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눈앞에 다가온 차등의결권과 향후 과제

2021. 12.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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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일 국회 산자위는 일정 요건을 갖춘 비상장 벤처기업에 10년까지 유효한 1주당 10 의결권 이하의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비록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이 남았지만 어느 때보다 차등의결권 도입 가능성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국내 도입 법안은 상법 369조의 1주 1의결권 강행조항을 우회하기 위해 비상장기업의 허용에 중심을 두다 보니 상장기업의 차등의결권에 대한 자본시장 관점의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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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지난 12월 2일 국회 산자위는 일정 요건을 갖춘 비상장 벤처기업에 10년까지 유효한 1주당 10 의결권 이하의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비록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이 남았지만 어느 때보다 차등의결권 도입 가능성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국내 기업지배구조 수준이 낮은데 차등의결권까지 허용되면 재벌을 비롯해 소수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려는 지배주주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가족기업의 차등의결권 채택 관행이 뿌리 깊은 캐나다에서 최근 벌어진 한 사건은 차등의결권의 부정적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캐나다의 거대 통신미디어 기업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은 CEO와 거의 모든 이사들이 창업주의 아들인 에드워드 로저스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 그런데 10월 21일 이사회에서 에드워드 로저스를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자 에드워드 로저스는 이사들을 주주총회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모두 해임하고 자신이 지명한 이사들과 CEO를 선임하였다. 에드워드 로저스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전체 의결권의 97.5%에 이르는 차등의결권 주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존 경영진이 이에 반발하여 법적 다툼이 이어졌지만 11월 5일 주 대법원은 에드워드 로저스의 행위가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그러자 캐나다 사회 곳곳에서는 주요 상장기업 다수가 차등의결권을 채택하고 있는 현재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타났다.

만약 앞으로 국내에서도 로저스 커뮤니케이션 사례와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차등의결권 도입을 반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현재 도입 법안에서는 기존 상장기업은 차등의결권 채택이 금지되어 있으며 차등의결권 주식의 양도와 상속이 불가능하고 10년 일몰제로 인해 차등의결권의 영구화는 봉쇄되어 있기에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에 별 제약이 없는 나라들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편 차등의결권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혁신적 기업가들이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야 단기성과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차등의결권 도입이 국제적 추세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유니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거래소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금융허브인 홍콩과 싱가포르가 2018년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을 받아들였으며 급기야 12월 3일에는 지난 10여 년간 기업공개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런던증권거래소마저 남은 장벽을 허물었다. 신흥시장에서도 2019년 중국과 인도에 이어 12월 2일에는 인도네시아가 이 대열에 참여했다.

그런데 국내 입법 방향이 최근의 흐름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홍콩에서 영국까지 차등의결권을 허용한다는 의미는 일정한 조건에서 차등의결권 기업의 증권거래소 상장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국내처럼 비상장기업이 대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비상장기업은 소유와 지배의 괴리로 인해 일반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상장기업의 차등의결권 채택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반해 국내 도입 법안은 상법 369조의 1주 1의결권 강행조항을 우회하기 위해 비상장기업의 허용에 중심을 두다 보니 상장기업의 차등의결권에 대한 자본시장 관점의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였다. 결국 국회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이 결정된다고 해도 온전한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에 따른 상장규정과 투자자보호 방안 등 자본시장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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