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독립' 선봉장 성림첨단산업, 리쇼어링으로 탈중국

지난 16일 대구 달성군 금리 테크노폴리스 내 성림첨단산업 신공장 부지에서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내년 4월 연면적 1만2000㎡의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최초의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시설이 된다. 중국·일본이 아닌 곳에서 영구자석이 생산되는 첫 공장이기도 하다. 희토류 영구자석이란 자력을 영구적으로 간직하는 자석으로 첨단산업 분야에 두루 쓰인다.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한 전기차 전동모터의 핵심 소재다. 모터 생산비의 10~15%를 차지한다.

성림첨단산업은 중국 허난(河南)성에 공장이 있지만,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복귀) 차원에서 대구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대구 지역 두 번째 리쇼어링 케이스로 희토류 공급과 영구자석 제조에서 탈중국과 국산화를 이루게 된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95%를 차지하고, 영구자석 생산량도 일본에 이은 2위다. 리쇼어링 결정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한몫했다. 정부와 대구시는 신공장 투자비 중 부지와 설비 등을 일부 지원했다.
새 공장에 들어갈 희토류 광물 공급망은 ASM·라이너스·아라프라 등 호주 기업과 협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호주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ASM 등과 간담회를 하고,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또 내년 상반기 중 폐자석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리사이클링 공장도 경북에 새로 지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거의 탈중국에 다가서게 된다.
공군승(59) 성림첨단산업 대표는 “중국에만 의존해선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 리쇼어링을 결정했다. 원료 공급에선 탈중국, 영구자석 제조에선 세계 1위인 일본 신에츠를 넘어서는 게 목표”라고 했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종합예술품’으로 불린다.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원소와 철·알루미늄·코발트·갈륨 등 15가지 금속을 섞어 각 전동모터에 필요한 영구자석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공 대표는 “희토류와 금속을 어떻게 버무리냐가 핵심 기술이자 경쟁력”이라며 “끊임없는 연구와 재실험, 실험과 양산 단계의 격차를 메꾸는 과정 등을 수없이 반복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 400억원을 올린 성림은 최근 6년간 매년 약 20억원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썼다. 중소기업으로선 큰 금액이다.

공 대표는 “R&D에 매달리다 보니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러다 회사가 망하는 것 아닌가’ 걱정할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 현대차 하이브리드 전동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 주문이 급증해 매출이 두 배 가까이로 커질 것 같다”며 “내년엔 R&D 비용을 30억원으로 더 늘려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림의 올해 매출은 700억원, 내년엔 12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4년 설립 이후 영구자석 제조에 매진한 성림은 2019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Q : 중국의 희토류 생산·공급망이 절대적인데, 그 외 지역의 공급은.
A : 호주 기업과 협의가 잘 되고 있다. 우리와 같은 작은 기업이 직접 나설 순 없어, 국내 대형 투자사 등과 손잡고 협업 중이다. 장기적으로 호주 기업과 상호 출자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호주 광물 기업은 자국에서 희토류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또 베트남·인도·브라질 광산 기업은 희토류 생산을 늘릴 예정이고, 미국도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 등지에서 희토류 생산 재개를 검토 중이다. 우리도 당분간 중국 공장은 그대로 유지한다. 완성차업체의 영구자석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중국 공장에서 2023년까진 생산을 더 늘릴 계획이다.
Q :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 규모는 얼마인가.
A : 중국 공장 생산 규모는 원래 1000t이다. 최근 생산량 기준으론 최대 1200t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국내 공장도 그 정도 될 것으로 같다. 신설하는 공장은 내년 4월 시운전을 시작해 9~10월쯤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지금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차종 중 쏘나타를 제외한 모든 차의 전동모터에 성림의 영구자석이 들어간다. 다른 완성차업체도 발주하겠다고 하지만, 물량을 댈 수 없어 수주를 못 하는 실정이다. 향후 수년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본다.
Q : 폐자석 리사이클링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가.
A : 일본과 중국은 이미 상용화했다. 희토류 가격이 최근 몇달 새 두배 뛰었는데, 그런 측면에서도 리사이클링 공장을 하지 않으면 향후 생존할 수 없다. 영구자석엔 희토류가 약 30% 들어가는데, 지금 희토류 평균 가격이 1t에 1억7000만원 선이다. 성림은 이미 5~6년 전부터 리사이클링 R&D에 착수해 현재 기술력을 갖춘 단계다. 화학적 추출을 통해 꼭 필요한 희토류 원소만 빼내는 게 핵심이다. 금속을 액체로 녹인 다음, 다시 파우더(가루) 형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얼마나 잘 뽑아내느냐도 관건인데 일본이 97%, 중국이 90% 수준이다. 우리는 95%까지 끌어올렸다.
Q : 한국의 영구자석 시장 점유율은 어떤가.
A : 일본 신에츠·히타치와 중국 삼환·진리 등 글로벌 수위권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지금 전 세계 2%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년 국내 공장이 완공되고, 리사이클링 시설까지 갖추면 점유율을 꽤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 선진국엔 왜 희토류 영구자석 기업이 없나.
A : 미국 기업은 10여년 전 문을 닫았다. 독일엔 VAC라는 기업이 있지만, 자국에선 방산분야 영구자석만 제조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선진국도 다시 국산화에 관심 둘 것으로 본다. 그런 측면에서 내년 새 공장을 짓게 되면 한국은 영구자석 제조 설비에 대한 경쟁력이 생기게 된다.
Q : R&D 인력은 얼마나 되나.
A : 본사 75명 직원 중 20여명이 R&D 인력이다. 작다고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으로선 드물게 많은 편이다. 최근에도 박사급 엔지니어를 두 명 더 뽑았다. 신성장 분야라서 그런지 다행히 인력 수급엔 문제가 없다. 새 공장이 완공되면 본사 인력은 연구소 조직으로 바꾸려고 한다.
대구=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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