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등장..尹에게 없던 '그것'을 채우다

2021. 12. 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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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12월 3일 정도까지만 해도 대권 판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29일 발표된 KBS(11월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21.5%,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SBS(11월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9%,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MBC(11월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23.9%,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모두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이 12월 초반까지 지속됐다면, 민주당 측 표현으로 이른바 ‘골든 크로스’가 발생했을 테다. 그랬다면 윤석열 후보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했을 것이다. 선거판에서는 일단 역전에 성공하면 그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이벤트가 발생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이다. 12월 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후보가 울산에서 전격적인 화해 회동을 가질 때, 김종인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 이런 극적인 모멘텀 덕분에 윤석열 후보는 지지율 하락 위기에서 어느 정도 탈출할 수 있었다. 분열과 갈등에서 벗어났다는 인상을 유권자에게 줌으로써 일종의 컨벤션 효과가 나타난 덕분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등장 의미는 컨벤션 효과 말고도 또 있다. 김종인 위원장의 뿌리는 호남에 있다. 다른 국민의힘 정치인보다 김 위원장이 호남 유권자 정서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부분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에게 매우 중요하다. 아래 차트에서 보듯, 호남에서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 지지율은 모두 상승 중이다.

그런데 두 후보의 호남 지역 지지율 사이에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호남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호남에서의 민주당 지지율보다 낮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그렇지 않다. 한국갤럽 11월 첫째 주의 여론조사(11월 2~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RDD 전화 면접 조사, 응답률 14%,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경우, 조사 시점에서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호남에서의 지지율을 나눠 가진 상황이었다. 11월 첫째 주 조사에서, 홍준표 후보는 6% 지지를 얻었는데, 윤석열 후보와 홍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8% 정도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런 11월 첫째 주 조사 이외에는 호남 지역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과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엇비슷하거나,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을 앞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여론조사는, 이재명 후보가 호남 지역을 더욱 치열하게 공략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호남 유권자 중 민주당은 지지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는 호남 지역에서 당의 뒷받침이 미약하다고 할 수 있어, 후보 ‘개인기’로 지지율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후보 ‘개인기’에 의존하는 상황이란, 지지율이 안정적이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호남 공략이 더욱 절실하다.

이외에도,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 민주화를 모토로 삼고 있는 정치인이기에 중도층에게 어필하기가 쉽다는 점 또한 윤 후보에게는 중요하다. 중도층 지지 획득이 중요한 이유는, 지난 12월 첫째 주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11월 30일~12월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응답률 15%,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알 수 있다. 해당 조사에서 나타난 중도층 표심은 이재명 후보 지지 33%, 윤석열 후보 지지 33%였다. 중도라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유권자 표심에서 두 후보가 동률을 기록한 것이다.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실용주의가 필요하다. 이재명 후보는 일찌감치 자신이 유연한 실용주의자임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을 철회하더니, 국토 보유세 도입에 대해서도 철회를 시사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아직까지 실용주의적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는 전반적으로 자신의 구체적인 정책 노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실용주의자적 면모를 보여주려고 애쓰니, 윤 후보 측은 이를 방어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윤석열 후보의 바로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선대위 출범식이 있었던 지난 12월 6일 한 방송에 나와, 현재 상황은 자유주의 경제만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고 국민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황폐화돼 있는 마당에, 자유주의 경제만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선대위 출범 당일부터 ‘김종인표 실용주의 노선’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결국 코로나19와 경제를 이번 대선의 주제로 삼겠다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윤 후보 측 공약 1호는 코로나19 관련 공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루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 7000명 이상 나오고 있기 때문에,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 상황이 얼마나 더 악화될지 모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의료 체계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이는 얼마나 준비된 상태에서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결국 현재 상황은 여권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야당에 마냥 유리한 상황도 아니다. 국민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반문 빅 플레이트를 통한 정권 교체 여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갖고는 유권자 지지를 끌어오기 힘들다. 현재의 긴박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놔야만 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전략통인 김종인 위원장 행보가 주목된다. 이재명 후보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코로나19 문제에 대해 현 정권과의 차별화 전략을 쓰며 자신만의 해결 방안을 말하고 싶겠지만, 김종인 위원장 등장으로 친문 지지층을 묶어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에 코로나19 문제에 대한 차별화 전략 구사도 쉽지 않은 진퇴양난의 국면이다.

결국 국민의 생존권 수호를 위해 누가 더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인가가 내년 대선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8호 (2021.12.15~2021.12.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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