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감시 피하는 北.."처형은 계속된다, 장소만 더 숨길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이후 북·중 국경에서 먼 곳에서 처형을 집행하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자 처형 관련 소식이 퍼지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택한 방법이란 설명이다.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워킹그룹(TJWG)은 15일 지난 6년간 600여명의 탈북민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수시로 공개처형을 벌여 주민들을 두렵게 하려던 과거에 비해, 김정은 시기에는 일반 주민들에게 덜 노출하고 집행하는 처형이 많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TJWG가 이날 공개한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 국제적 압력에 대한 북한의 반응’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관계당국은 처형과 관련한 증거가 북한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이 엄격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엔 인권조사위원회(COI)의 2014년 보고서 발간 이후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감시와 기록을 대폭 강화한 것과 맞물린다는 것이다.
①인터뷰 대상 683명, 진술 442건
②함경북도·양강도 출신이 77.1%
③김정은 집권 이후 줄어든 공개처형
TJWG는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북한의 처형 방식 및 처형 장소 변화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 혜산시를 심층 분석했다. 혜산시는 북·중 교역의 주요 거점 중 하나로, 북한 내부 정보가 외부로 퍼져나오는 주요 경로다. 이에 TJWG는 혜산시가 김정은 시기의 처형 방식과 처형 장소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포인트라고 봤다.
TJWG가 확보한 탈북민들의 진술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이전의 처형(위 그래픽 노란색 동그라미)은 혜산비행장 근처를 포함해 6개 구역에서 주로 집행됐다.
하지만 김정은 시기의 처형(위 그래픽 붉은색 동그라미)은 혜산비행장과 국경경비25여단 근처의 2개 구역에서 주로 집행됐다. 과거엔 혜산시 내의 북·중 접경지역은 물론 혜산시 도심부에서도 처형이 집행됐지만,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형 집행 장소는 국경에서 먼 곳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TJWG는 “국경을 통해 북한 밖으로 처형 실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북한 당국이 처형 장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며 “이같은 처형 장소의 변화는 국제사회의 감시와 압력이 북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④“처형 후 뇌수 흐르는데 보라고 강요”
동시에 공개 처형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데, 처형 수단으로는 대부분 총이 사용됐다.
TJWG는 김 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이후 처형 수단과 관련해 총 23건의 진술을 청취했다. 이 중 21건은 총살부대에 의한 처형으로, 3명의 사격수가 총 9발을 사격해 처형을 집행하는 방식이 가장 많았다. 나머지 2건은 교수형을 통한 처형이었다. 각각 2012년 함경북도 무산군과 2014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집행됐다.
김정은 시기에 집행된 공개처형의 장소에 대한 탈북민 진술은 총 27건으로 집계됐다. 탈북민들은 북한 당국이 개활지와 들판, 강둑, 언덕 등을 주된 처형 장소로 활용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 처형 당시에 수백명 규모의 군중이 동원됐다고 한다.
각 지역의 ‘인민반장’이 처형집행 예고 알림을 받아, 담당 구역의 주민들을 동원해 처형 장면을 지켜보게 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한 탈북민은 “처형된 사람 뇌에서 뇌수가 막 흐르는데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서 한 명씩 죽은 사람 얼굴을 보게 했다. 경고의 뜻이었다”고 진술했다.
⑤주된 처형 사유는 ‘남한 영상 시청·배포’
TJWG가 진술을 확보한 김정은 시기 27건의 처형 중 7건은 남한 영상을 시청하고 배포했다는 게 처형 사유였다. 또 5건은 마약 관련 혐의였고, 성매매 혐의는 5건, 인신매매 혐의는 4건,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는 3건, 음란행위 혐의는 3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북한의 불공정한 사법체계를 고려할 때 북한 당국이 공표한 처형자의 혐의 역시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 TJWJ는 “탈북을 도운 사람에게 인신매매 혐의가 적용되는 등 (처형자에게 적용된) 다른 혐의들도 완전히 조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영화·드라마·음악을 유포하면 사형을 부과할 수 있는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관련 “국제사회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고 행위와 처벌 사이에 필요한 균형에서 과도하게 벗어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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