윤 학생모델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죠. "두레박을 우물 아래로 내린 뒤, 물을 가득 채우고 줄을 당겨 끌어올리세요.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힘을 많이 써야 해요." 정 해설사의 말에 따라 열심히 우물에서 물을 퍼올리는 소중 학생기자단. 셋이 합심하니 어렵지 않게 물이 채워졌죠. 다음으로 작두 펌프질에 나섰습니다. 먼저 펌프 위 구멍에 바가지로 마중물을 채워준 뒤 두 손으로 손잡이를 꽉 잡고 위아래로 움직이면 바닥에 있는 송수관에서 물이 올라와요. "아이고, 재미있기는 한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요."(노) 마지막으로 플라스틱 호스를 씌운 수도꼭지가 있는 수돗가도 살펴봤죠. 1970~80년대만 해도 집집마다 마당에 이러한 형태의 수도시설이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어서 지금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수돗물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도 알아봤습니다. 소년중앙이 수돗물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수돗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죠.

수돗물은 특유의 냄새가 있어서 마시길 꺼리는 사람도 있어요. 이 냄새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꼭 끓여서 마셔야 하는지도 궁금해요.

수돗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독할 때 넣는 염소가 수돗물에서 나는 소독약 냄새의 정체예요. 여과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 박테리아·세균·바이러스 등의 병원 미생물을 염소 소독법을 통해 없애는 거죠. 염소는 가격도 저렴하고 소량으로 사용해도 멸균력이 뛰어나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강한 소독약 냄새와 화약 성분이라는 이유로 수돗물을 마시는 것에 불안함을 가지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요.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은 건강에 유해한 잔류 염소 농도를 엄격하게 규제합니다.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해도 0.2mg/L(ppm) 정도로 기준치로 관리되니 건강에는 무해해요. 혹시 냄새에 민감하다면 수돗물을 미리 받아놓거나 끓여 마시면 염소 냄새를 제거할 수 있어요. 또한 레몬이나 녹차잎을 넣어 마시면 염소 냄새가 제거돼 더 맛있습니다.

김휘윤 학생모델과 최주영 학생기자, 노윤채 학생모델(왼쪽부터)이 물 한 바가지를 펌프에 넣고 작두를 움직이면 물이 밑에서 쏟아져 나오는 작두 펌프를 직접 조작해봤다. 지금의 꼭지만 틀면 콸콸 나오는 수돗물과는 다른 형태다.


우리나라 수돗물은 300가지 항목의 수질검사를 한다고 들었어요. 대표적으로 어떤 종류가 있나요.

맞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선 300가지 항목을 통해 엄격하게 수돗물 수질검사를 하고 있어요. 이는 일본·호주·캐나다보다도 더 많은 항목이죠. 수돗물 수질관리는 실시간 및 정기적 수질검사를 통해 엄격하게 이뤄지는데요. 실시간 수질검사 항목으로는 pH(수용액의 수소 이온 농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비롯해 탁한 정도, 염소의 잔류량 등이 있어요. 또 정기적으로 일반 세균과 각종 대장균 등이 있지는 않은지, 납·불소·암모니아성 질소 등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물질이 있지는 않은지, 소독제 및 소독부산물질이 일정 비율 이상으로 남아있지는 않은지도 살피죠. 이 밖에 수돗물의 맛·냄새·색깔 등 심미적 부분까지 고려해 검사한답니다.

수돗물을 마시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돗물에 비해 생수나 정수기의 탄소 발생량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에요.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많은 나라가 고민하고 있죠. 수돗물의 탄소 발생량은 1t당 0.3g인데 생수는 704배 많은 238g, 정수기는 1482배 많은 501g의 탄소가 발생해요. 또 생수나 정수기에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재활용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들고 소각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환경에 심각한 문제가 되죠. 수돗물을 마시는 것만으로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이고 탄소 배출량도 적어져서 지구 환경을 보호할 수 있어요.

어때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수돗물에 이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지는 몰랐죠? 게다가 수돗물을 마신다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지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니.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집에서 손쉽게 깨끗한 물을 마신다는 건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강이나 댐에 있던 물이 여러분의 욕실과 부엌까지 도달하려면 이렇게 많은 과정과 손길이 필요하답니다.

■ 수돗물이 만들어지는 과정

「 수돗물은 크게 취수▶혼화▶응집▶침전▶여과▶소독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수돗물이 만들어지는 과정. 서울시 상수도 사업부 제공.

1. 물을 끌어오는 취수장과 착수장

보통 수돗물의 시작이 되는 물(원수·源水)은 강물이나 저수지·댐에서 끌어오는데요. 거리가 가까운 경우는 몇 km 정도이지만, 먼 곳은 몇십 km 떨어진 곳에서 큰 관을 통해 끌어오기도 합니다. 수원지의 물을 끌어와 정수장까지 보내는 장소가 바로 취수장이에요. 정수장으로 보내진 물은 맨 처음 착수장에 도착, 흐름을 안정시켜 딸려온 찌꺼기나 모래 등을 가라앉힌 후(안정화) 다음 단계인 혼화지로 이동해요.

2. 부유물을 서로 뭉치게 하는 혼화지와 응집지

혼화지는 물에 응집제를 섞는(혼합) 장소예요. 응집제를 넣으면 잘 가라앉지 않던 물속의 작은 알갱이들이 서로 잘 뭉쳐지고, 더 크게 뭉치면 불순물을 더 쉽게 제거할 수 있어요. 이를 위해 물을 잘 저어서 알갱이들을 더 큰 덩어리로 만들어 침전지로 보내는 곳이 바로 응집지예요.

3. 맑은 물이 보이기 시작하는 침전지

응집지를 거쳐 침전지로 들어온 물은 4시간 정도 여기에 머물러요. 그동안 큰 덩어리가 된 물속의 부유물들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깨끗해진 물은 여과지로 보내지죠.

4. 다시 한번 걸러주는 여과지

침전지에서 미처 거르지 못한 미세한 입자들이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여과지에서는 한 번 더 거르는 작업을 해요. 미세한 입자들을 거르기 위해 물을 자갈과 모래층에 통과시켜 맑게 걸러내죠. 이 단계서 물속에 남아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들이 제거돼요. 소독 전 단계에 오존과 활성탄 여과지 공정을 더한 고도정수처리시설도 있습니다.

5. 마지막 단계는 소독

여과지를 거친 물은 깨끗한 상태가 돼요. 하지만 이 물을 바로 먹을 수는 없어요. 이 단계의 수돗물을 그냥 먹으면 세균이나 미생물들이 아직 살아 있어 배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과지를 거친 깨끗한 물은 꼭 세균 등 미생물을 살균하기 위해 소독제, 염소를 넣습니다. 염소는 수돗물 특유의 냄새를 나게 해서 사람들이 수돗물 마시기를 꺼리게도 하는데, 인체에 무해한 기준에 맞춰 관리하니 안심하고 마셔도 돼요.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수돗물은 정수지에 보관했다가 배수지에서 수도관을 타고 가정을 포함한 모든 물이 필요한 곳에 공급됩니다.

노윤채 학생모델과 최주영·김휘윤 학생기자(왼쪽부터)가 서울 수도박물관을 찾아 근대 상수도 시설의 역사에 대해 알아봤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수돗물을 쓰면서 이 많은 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했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수도시설의 역사와 물이 여과되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죠. 100여 년 전부터 한강 물을 정화해서 서울 곳곳으로 보냈던 기술과 아이디어가 놀라웠어요. 그리고 그 정화한 물을 끌어올리는 두레박과 작두 펌프를 직접 사용해 보니, 요즘은 수도꼭지를 통해 얼마나 편리하게 수돗물을 쓰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편리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쓰는 것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휘윤 (서울 신도초 4) 학생모델

처음에는 상수도 시설이나 '아리수' 등이 뭔지 정확히 몰랐는데 수도박물관 취재를 통해 알게 돼 유익했어요. 신기한 시설들도 많아서 재미있었죠. 원래는 수도에 대해서 잘 모르고 관심도 많이 없었는데, 해설사님과 시설을 살펴보고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니 좀더 상수도 시설과 수돗물에 관심이 생겼어요. 물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나중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와도 좋을 것 같아요.

노윤채(서울 명덕초 5) 학생모델

수도박물관은 본관과 별관·완속여과지·야외체험장 등 여러 장소로 나누어져 볼 것이 많았어요. 별관과 본관 사이에 있는 우물과 작두 펌프를 이용해 직접 물을 길어볼 수 있었는데 이 체험을 통해 옛날 생활방식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어요. 또한 완속여과지 안에도 들어가 보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돗물의 역사도 잘 알아볼 수 있어서 유익했죠.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이 많은 수도박물관에 꼭 가보길 추천해요.

최주영(서울 명원초 5) 학생기자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서울 수도박물관·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 동행취재=김휘윤(서울 신도초 4)·노윤채(서울 명덕초 5) 학생모델·최주영(서울 명원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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